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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루양 Feb 02. 2024

미루기 끝판왕이  다시 공부를 시작한다

이런 나도 공부할 수 있을까(1)

새벽 한시. 잠자리에서 한참을 뒤척이다가 다시 일어났다. 분명 졸린 눈을 비비며 침대에 누웠는데 도통 잠이 오지 않는다.


내 방 사물들도 숨죽인 고요한 밤, 내 주변에 올빼미족들은 이 조용한 시간을 사랑한다고들 하는데 밤잠 많은 나는 이 시간에 보통 깨어있지 못한다. 오늘은 예외적인 날이다. 게다가 이런 적막은 낯설고 어색하다. 귀가 더 예민해지는 기분이 들어 나는 이어폰을 끼고 조용한 음악을 틀었다.

 

왜 잠이 오지 않나. 아침잠도 많고 밤잠은 더 많은 내가 잠이 오지 않는다면 필시 마음의 문제다. 뭔가 생각에 끈을 놓지 못한 날, 나는 잠들지 못하곤 했다.


정말 마음 편한 날만 잘 잔다. 즉, 종종 잠못드는 밤이 있다


오늘 하루 일과를 가만히 떠올려본다. 점심을 대충 챙겨먹고 학교 도서관에 갔다. 오늘은 정해진 분량의 자료조사를 마쳐야 하기 때문에 집중해서 일할 곳이 필요했다. 학교까지는 40분 거리인데 우리 집이 역근처가 아닌 관계로 걸어가도 40분, 대중교통을 타도 40분이 걸린다. 크게 돌아가면 잘 정비된 개천길이 나온다.


좁은 폭의 도로와 자주 마주치는 건널목이 싫어서 걷는 일에 별로 재미를 붙이지 못했는데, 이 개천길을 발견하고 나서는 걸을 만하다. 인적 드문 개천길을 걸을 때는 귀에 꽂은 이어폰도 빼고 물소리, 새소리를 듣는다. 40분 거리가 만만찮아서 얼마나 걸어다닐 수 있을까 싶지만, 버스와 지하철을 짧게 짧게 갈아타며 인파속을 걷는 것보다 이게 훨씬 나은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 학교에 도착한다.


근황을 전하자면, 나는 다시 학교로 돌아왔다. 졸업한 지 2년 만에 나는 다시 박사과정에 등록했고, 3월부터 코스가 시작된다. 그러니까 사실 아직 입학하지 않아서 도서관 출입증이 없다. 다만 우리 학교 도서관 1층은 카페로 운영되고 있고, 이 공간이 꽤 공부하기 좋은 공간이라 굳이 학교 도서관에 가고 있다. 오랜만에 학교 생활을 앞두고 몸과 마음을 예열하고 싶은 마음도 있기도 하고.


좋아하는 자리에 짐을 풀고 노트북을 열었는데 잠이 쏟아졌다. 잠이 깨고 나서는 계속 딴짓을 했다. 나는 오늘 해야 할 일을 완강히 미뤄댔다. 오늘은 선행연구를 조사하고 주말까지 어떻게든 원고를 전달해야 하는데 한글자도 읽고 싶지 않고, 한글자도 쓰고 싶지 않았다. 분명히 이 일을 하려고 40분이나 걸어서 여기에 왔는데! 요 며칠 이런 날이 있었다. 해야 할 일을 분명히 알고 있고 내가 동의한 일인데도 불구, 막상 해야 할 순간이 오면 몸이 완강히 거부하는 거다. 한마디로 미루기다.


가만히 책상에 앉아있었지만 마음이 내내 산만했다. 성과없이 집에 돌아왔다. 다시 40분을 걸어 돌아왔다. 오늘은 공부하러 학교에 간 게 아니라 운동하러 간 거다, 하고 낙심한 마음을 달래며 돌아왔다. 사실 아무렇지 않았다. 돌아오는 길에 듣는 새소리도, 오래 걸어서 가볍게 숨이 차는 느낌도 좋았다. 하지만 정말 아무렇지 않은 건 아니었다.


사실 마음 한 켠엔, 이런 나도 공부할 수 있을까?
이렇게 산만하고 이렇게 집중하지 못하는 내가
과연 내 공부를 스스로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 모양이다.


저녁에 들은 온라인 강의에서 마침 '미루기'에 관한 얘기가 나왔다. 강사님 왈, "미루기는 자기를 망치는 행위 중 가장 강력한 것"이라고 했다. 의도와 행동 사이의 갭이 미루기인데, 그 사이에 자신이 떡하니 버티고 있는 거다. 미루기는 악순환만 가져올 뿐이고 이 악순환이 몸도 마음도 상하게 한다는 건, 미루기의 대왕인 내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 지난 1월을 회고했을 때, 아주 많이 아쉽고 썩 만족스럽지 않은 건, 내가 의도와 행동 사이에 떡하니 버티고 미룬 시간들이 꽤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강사님은 "미루기는 당장 그 일을 하고자 하는 동기의 부족"이니, "내가 의도한 일을 해내려면 그 일의 주관적 가치를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나는 이 말을 듣고 내가 하려는 일, 나의 공부에 대해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봐야겠다고 느꼈다. 이 공부는 아무도 시키지 않았고 내 스스로 선택한 길이다. 나는 이 일이 더 해봄직하다고 판단해서 고민 끝에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여전히 여러 의구심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과연 공부를 더하는 게 의미가 있을까? 이 과정에서 나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어느 학과, 어느 학교에 가야하나 몰두하느라 이런 생각을 놓친 것도 사실이다. '조만간 생각해보자'하고 침대에 누웠더니...... 잠이 안온다^.^



한밤의 고민은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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