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병찬 Jul 23. 2017

수 클리볼드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우리는 과연 아이에 대해 잘 알고 있나

기적.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며 가장 먼저 머릿속에 떠오른 단어다. 책의 완성도를 떠나 저자가 자신의 비극적 상황을 극복하고 이 책을 완성했다는 사실 자체에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인 "수 클리볼드"는 역사상 최악의 총기난사 사건 중 하나로 기록된 콜럼바인 사건의 가해자 "딜런"의 어머니다. 딜런은 1999. 4. 20. 친구 에릭과 함께 자신이 다니던 콜럼바인 고등학교에서 총기를 난사해 1명의 교사를 포함한 13명을 살해하고, 24명에게 부상을 입힌 뒤 자살로 생애를 마감했다.


아이를 잃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감당하기 어려운 슬픔인데, 저자는 자살로 아이를 잃었을 뿐만 아니라, 아이는 자살하기 전에 수많은 인명을 살상했다. 아이를 잃고, 자신의 아이로 인해 자식을 잃은 다른 부모들에게 둘러싸인 상황이라면 이보다 더한 지옥은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 저자가 겪었던 정신적 고통이 얼마나 극심했는지는 저자의 남편이자 딜런의 아버지인 톰이 저자에게 했던 얘기에서 잘 드러난다. "딜런이 우리도 죽였다면 좋았을 것을".


이런 극단적인 범죄를 저지를 정도라면 누구나 딜런의 가정교육에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할 것이다. 나 역시 가해자들은 알코올 중독인 아버지로부터 학대를 받으며 자랐거나, 이혼한 부모 밑에서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랐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저자도 콜럼바인 사건이 발생하기 전까지는 그렇게 믿었다고 한다.


저자는  후 왜 딜런이 이렇게 끔직한 사건을 저질렀는지, 자신이 왜 딜런을 막지 못했는지 살펴보기 시작한다. 오랜 검토 끝에 그녀가 내린 결론은 딜런이 다른 사람들의 예상과는 달리 평범하고 화목한 가정에서 성장했다는 것이다. 딜런이 몇 가지 문제를 일으키기는 했지만, 저자는 그런 문제들이 참혹한 총기난사 사건의 단서 생각하지는 못했고, 이런 저자의 판단이 비합리적이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저자는 딜런이 심한 우울증을 겪었으며, 이러한 정신질환이 참사의 원인이었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대부분의 부모가 자녀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이 사실은 큰 착각일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총기소유가 금지된 대한민국에서 대규모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할 가능성은 없겠지만, 최근에 발생한 인천 여고생 살인사건을 보면 부모가 아이에 대해서 잘 안다고 착각하는 것이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야기할 수 있는지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수 클리볼드 지음, 홍한별 역, 반비


작가의 이전글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