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모 레비의 아우슈비츠 생존기
"이것이 인간인가"는 이탈리아 출신 유대인인 프리모 레비의 아우슈비츠 수용소 생존기다.
강제수용소 이야기는 삶이 힘들고 괴로울 때, 세상을 원망하고 싶을 때, 내가 이룬 것이 초라하고 의미 없어 보일 때 특히 큰 깨달음을 준다.
단지 유대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춥고, 더럽고, 폭력과 살인이 난무하는 상황에 던져졌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고 있노라면, 지금 내가 하고 있는 불평이 얼마나 배부른 소리인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다룬 책들은 적지 않은데, 솔직히 이 책이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나 아트 슈피겔만의 "쥐" 만큼 인상적이거나 특별하지는 않았다.
수용소에서의 경험보다는 오히려 저자의 비극적인 죽음에 더 관심이 갔다.
프리모 레비는 강제수용소에서 수도 없이 죽음의 고비를 넘기지만 기적적으로 살아남아 아우슈비츠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여러 권의 책을 저술한다.
그는 많은 상을 받고, 명성과 부를 얻는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레뷔는 1987년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도 살아남았던 그는 도대체 왜 자살을 선택한 것일까.
그것도 아우슈비츠가 해방된 때로부터 40년도 넘은 시점에.
끝까지 이 부분을 이해하기가 어려웠는데, 아래 문단을 보고 어렴풋하게나마 레비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물자 부족, 노역, 허기, 추위, 갈증들은 우리의 몸을 괴롭혔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우리 정신의 커다란 불행으로부터 신경을 돌릴 수 있게 해주었다. 우리는 완벽하게 불행할 수 없었다. 수용소에서 자살이 드물었다는 게 이를 증명한다. 자살은 철학적 행위이며 사유를 통해 결정된다. 일상의 절박함이 우리의 생각을 다른 곳으로 돌려놓았다. 우리는 죽음을 갈망하면서도 자살할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수용소에 들어가기 전이나 그후에는 자살에, 자살할 생각에 가까이 간 적이 있다. 하지만 수용소 안에서는 아니었다."
이것이 인간인가, 프리모 레비 지음, 이현경 옮김, 312면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