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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na Jung Feb 10. 2017

중동 생활 7년차 싱글 여성의 넋두리 Episode 6

나는 나쁜 딸이다

“못해먹겠다 싶으면 그냥 한국으로 돌아와. 인생 행복하면 그만이지 아둥바둥 하지 말거라. 너무 열심히 하려고, 잘 하려고 하지 말고”

내가 조금이라도 풀 죽은 목소리인것 같으면 수화기 너머로 아버지는 이런 말씀을 해주신다. 물론 내가 그 말씀을 마치 든든한 보험인양 100% 믿고 잘 다니던 직장에 사표 던지고, 두바이에서의 7년 생활 팽겨치고 한국으로 돌아갈 사람이 아니란걸 누구보다 잘 아는 분이기에 적절한 타이밍에 적절한 위로의 대사를 하시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려서부터 난 모범생 컴플렉스 또는 뭐든 열심히 하는 병에 걸렸다. 뭐든 한번 시작한건 포기하고싶지 않고, 그 방법이 그르지만 않다면 어떤식으로든 목표한 바는 해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다. 그런 자식의 성향을 누구보다 잘 아는 분이 아버지이니, 열심히 하지 말라고 생각을 너무 많이 하지 말라는 말씀이 매우 위로가 된다.

자의에 의해 오랫동안 가족을 떠나서 살다보면, 가족들에게 특히 부모님에게 죄책감이 든다. 그리고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반문한다. “나는 무엇을 위해 가족과 떨어져서 이렇게 살고 있는가?”, “난 정말 이기적인 인간인 것인가?”, “언젠가는 가족의 품에 돌아가야 하겠지?” 이런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작년 크리스마스였다. 유럽 친구들에게 크리스마스는 가족들과 보내야하는 중요한 날이니 만큼 두바이에 사는 많은 유럽 친구들은 집으로 휴가를 가거나, 가족들이 두바이에 여행을 오기도 한다. 친한 친구의 가족도 크리스마스 즈음 두바이를 방문했고, 친구는 나에게 크리스마스 계획을 물었다. “글쎄, 아직 딱히 별 계획이 없는데?”라는 나의 대답에 친구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넌 가족들에게 안 돌아가니?”라고 물었다. 그 때 나는 얼굴이 빨개지면서 대답을 바로 하지 못했다. 순간 머릿속에는 그동안 내가 은연중 품고 살던 가족에 대한 죄책감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난 정말 나쁜 딸인가?

혼자 보고 즐기던 2016년 우리집 크리스마스트리

가족 = 식구라고도 한다. 같이 먹고 자는 사람들. 즉, 가족은 떨어져 있기 보다는 같이 먹고 자고 부대끼면서 뗄수없는 정을 쌓아가는 사이라 할수 있다. 이런 점에서는 난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다하지 않는 사람이다.

그렇지만 난 아직도 두바이에서 혼자 살아 가고 있다. 난 나쁜 사람이 되기로 작정한 것일까?

“옆에 있으면 부모로서 더 챙겨줄수 있어 좋겠지만, 떨어져 있어도 네가 행복한게 우리의 행복”이라는 부모님의 말씀이 옳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직도 난 이기적이고 나쁜 딸로 남아 있다.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은 큰 위로가 된다. 누구에게도 구애받지 않고, 살고싶은대로 살아보고 있는 내 인생도, 그리고 언제나 품고 사는 10%의 불안함과 10%의 죄책감이 눈에 띄지 않는 것도 결국은 돌아갈 가족이 있기때문에 가능한 것이리라.

나는 나쁜 딸이지만, 좋은 부모님과 형제 덕에 좀 더 넓은 세상과 다른 사람들을 경험하며 살고 있다.  마음 한 구석에 품은 든든한 보험이 언제 만료될지는 모르겠지만, 물리적인 가까움보다는 마음의 끈으로 연결된 가까움과 마음씀이 내 이기심을 조금이나마 상쇄해주면 좋겠다.

엄마 껌딱지였는데 지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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