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날의 하루
퍽이나 마음에 든다.
책상 맡에서 마주한 풍경 덕에 오래 앉아 있어도 이 자리는 무료하지 않을 듯하다. 통유리창으로 들이치는 햇살에 온 방이 환하다. 아직 밖은 겨울 냄새를 채 걷어내지 못했지만 볕은 제법 봄답다.
나를 잘 모르는 사람들 사이, 새로운 공간에서 오롯이 집중하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한 달 서른 날. 너무 길지도, 짧지도 않은 적당한 날수다. 이 시간이 어떤 앞날을 불러와 줄지 생각해 보는 것만으로도 기대가 찬다. 좋은 선택이었다.
공간의 힘은 강하다. 새로운 환경은 되려 나 자신을 더 영민하게 살피게 한다. 끊임없이 스스로 말하게 한다. 새로이 생각하게 만들고, 보고 듣고 느낀 것들에 대해 나와 소통하게 한다. 기존의 것과는 다른 자극이기에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반응이 태어나는 것이다. 마치, 어린아이가 세상을 배워가며 처음 접하는 것들에 대해 호기심 가득한 마음으로 생생한 에너지를 뿜어내는 것처럼.
새로움에 선사하는 너그러움이란 그런 것이다.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보이는 처음 반응은 어떤 모양이든 있는 그대로 용납되기 마련이다. 처음이니까. 그리고 새로움에 대한 생경한 반응은 나를 키운다.
이곳이 익숙해질 때쯤 떠날 테지. 익숙하지 않은 공간이 만들어 준 시간에 대한 여운과 감상이 그저 앞으로 담아낼 글 속에 오롯이 잘 남겨지길 바랄 뿐이다.
곧 봄이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