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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병찬 Jul 06. 2017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

조작된 만족과 선택된 결핍

"멋진 신세계"는 올더스 헉슬리가 지금으로부터 약 80년 전인 1932년에 발표한 작품이다. 올더스 헉슬리는 과학기술이 극단적으로 발전한 미래사회를 예측했는데, 그가 상상했던 미래사회의 모습을 잠시 들여다보자.


모든 인간은 출산이 아니라 인공수정을 거쳐 인공부화기에서 만들어진다. 국가는 태아에게 공급되는 산소량을 조절하여 알파, 베타, 감마, 델마, 엡실론이라는 다섯 가지 계급으로 인간을 성장시킨다. 충분한 산소를 공급받지 못한 낮은 계급의 인간들에게는 왜소한 체격과 낮은 지능이 주어지며, 그들은 꽃으로 상징되는 자연과 책으로 상징되는 지식을 혐오하도록 훈련받는다. 모든 유아들은 잠을 자는 동안 자신의 계급에 만족하고 자신의 직무에 충실하도록 끊임없이 수면교육을 받는다. 일부일처제와 가족제도는 이미 오래전에 해체되었으며 어릴 때부터 다수와의 성관계가 권장된다. 슬픔과 두려움을 이기기 위해 소마라는 이름의 후유증 없는 마약이 공급된다. 수면교육을 통한 세뇌와 자유로운 섹스, 촉감영화, 소마는 인간을 항상 쾌락 충족의 상태로 만든다.


미래사회에 대한 올더스 헉슬리의 예측은 매우 흥미롭기는 하지만 일부일처제를 기초로 한 가족제도는 여전히 공고하고, 앞으로도 오랫동안 인공수정을 통해 인간을 부화시킬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점에서 그의 예측이 정확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올더스 헉슬리의 예측과 오늘날의 현실 사이에 간극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가 '멋진 신세계'를 통해 드러낸 문제의식만은 여전히 유효하다.


헉슬리는 끊임없는 세뇌를 통한 자기만족과 과학기술을 이용한 육체적, 정신적인 쾌락이 과연 인간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가, 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주변을 살펴보자. 우리는 언제든 유튜브, IPTV, 넥플릭스에서 제공하는 수많은 동영상을 시청할 수 있으며, 스팀을 통해 수십만 개의 게임을 다운로드할 수 있다. 지상파와 종편에서는 수많은 예능 프로그램들을 경쟁적으로 만들어내고 있으며, 스포츠 경기는 위성을 통해 전 세계로 생중계된다. 하루 24시간 거의 모든 음식을 배달시킬 수 있고, 몇 번의 클릭만으로 쇼핑이 가능하다. 비록 촉감영화와 후유증 없는 마약을 만들어내는 수준에 도달하지는 못했지만, 우리는 헉슬리가 예측했던 감각적 쾌락이 실시간으로 충족되는 사회에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는 것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알 수 없지만 우리는 과학기술이 확장시켜준 감각적 쾌락에도 불구하고 멋진 신세계의 사람들처럼 행복하지 않다.


올더스 헉슬리는 조작된 만족이 선택된 결핍보다 더 행복하고 인간적인 것인지 물었다. 우리가 그의 질문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는다면 결국은 그가 예측한 '멋진 신세계'에서 살게 될 지도 모른다.


올더스 헉슬리 지음, 안정효 옮김, 소담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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