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잘 산다' 체크 리스트
오늘 아침 눈을 떴을 때 갑자기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나는 잘 살고 있는 걸까? 나는 잘하고 있는 걸까?"
순수한 호기심과 내 삶에 대한 열정 같은 유쾌한 생각이 아닌, 약간의 불안함이 섞인 유쾌하지 않은 감정으로 가득 찬 질문이었다.
그리고 생각해 보니, 아마 나는 오늘 아침만이 아닌, 항상 저 질문을 마음 한구석에 간직하고 살아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잘 살고 있는 걸까? 잘하고 있는 걸까?' 이 질문은 내 삶을 계속해서 되돌아보고 생각하며 살게 하는데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나 자신을 비판하고 검열하는 목소리가 저 반복되는 질문 속에서 더 자주 들렸던 것 같다. 그래서 종종 알게 모르게 불안감을 안고 살아왔던 것 같고..
생각해 보니, 나는 정말 편안하게 '나는 잘 살고 있어. 나는 잘하고 있어'라는 느낌을 지속적으로 느낀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성취'를 이룬 순간들에는 일시적으로 '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게 계속되는 든든한 느낌은 아니었다. 순간적인 만족감이 사라진 후에는 항상 계속되는 의심이 마음을 가득 채웠던 것 같다.
이런 생각들을 하면서 나 자신의 이러한 패턴- "나는 잘 살고 있나? 나는 잘하고 있나?"라는 질문을 계속하고 체크하는 이 습관/패턴-에 대해 궁금증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앞으로 생각해 볼 만한 세 가지 중요한 주제가 떠올랐다.
첫째, 나만의 '잘 살고 있다, 잘하고 있다'의 정의는 무엇일까? 내가 어떤 기준을 가지고 내가 잘 살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있나? 이 질문에 대해 답할 수가 없었다. 나에게 항상 던지는 질문이지만, 실제로는 구체적인 기준이 없는 아주 모호한 질문이었다.
살면서 주변에서 '너 잘하고 있네. 잘 살고 있네'라고 말할 때도 항상 헷갈렸다. 그들은 어떤 기준으로 나를 '잘하고 있다, 잘 살고 있다'라고 말하는 걸까?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말할 때도 나는 아리송했을 뿐이지, 그 사람들이 그렇게 말해준다고 해서 나 역시 내가 '잘 살고 있다, 잘하고 있다'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러면 결국 '잘 살고 있다, 잘하고 있다'의 기준은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는 나만의 '잘 살고 있다'의 명확한 기준과 체크리스트가 없었다. 이 질문을 계속하며 살아가려면, 내 체크리스트부터 만들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둘째, '잘살고, 못살고'의 기준이 정말 있을까? 세상에 사는 법에는 정답이 없다고 믿고, 각자 자신만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어떤 책에선가 읽은 '삶에는 승패가 없고, 우리가 살아가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는 거다'라는 구절에 격하게 공감했던 것도 기억난다. 그리고 그런 무비판적인 태도의 중요성에 대해 다른 사람들에게는 항상 강조한다. 그런데 나는 막상 내 삶을 대할 때는, 잘 살고, 못 살고를 판단하고, 나도 모르는 기준에 갇혀서 살고 있었나 싶었다. 그래서 계속해서 내가 '이기고 있는지, 지고 있는지'를 평가하고, 불안해했던 것 같았다.
셋째, 머리로는 세상 사는 법 정답이나 옳고 그름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무의식적으로, 마음 깊은 곳에서는 계속해서 나 자신의 삶을 잘살고 있나 평가하는 습관이 있었던 것 보면, 이건 이성적인 수준보다 더 깊은 곳의 감정 수준에서 기인하는 뭔가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 아니었을까? 나는 무엇이 두려운 걸까?
이렇게 오전에 사색을 하고, 저 위의 세 가지 화두를 앞으로 곰곰이 생각해 보고, 질문해 보아야겠다 생각하며 마음/머릿속 한구석에 쟁여두고, 하루를 다 보낸 후, 위의 사색 내용을 파트너에게 나눈 후, 물어보았다.
나: 가끔씩 너도 이런 생각을 해? 내가 잘 살고 있는지 자주 체크하는 습관이 있어?
파트너: 때때로는 그렇지. 하지만 항상 그런 건 아니야.
나: 그러면 가끔씩 할 때, 어떤 기준이나 체크리스트로 평가하니? 네가 잘 살아가고 있다고 느끼는 너만의 기준은 뭐야?
파트너: 음, 나는 '만족스러운 커플/부부 관계, 편안한 집이라고 느낄 수 있는 공간, 일에서 보람을 느끼는 것, 그리고 일과 생활의 균형'을 중요하게 생각해. 생각해 보니, 지금 이 모든 것들이 다 잘 갖춰진 것 같아. 그래서 내가 잘 살고 있는지 굳이 체크할 필요를 못 느끼는 거 같아.
아니면 내가 너보다 더 단순한 사람이어서 이런 삶에 대한 철학적인 질문을 별로 안하는 것일수도 있고.
아, 그런데 이런 의심가득한 질문 ‘나 잘 살고있는 것 맞아?’이 문뜩 물밀듯 몰려올 때는 있어. 내가 기분이 다운되고 좀 우울해질때. 그런데 요즘엔 그럴 때도 ‘그냥 기분이 그럴 때도 있지’ 하려고 하고있어. 예전처럼 크게 내 기분에 의미부여하고 그 기분에 사로잡혀서 내 삶을 의심하고 평가하려고 하지 않으려고 하고 있어.
파트너의 이야기를 듣고 나는 생각했다. "아, 그렇구나. 그러면 나는 내가 아직까지 깨닫지 못한 '잘 살고 있다'의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걸까? 그래서 내 삶을 계속해서 질문하고 평가하며 검열해 왔을까? 그런데 생각해 보면, 나는 어떤 순간에도 항상 내 삶을 비판적으로, 의심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었던 것 같아. 그럼 혹시 내가 그냥 완벽주의 성향을 가져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나조차도 모르는 어떤 두려움 때문에?
이제 이런 나의 패턴을 인지하게 되었고, 관찰자로써 바라볼수 있게 되었으니, 이제는 저 질문에 마냥 휩쓸리며 영향을 받는 건 덜해지지 않을까 하는 희망도 생긴다.
그리고 나는 한 번 생각해보고 싶었다. 나만의 '잘 산다'의 기준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외부의 성과가 아니라, 나의 삶의 가치들에 근거한 나만의 '잘 산다' 체크리스트를.
옳고 그름, 맞고 틀림의 잣대 없이, 나에게 주어진 매 순간을 충실하고 진실하게 살기
모든 순간에 호기심과 열린 마음을 유지하기
어떤 상황에서도 웃을 수 있고, 매 순간을 재밌게 살기 (삶의 태풍이 부는 순간에도)
의미 있는 활동과 쉼의 균형이 있는 삶 살기
그리고 이 리스트도 계속해서 변해가겠지. 내 체크리스트가 변해가는 과정을 호기심으로 지켜보아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