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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inja Feb 20. 2018

헬싱키의 회사원이 하는 회의

헬싱키에서 회사 다니는 회사원이 참석한 회의에 대한 것


요 몇 주 눈만 계속 내리다가 지난 주말부터 햇빛이 났다. 그리고선 온도가 뚝 떨어졌다. (코 훌쩍)

추워도 햇빛이 나는 좋아 나는 좋아 참말 좋아


회사를 다니다 보면 다른 사람들이랑 일에 관련된 이야기를 제일 많이 나눌 수 있는 장소는 아마도 회의실이 아닐까? 다른 팀 사람들도 만나고, 옆자리에 앉아 일하는 사람도 다른 각도에서 그이의 얼굴을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아마도 회의가 아닐까 싶다.


헬싱키에서 회사를 다니면서 하는 회의는 어때요?

EU는 한가족이라는 걸 느낄 수 있고요. 스카이핑 이즈 라이프.

  

스카이핑: Skype를 하는 것.

Skype: 2003년 에스토니아스카이프 테크놀로지사가 개발한 인터넷전화 프로그램으로 영상통화를 할 때 가끔씩 랙이 걸릴 수 있고, 갑자기 꺼지는 일이 가끔씩 일어난다. Microsoft 사에서 2010년에 개발해 2011년 12월 25일에 상용화한 Lync를 2014년 12월에 스카이프 서비스로 이전함을 발표하였고 현재는 Skype for Business라는 명칭으로 사용되고 있고 있으며 Microsoft를 회사 내부 시스템으로 사용하는 많은 글로벌 회사에서는 사내 메신저로 사용한다. (출처: 나무위키, https://namu.wiki/w/Skype)


이곳은 유럽이다. 그렇다. 유로라는 하나의 통일된 화폐를 쓰는 게 얼마나 많은 것을 바꾸어 놓았는지 새삼 느끼게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아는 사람은 알 테지만 EU 내를 여행할 때에는 사실 여권 검사도 안 하기 때문에 여권에 새로운 출입국 도장을 찍을 일이 거의 없다. 다른 유럽 국가들을 둘러 놀러 온 친구들이 가장 아쉬워하는 부분이다. 

출입국 도장 찍고 싶었는데...


그만큼 다른 나라와의 비즈니스 교류도 매우 활발해서 유럽 내 출장이 활발한 것 같다. 그래서 회사 내에 출장을 오는 외국인들도 굉장히 많은 편이고, 팀 내 사람들도 출장을 활발히 다닌다. *물론 내가 다니는 회사가 글로벌 회사이고 글로벌 팀에 소속되어 있어서 일수도 있다. 하지만 다른 회사를 다니는 친구들을 봐도, 움직이기 쉽고 비행이 그리 길지 않아서 혹은 고객이 외국인인 경우도 많아서 다들 출장을 많이 다니는 것처럼 보인다. 보기에만 그런 걸까? 핀란드 내수시장을 타깃으로 삼는 비즈니스의 종사자들은 그럴 일이 덜하겠지만, 적어도 내 주변 친구들을 보면 다양한 직업군 안에서도 스웨덴과의 교류는 굉장히 많고 (일단 언어를 공유하니까) 다른 여타 유럽 국가들과도 많은 교류가 편히 일어난다. 한국에서 해외 대상으로 사업을 진행할 때에도 EU 내에 진입하고 나면 그 안에서 움직이는 일이 훨씬 쉬워지는 경우가 있다고 여러 번 들은 것 같기도. 


회의를 잡아서 들어가 보면 항상 회의를 하는 사람들의 몇몇은 헬싱키에 없다. 그래서 스카이프로 접속해서 함께 회의를 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한때 핫했던 BBC 꼬마 난입 사건. 뉴스에서도 실시간 스카이프를 하는 세상에 삽니다, 우리가.


