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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병찬 Jul 07. 2017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

고난에 의미를 부여하는 법

사법시험에 연거푸 떨어져 방황하던 시기에 이 책을 처음 만났다. 당시 나는 30살을 눈앞에 둔 늦깍이 고시생이었다. 친구들은 하나둘 취업해서 자리도 잡고 가정을 꾸리는데 나는 아직 수험생이라 도서관을 떠날 수 없었다. 꽉 짜여진 일정이나 과중한 학습량보다 나를 힘들게 한 것은 언제 시험에 합격할지 기약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친구와 선후배들은 탈락 소식을 듣고 낙심하지 말라며 격려의 말을 건넸지만, 당시에는 말들이 전혀 위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서점에서 우연히 집어든 이  어떤 격려의 말보다 큰 위로가 되었고, 요즘에도 힘들고 괴로운 일이 생길때면 가장 먼저 이 책을 치곤 한다.


저자인 빅터 프랭클은 오스트리아 빈에서 정신과 의사로 일하던 중 유태인이라는 이유로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보내지는데, 그는 수용소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이 책을 집필했다.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지는데, 전반부에는 빅터 프랭클이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겪었던 일들이 기록되어 으며, 후반부에서는 그가 수용소에서의 체험을 기초로 창안한 "로고테라피"라는 정신요법 설되어 있다.


빅터프랭클은 정신과 의사의 입장에서 수용소에 수용될 때부터 수용소가 해방될 때까지 수용자들이 겪는 감정 변화와 수용소에서 일어났던 여러가지 사건들에 대해서 기술하고 있는데, 그가 수용소 생활을 통해 깨달은 가장 중요한 교훈은 자신이 왜 살아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어떤 상황에서도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는 이런 교훈을 기초로 "로고테라피"를 창안하는데, 이를 쉽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빅터프랭클이 인용한 다음 사례를 살펴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 것이다.


한번은 나이 나긋한 개업의 한 사람이 우울증 때문에 상담을 받으러 왔다. 그는 2년 전에 세상을 떠난 아내에 대한 상실감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아내를 이 세상 누구보다 사랑했다. 내가 그를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그에게 어떤 말을 해주어야 할까?

나는 그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 것을 제외하고는 말을 될 수 있는 대로 자제했다.

"선생님. 만약 선생께서 먼저 죽고 아내가 살아남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가 말했다.

"오 세상에! 아내에게는 아주 끔찍한 일이었을 겁니다. 그걸 어떻게 견디겠어요?"

내가 말했다.

"그것 보세요. 선생님. 부인께서는 그런 고통을 면하신 겁니다. 부인에게 그런 고통을 면하게 해주신 분이 바로 선생님이십니다. 그 대가로 지금 선생께서 살아남아 부인을 애도하는 것이 틀림없습니다."

그는 조용히 일어서서 내게 악수를 청한 후 진료실을 나갔다.

어떤 의미에서 시련은 그것의 의미-희생의 의미 같은-를 알게 되는 순간 시련이기를 멈춘다고 할 수 있다.

(p.186-187)


빅터 프랭클은 아우슈비츠에서 일상적인 폭력, 배고픔, 추위, 질병을 경험했고,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공포를 견뎌야 했다(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살아남을 확률은 28분의 1이었다고 한다). 더욱이 그에게 주어진 모든 고통은 그가 단지 유태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부과된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이런 엄청난 고통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왜 살아야 하는지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삶을 포기하지 않고 생존할 수 있었다.


아우슈비츠 만큼은 아닐지라도 우리 모두는 각자의 고통을 짊어지고 있으며, 살아가는 동안에는 절대 고통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빅터 프랭클은 우리에게 조언한다. 당신이 고난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면 어떤 상황에서도 살아갈 수 있다고.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을 순간에는 빅터 프랭클의 조언에 귀를 기울여보자.


빅터 프랭클 지음, 이시형 옮김, 청아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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