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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알라 Jan 03. 2019

오랜만에 본 반가운 얼굴

20190102

인도에 있던 친구가 약 7개월 만에 잠시 런던으로 돌아왔다. 매달 한 번씩 보던 얼굴을 7개월 만에 보니까 감회가 새로웠다. 약속한 시간이 다가왔다. 저 멀리서 해맑게 웃는 친구가 보였다. 진한 포옹을 하고 카페 안으로 들어가서 자리를 잡았다. 우리는 멋쩍은 웃음으로 서로를 반겼다. 


"너부터 얘기해. 나 할 얘기 진짜 많아"라는 말로 우리는 서로의 이야기를 먼저 들어주려 했다. 친구의 표정을 보아하니 안 좋은 얘기 같아서 먼저 해달라고 했다. 새로운 일을 시작한 친구이기에 일과 관련된 이야기를 꺼낼 줄 알았다. 내 직감과는 달리 이성에 대한 내용이었다. 연애를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친구로부터 이성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특히 6개월 동안 타 지역에서 사업을 시작한 친구였기에 이성친구를 만날 시간적 여유, 마음의 여유가 없을 줄 알았다. 하나 내 착각이었다.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줬다. 듣는 내내 안타깝고 짠한 마음뿐이었다. 아직 연애를 해보지 않은 친구가 처음으로 마음 가는 사람으로부터 상처를 받은 거 같아 마음이 좋지 않았다. 친구가 타지에서 마음고생했을 생각에 마음이 더 아팠다. 왜 진작 이야기해주지 않았냐는 타박보다는, 지금까지 얘기해주지 않았던 걸로 보아 네가 단단하게 잘 대처했다는 격려와 위로의 말들을 해주었다. 그리고 이렇게 '스쳐 지나가는 인연'이 연말에 있었으니 2018년 끝자락을 잘 마무리하지 않았냐는 말도 안 되는 농담으로 분위기를 띄웠다. 차라리 이런 인연으로라도 친구가 연애를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어 감사한 일이라고 해주었다. 사랑과 이별을 반복할수록 더 성숙한 연애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듯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감정들이 지금 잠시 친구를 뒤흔들어 놓았지만 이 일을 계기로 친구가 조금 더 단단해졌으리라 생각한다. 독립적이고 야무진 성격을 가진 친구이니까 금방 훌훌 털고 일어설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친구의 얘기를 다 들어주고 나서 내 근황을 물었다. 안 좋은 일을 경험한 친구에게 내 갑작스러운 연애 소식을 전하자니 괜스레 미안해졌다. 지난 몇 개월 전부터 만나오던 사람이 있다고 조심스레 얘기를 시작했다. 누구보다 가까이서 내 연애 생활을 봐오던 친구이기에 내가 지난 시간 동안 겪었던 이별 또한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친구는 감동받은 듯한 표정으로 진심으로 축하해주었다. 나는 핸드폰을 꺼내 우리들의 사진들을 보여주었다.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마치 오래된 커플 같은 느낌이 난다는 말과 잘 어울린다는 칭찬을 해주었다. 고마웠다. 나는 이번 연애를 통해서 '이렇게 잘 맞는 사람이 있을 수 있구나'라는 확신이 섰다는 얘기도 해주었다. 늘 한 가지가 마음에 들면 다른 한 가지를 포기해야만 했던 연애들이 일명 '맞춰가는 연애'라고 합리화했던 내가 큰 착각 속에 살았다고 고백했다. 내 이야기를 듣던 친구가 갑자기 고맙다는 말을 해줬다. 내 이야기를 들으니 상심이 컸던 본인이 작게나마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되어 고맙다고 했다. 이런 낙천적인 친구가 나는 오히려 고마웠다. 어떻게 보면 분위기 상반되는 이야기로 인해 더 큰 상심을 안겨줄 수 있다고 걱정했기 때문이다. 지난 만남 동안 내 마음을 어루만져줬던 친구를 생각하니 고마운 마음이 더 진해졌다. 


이렇게 우리는 훈훈함을 끝으로 다음 만남을 기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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