스카이프도 이제는 꽤 진화해서 그들과 대화를 하는데에 어려움이 별로 없다. (카톡 영상통화나 음성통화 음질을 생각해보셔요) 최근 했던 회의에서는 총 11명이 회의를 하는데 그중 4명이 독일, 스페인, 스위스, 이탈리아  각 나라에서 접속해서 회의를 했다. 스카이프로 회의를 할 때 재밌는 건 우리들만의 리액션을 우리끼리만 공유한다는 거다. 프레젠테이션을 화면으로 공유하면 우리는 얼굴이 아니라 목소리만 듣게 되는데, 누군가 저 멀리서 이상한 의견을 말한다던가 너무 말을 많이 하면 우리끼리 눈이 마주칠 때마다 표정으로 대화를 하기 시작한다. 

너도 안듣고 있었엉? 나듀 >< !!




이 나라, 저 나라 사정을 보다 보면 회의 시간 잡는 것도 일이야


이건 글로벌 회사를 다니는 직원이라면 누구나 경험하는 걸 테지만, 이렇게 회의를 하다 보면 서로 다른 문화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어느 나라의 공휴일이 언제인가 하는, 그리고 그들이 일하는 날짜와 시간이 어떻게 다른지. 그래서 회의 날짜 잡는 게 영 쉽지 않다. 핀란드에서는 이번 주가 아이들 ‘스키 방학’이라 일주일 정도 쉬는 사람들이 많아서 전체 회의를 뒤로 미루게 됐다. 

얼라들은 좋겠다 부럽다

(아이들이 방학이면 부모도 방학이어야 한다. 팀 사람들에 의하면 방학이 아니라 또 다른 노동이라지만) 


또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여타 중동 지역에선 금요일 토요일을 쉬고 일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일한다. 그러다 보니 회의 시간을 맞추는 과정에서 각 나라의 각종 명절과 일하는 문화를 알게 된다. 

잭슨오빠 가라사대 우리는 하나고 같은 얼라 아잉교




회의 시간도 그때그때 달라요. 하지만 세시 이후엔 노노.


점심시간이 비교적 자유로운 것처럼 회의 시간도 너무나 자유롭다. 이전 프랑스계 회사를 다닐 때에는 오전 8시 회의가 종종 있어서 너무 곤욕스러웠다. 사장님이 직접 베이커리에서 크로와상을 사와 아침을 주기도 했지만 빵맛보다 아침잠이 더 단 것. 여기에서는 여러 시간대에 미팅이 있는 편인데 오전 9, 10시에도 있고 심지어 점심시간대인 12시, 1시 미팅도 종종 있다. 12시 미팅일 때는 나같이 점심이 매우 중요한 자는 11시에 밥을 먹고 미리 준비를 하는 편이지만 아닌 분도 있는 모양이다. 지난번 12시에 미팅을 하고 나서는 한 매니저가 우리 이제 점심 먹을까?라고 묻자 동료 1: 어, 나 먹었는데. 동료 2: 음 나도. 동료 3: 나도 같이 먹었어. 그리고선 나를 쳐다보았지만 음. 나도. 그는 결국 점심을 혼자 먹기 싫다며 굶은 채로 또 다른 미팅을 하러 갔다. 이렇게 굶어서야 되겠냐며!!! 뭐라고 사 먹으라고 했지만 그는 나의 뱃속엔 또 다른 탱크가 있지. 훗. 하며 쿨내 풍기고 다른 미팅을 또 들어갔다. 

내겐 다른 탱크가 있지. 훗.

(그는 스타일이 살아있는 아주 멋진 엔지니어 아저씨다. 멋진 남자의 반은 유부남인 듯) 


그리고 4시가 되면 아이들을 데리러 가야 하는 학부모들이 (꽤) 많기 때문에 3시 이후에는 회의가 없는 편이다. 아이들을 데리러 가야 하는 일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회의 중에도 벌떡 일어나 나가도 이상한 게 아닌 분위기다. 하지만, 이것도 케바케다. 미국이랑 일하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오후 5시, 7시에도 화상 회의를 하곤 한다. 


