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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찻집 주인장 Mar 25. 2024

다정함은 루틴

몸이든 마음이든 습관이 필요하다.

21일.

새로운 습관이 형성되는 최소한의 시간이라고 한다.


사람의 뇌는 익숙하지 않은 일에 두려움을 느끼고 저항한다. 일정 기간 같은 일을 반복하면 뇌가 구조적으로 변화해 두뇌 회로가 바뀌면서 자연스러운 일로 받아들인다. 66일 정도 반복하면 의식적인 노력을 들이지 않고도 반사적으로 실천할 수 있게 된다. 습관이 되고, 루틴이 된다.


매 해 노력하면서도 습관으로 만들지 못한 일들이 있다. 물론, 운동이 빠질 리 없다.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

실천해야 하는 것을 알면서도 선뜻 몸이 따라주지 않을 때는 외부 환경을 변화시키라고들 한다. 기원전 이미 생활 반경의 중요성을 알았던 맹자 어머니의 지혜는 현대에도 여전히 통한다.


매일 오가는 길목에 헬스장이 있는 곳으로 생활공간을 옮겼다. 일단 눈으로 보면 가 볼 마음이 들기 마련이다. 한 번, 두 번 기웃거리다 보면 어색함이 줄고 거부감도 사라진다. 그렇게 공간에 익숙해지면 습관 형성에 필요한 내적 환경도 준비된다.


이틀에 한 번씩, 일주일에 세 번은 일단 헬스장에 가기로 했다. 3주 차에 접어들었다. 이번주까지 성공하면 습관이 될 가능성이 매우 커진다. 다행히도 운동을 귀찮아하는 마음의 벽은 넘었다.


운동을 오래 쉰 대가는  씁쓸하다. 원하는 만큼 힘을 쓸 근육이 없는 탓에 쉽게 지치고 마는 비약한 현실을 맞닥뜨린다. '비약'이라는 단어 그대로 비천하고 약하다. 그나마 지금이라도 이런 상태를 알게 되어 다행이다.


무리하지 않고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강도를 유지하기로 했다.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꾸준할 수 있을 만큼만 유지하며 운동을 습관으로 만드는 데까지가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그 후에 루틴이 된다면 무의식적으로 숨을 쉬는 것만큼 자연스러운 일상이 될 것이다.




마음도 마찬가지다.


마음을 쓰는 일에도 습관이 필요하다. 꾸준한 운동이 몸의 근력을 유지시키는 것처럼, 마음의 근육도 유지하려면 운동 습관이 필요하다. 마음이 힘을 잃으면 사람다움을 잃는다.


다정함, 배려, 공감 같은 태도는 건강한 마음을 가진 사람에게서 자연스럽게 배어 나오는 마음 근육의 힘이다. 선천적으로 타고 난 기질만으로는 오래 유지될 수 없는 것들이다. 차곡차곡 단련된 마음의 단단함에서 비롯된다.


다정함은 상대를 이해하고, 공감하고, 말과 행동으로 배려하는 습관으로 드러난다. 한두 번의 상냥한 말과 행동을 다정하다고 칭하지는 않는다. 다정함은 마음을 드러내는 말과 행동의 습관이고, 그 태도가 루틴이 되어 몸에 밴 성품이다. 꾸준한 단련의 결과다.


인기 드라마에서 다정함을 지능이라 표현하기도 했다. 그 역시 공감이다. 지능도 근육처럼 쓰면 쓸수록 성장하고 단련되는 것이니.


난 그런 다정함을 지능으로 보거든

JTBC 수목드라마 <사랑의 이해> 중


다정(多情)함.

정이 많다는 말이다. 정(情) 자는 心(마음 심) 자와 靑(푸를 청) 자가 결합하여 ‘뜻’이나 ‘사랑’, ‘인정을 의미한다.


푸르고 맑은 마음으로 사람을 대하는 것이 바로 사랑이자 정인 셈이다. 순수한 마음, 거짓이 없는, 있는 그대로의 마음이 진짜 사람다운 사람의 마음, 인정(人情)이다. 그런 정이 많아 넘치면 다정한 것이다.


맑은 마음, 거짓 없는 순수한 마음으로 사람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배려하는 다정의 습관은 참으로 귀하다. 오해받고, 때로는 무시당하거나 거절당하기 쉬운 마음일지라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지켜내고자 다정함을 선택하고, 실천하기로 다짐해야만 가능한 일일테니 말이다. 수백 번, 수만 번을 단련해야 자리 잡을 법한 마음의 근력일 테니 실로 강한 힘이다. 오랜 시간 몸의 근육을 단련한 사람만큼이나 다정한 사람은 칭송받아 마땅하다.

 

마음의 루틴을 가진 사람, 그래서 다정한 사람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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