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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루양 Feb 03. 2024

이런 나도 계속 공부할 수 있을까

공부라는 직업, 글쓰기라는 삶(2)

사전적 의미의 공부는 '학문이나 기술을 배우고 익힘'이다. 뭔가 우리 삶의 영역을 넓히기 위해 학습하는 행위를 넓게 '공부'라고 칭하기도 한다. 내가 앞으로 하고 싶은 얘기는 직업적인 공부에 관한 것이다. 배우고 익히는 것을 넘어 나의 언어로 개념을 다시 정리하고, 내 분야의 세계를 내 고유한 시각으로 재구성해보겠다는 얘기다. 이런 공부를 하기 위해 학교로 돌아왔고 이제 박사 과정을 시작한다. 


코스라고 부르는 2년의 학업과정을 수료하고 나면, 내가 계속 공부할 수 있는 사람인지, 연구자의 삶을 살 수 있는 사람인지 내 스스로 알게 될 테다. 지금은? 잘 모르겠다. 하고 싶은 공부가 있는 건 분명하지만, 이것이 내 언어고 이것이 내 관점이라고 할 만큼 갖추지 못했다. 이제부터 그걸 해 나가려고 한다. 나는 앞으로 글을 통해 내 입장을 밝히고, 내 언어도 내 관점도 글로서 선보이게 될 것이므로 이 과정도 글로 기록해나가려고 한다.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부단히 만지는 수밖에 없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조용히 공부하려고 했지만, 나에게는 공부에 동기가 더 필요하다. 공부라는 일과 행위에 나의 주관적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 나는 시끄럽게 공부하기로 했다. 그래서 이 글을 썼다.  


나는 어떻게 

대학원 공부를 시작했나


고등학교 시절, 나는 내내 창밖만 보는 아이었다. 빨리 학교 밖으로 나가고 싶었다. 꼼짝없이 앉아서 딱 짜여진 시간표대로 책을 열었다 폈다 반복하는 일은 따분하고 답답했다. 왜 학교에 7시반까지 와야 하는 걸까? 왜 모두가 정해진 시간표대로 공부해야 할까? 바꿀 수 없는 체계에 관해 쓸데없는 고민을 해야 하느라고 수업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그러니 시간표를 스스로 짜고 공부 시간을 선택할 수 있는 대학교는 정말 놀이터 같았다. 공부가 이런 거구나, 싶을 만큼 즐겁게 공부했던 기억이 난다. 공부는 재미있었지만 여전히 학교에서 벗어나 사회 생활을 하고 싶었다. 하루빨리 나만의 커리어를 쌓고 싶어서, 나는 한 학기 전에 나오는 졸업 예정증명서를 들고 다니며, 졸업생인척 하고 모 연극회사에 인턴으로 취직했다. 학교는 내 인생에서 영영 이별일 줄 알았다.


그런데 왠걸. 10여 년의 사회생활을 하고 다시 학교로 돌아갈 줄이야. 2020년에 석사를 시작했다. 몇군데 언론사에서 글 쓰고 콘텐츠를 제작하는 일을 꾸준히 하며 나름의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었지만, 채워지지 않는 뭔가가 있었다. 일단 모두가 9시에 출근해서 6시에 퇴근해야 하는 체계는 고등학교 시절로 돌아간듯한 갑갑함이 있었고, 어느 순간 내 일에서 깊어지는 기쁨보다 얕은 반복으로 인한 피로감이 누적되기 시작했다. 


뭔가 다른 길이 필요했다. 고민끝에 시작한 '기록학' 공부는 이제까지 내가 쌓아온 업력과 더없이 잘 맞아떨어졌다. 내 삶의 경험이 기록학을 통해 통합되는 기분마저 들었다. 나는 이제까지 새로운 소식을 전달하는 일을 잘하고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빠른 호흡으로 뉴스를 전하는 일보다 시간을 들여 정확한 기록이 만들어지고 활용될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 데 더 관심이 많다는 걸 깨달았다.


