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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찻집 주인장 May 18. 2020

[안녕, 이스라엘] 끊임없이 공부하는 사람들

이스라엘 국립 도서관

외국에 나가면 각 지역마다 국립도서관 혹은 시립도서관을 빼놓지 않고 가본다. 특히나 대도시로 여행을 갈 때면 가장 먼저 도서관을 찾는다. 꼭 책을 읽으러 가는 것은 아니고, 도서관을 구경하러 간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도서관에 오는 사람들을 구경하러 간다.


도서관은 한 나라, 혹은 도시의 의식 수준을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자료들이 조밀하게 담겨 있는 공간이라 생각한다. 디지털 시대가 왔다고 해도 수 천년을 이어져 온 종이책 문화는 단기간에 사라질 수 없을 것이다. 도서관은 여전히 사람들의 지식을 관장하는 중요한 공간이다.


나라마다 도서관을 다녀보면서 한국의 도서관 문화와 다른 점을 찾으며 재미를 발견하고는 하는데, 도서관의 모습은 지역마다 다 다르고, 서가와 열람실의 분위기와 공기 또한 모두 다르다. 책상의 모양도, 채광 시설의 모양도 다르다.


지금은 예루살렘에 있는 이스라엘 국립도서관에 와 있다. 1층 로비 공간을 한 바퀴 휘 둘러보는데 한쪽 벽에 도서관의 설립 과정과 역사를 연대기로 정리해 둔 전시 공간이 있다.

이스라엘 국립도서관 설립과 역시 연대기 전시 공간


히브리어와 영어, 아랍어로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두어 방문객도 한눈에 아볼  있도록 전시해 두었다. 이곳은 17세기, 1892년에 설립되었단다. 자그마치 120년이 넘은 도서관이다.


1층을 지나 2층 계단을 따라 올라가니 스테인드 글라스로 장식된 넓은 창문이 펼쳐진다. 햇살이 밝은 날이라 스테인드 글라스가 더 환하게 색을 뿜어낸다. 맞은편에 수 십 개의 좌석이 마련되어 있는 것을 보니 아마도 이곳은 강연이 열리는 무대 배경인 것 같다.


도서관 2층 열람실로 가는 계단


오른쪽에 작게  나무 문을 열고 열람실로 들어섰다.  그대로  죽은  조용한 서가에 책들이 빼곡하고, 책상도 조밀하게 놓여 있다. 책상마다 스탠드가 달려 있어 환하게 전등을 켜고 공부할  있도록 해둔 것이 특이했. 분위기가 너무나 조용하고 모두 진지해서 종잇장 부스럭 거리는 소리조차 금세 티가 난다. 해서 발걸음도 소리 없이 사뿐 거리며 걸었다.



열람실 내의 서가


여러 나라의 도서관을 방문해 한국의 도서관과 비교하며 특별히 가장 관심 있게 살펴보는 부분은 도서관을 찾는 사람들의 연령층이다. 이곳에는 백발 노령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곳곳에 보인다. 히브리 대학 캠퍼스와 바로 붙어 있는 도서관이니 은퇴하신 대학 교수님들이 이곳에 와서 연구를 하는 것인지도 모르지만 여하간 노인들이 독서와 연구에 몰두하고 계신 모습이  보기 좋다.


빈자리를 찾다가 책이 몇 권 놓여있는 자리 옆에 앉았다. 잠시 ,  노령의 신사분이  옆자리에 으시기에 자리를 맡아둔  같아 다른 곳으로 옮기려고 하니 괜찮다며 그냥 앉으라고 하신다. 혹시나 방해가 될까 싶어 서가에서 꺼내    권을 가만히 내려놓고 노트북을 꺼내서 조용히 글을 쓰기 시작했다. 아저씨도  페이지를 손가락으로 짚어가며 읽으시더니 공책에 필기를 하신다. 무슨 내용을 적으시는 건지 엄청 궁금하긴 했지만 읽을  없는 히브리어라 차마 대놓고 쳐다볼 수는 없었다. ,  시간 동안 꼼짝없이 앉아서 공부하시는 모습을 보고 속으로 감탄했다. 아저씨가 움직이지 않고 앉아 계시는 바람에 나도 덩달아  시간을 꼬박 앉은 채로 책을 읽고 글을 썼다.  


앞쪽 책상에 앉아 계신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몇 시간 째 열공 중이시다. 마치 이곳에서 책을 읽고 공부하는 일이 습관이자 삶의 일부인 것처럼 자연스럽기만 하다. 노인들이 도서관에서 공부에 집중하는 모습이란 참으로 매력적이다.


이스라엘의 숨은 저력은 나이에 상관없이 고 공부하는 노인들의 정신력을  배후에 두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예루살렘 히브리 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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