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나약함에 대한 자기 고백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의 저자인 비욘 나티코 린데블라드는 스웨덴 출신으로 26살의 젊은 나이에 대기업 임원으로 지명된다.
전도유망한 재무전문가였던 그는 갑자기 회사를 때려치우고 태국 밀림에 있는 숲속 사원에 들어가 스님이 되고, 17년 동안 세계 곳곳에서 수련을 이어나간다.
잘 나가던 엘리트가 자신이 성취한 모든 것을 버리고, 깨달음을 얻기 위해 구도의 길로 들어서는 건 꽤 익숙한 스토리지만(이런 변형된 영웅 서사를 상품으로 팔아먹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의 삶에는 반전이 있다.
나티코는 어느날 집으로 돌아갈 때가 되었다는 내면의 목소리를 듣고, 17년 만에 스웨덴으로 돌아온다.
고향으로 돌아온 그는 1년 6개월 가까이 우울증을 앓고, 자살 충동까지 느낀다.
그는 자신을 둘러싼 불안을 극복하기 위해 17년 동안이나 수련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사실에 절망한다.
"다시는 여자 친구를 사귀지 못할 거야. 가족을 이루지도 못할 테고, 직장을 구하지 못할 텐데 집이나 차를 살 여유가 생기겠어? 아무도 나와 함께 있고 싶어 하지 않겠지. 영적 성장을 위해 17년 동안 공을 들였는데, 겨우 이 모양 이 꼴이로군."(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205면 중에서)
이 책에서 저자의 이런 솔직한 자기 고백이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다.
17년이라는 긴 세월의 수련에도 불구하고 세상이 주는 공포와 불안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너무나 힘들었다는 걸 고백하는 건 사람들의 기대를 완전히 무너뜨리는 일이기 때문이다.
청춘을 갈아 넣은 노력이 빛을 발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자신을 속여서라도 이를 부정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용감하게 진실을 고백했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자신을 속이지 않고 솔직하게 자기 고백을 할 수 있는 용기야말로 진정 가치 있는 수련의 결과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봤다.
우울증을 극복하고 사람들에게 명상을 가르치던 나티코는 2018년 루게릭 진단을 받고, 2022년 1월 세상을 떠났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