대학원에서 석사를 마치고 나는 다시 회사로 돌아갔다. 사회면에서 문화면으로 달라졌을 뿐, 이전에 해왔던 일과 같은 일이었다. 어쨌거나 뉴스를 만드는 것도 기록이니까,라는 마음으로 열심히 했고, 즐겁기도 했지만, 석사 이후에도 병행한 연구 작업들에 더 마음이 끌렸다. 


박물관의 영상기록을 정리하는 일, 영상의 메타데이터 체계를 만드는 일 등등 내가 한 게 조금도 티도 나지 않는 일이지만, 내 이름으로 쌓여가는 기사를 볼 때보다 더 뿌듯한 마음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런 마음이 커져서 결국, 일을 그만두고 프리랜서로 '전격' 연구작업에 나섰고 공부를 더 해볼 마음이 '감히' 들었던 거다. 일하면서 더 알게 된 것들을 내 언어로 정리해보고 싶었다.


그런데 이제는 공부를 좀 다르게 생각해야 할 것 같다. 그저 배우고 익히고 외우는 것을 넘어, 이게 내 일이고 삶이 되어야겠지. 글쓰기를 숙제처럼 할 게 아니라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호흡처럼 자연스러운 삶의 도구 삼아야 하겠지. 그저 학위를 딴다고 끝나는 일이 아니라, 대학원을 다시 졸업했을 땐 (좀더) 아는 존재, (조금은) 다른 존재가 되고 싶으니까. 아니 사실 이 공부를 삶으로 생활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완주하지 못할 것 같다. 공부를 숙제로 의무로 해서는 내 연구라는 걸 도대체 해낼 수 없을 것 같다. (왜 이렇게 거창하게 생각하느냐고? 용기가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정말 미루기의 끝판왕인걸. 올해만 해도 나는 한글 파일을 켜놓고 이메일 확인과 SNS만 하다가 하루를, 아니 며칠을 보냈던 그 사람인걸. 나는 나에게 너무나 관대해서 갑자기 보고 싶은 드라마나 유튜브를 결코 참지 않는 걸. 나는 집중력을 도둑맞은 지도 한참 됐는걸.... 하지만.... 어쩌라고?



내가 스스로 선택한 길인 걸 잊지 말자. 나는 한밤중에 블로그에다가도 이렇게 수다스럽게 혼자 떠들고 있는 나는, 세상에 할 이야기가 있는 사람이니까. 공부는 내가 내 이야기를 더 잘하고 싶은 수련일 뿐이야.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더 잘 전달하고 싶은 건 진심이잖아.(끄덕) 당장은 아니더라도 나는 좀더 좋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거야. 원래는 수많은 이유로 할 수 없는 사람이었지만, 이 과정을 통해 할 수 있는 사람이 될 거야. 그러니까 더이상 의심하지도, 불안해하지도 말자. 정말 할 수 없게 되면 고민할 것도 없이 자의든 타의든 떨어져나갈테니까. 아직 그날이 오지도 않았는데 걱정하지 말자.


명심해. 전세계적으로 대학원생 집단이 일반인에 비해 우울증을 겪는 비율이 6배 높다. 주변에 박사 하다 몸 상하고 마음 상한 사람 여럿 봤다. 어디선가 인생에서 가장 후회되는 일이 박사한 일이라는 글도 봤는데. 무슨 일을 하든 건강하게 하자. 그러니까 우선, 내 의도와 행동 사이에서 비키자. (지난 번에도 언급했지만 '미루기란 = 내 의도와 행동 사이에 나 자신이 떡하니 버티고 있는 것'임) 미루기를 멈추자. 오늘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내가 쓰기로 마음 먹은 부분까지 일단 쓰자. 아무 판단하지 말고 써보자. 


이런 나도 공부, 계속 할 수 있겠지. 해낸 사람이 되어 있겠지.

그때까지 계속 해보려고 한다. 


(여기에도 대학원 공부하고 계신 선생님들 계신가요?

어디서든 계속 공부하고 있는 분들, 함께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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