 이전 한국에서 다니던 외국계 회사에서도 물론 외국 저편에 있는 사람들과 종종 스카이프로 회의를 진행하곤 했지만, 뭔가 이 회사에선 모든 게 너무나 자연스럽다. 아마도 반복적 경험이 만들어낸 안정적 분위기겠지. 지금 까지 여기에서 한 회의에서는 스카이프를 통해 같이 프레젠테이션이나 회의 내용을 공유해서 이야기하는 회의 방식이 주를 이뤘다. 다른 유럽 국가에 있는 사람과의 거리가 큰 의미가 없게 느껴진다. 실제 지리적으로도 크게 멀지 않아 시차가 많이 나지 않는 것도 한몫하는 것 같다. 하지만 물론 개인적으로는 직접 만나서 이야기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라고 믿는 편이고, 사실 사이버상으로 만난 직원들의 이름은 기억도 못한다. 그리고 기억하기가 어렵다. 그들이 내 이름을 기억하기 어려워하는 것처럼... 게다가 발음도 힘들다고.

https://youtu.be/XW5RGOAtVvs

NBA에서 활동하는 핀란드 농구 선수 Lauri Markkanen의 동료들이 핀란드 단어를 한번 발음해 보았어요.



호칭은 이름만 편하게



우리는 서로 이름을 부른다. 한국에서는 직급에 성을 붙여 부르는 문화가 있지만 이곳에서는 Mr, Ms를 붙이지 않는다. 편하게 서로의 이름을 부르는 게 보통이다. 보통 서양권에서 흔히 있는 일이지만 핀란드에서는 심지어 교수님에게도 우리는 그냥 이름만 부른다. 


개인적인 경험으로 비추어 봤을 때 프랑스, 미국에서도 이름을 부르면서 일하지만 사실 직급에 따른 계급이 느껴지는 분위기였다. 비교적 핀란드는 그런 계급이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서 한 번은, 팀 내 주도권을 갖지 못하는 사원급 팀원이 어떤 의견을 제시했는데 독일 담당자가 아주 떨떠름해하며, 네가 아직 그런 이야기 할 레벨은 아니지 않냐는 투로 말했다는 썰을 풀자 그 자리에 있던 다른 핀란드 동료들이 모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무언의 비판을 했던 기억이 난다. 사실 이건 독일뿐 아니라 내가 겪었던 프랑스, 미국, 한국 회사 모두 마찬가지였다. 어떤 특정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급’이 분위기상 존재하는 거다. 이에 비해 지금 다니는 회사, 특히 헬싱키 오피스에서는 비교적 자유롭게 서로를 부르고 의견이 있다면 편하게 제시할 수 있는 분위기다.


누구나 이럴 수 있다. 저의 의견을 말해불게요!!!


그래서 문제는 직급이 낮거나 그럴 위치가 아니라서가 아니라, 정말 생각이 없을 경우다. 사실 이것도 문제가 안될 수도 있다. 핀란드 사람들은 대부분 친절하고 예의가 바르다. 그래서 진짜 그들이 이걸 좋게 받아들였는지는 개인적으로 가끔 의문이 든다. Very nice가 과연 Very nice인가 싶은 거다.


영혼은 없다.

 살짝 nice인데 Very를 예의상 붙인 것 같은 느낌적 느낌. 좋은 게 좋은 거라지만 아닌 건 아닌 건데. ‘아니다’라는 표현을 하긴 하지만 에둘러 표현하기 때문에 가끔 명확하지 않을 때가 있다. 이렇게 서로의 관계를 생각해서 예의를 차리는 경우가 있다 보니, 사실 의견을 똑 부러지게 말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오히려 명쾌해서 개인적으로 대화하기가 훨씬 편하다. 그리고 나 또한 기회가 주어졌을 때 회의 사안에 대해 명쾌하게 내 입장을 말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야 한다. 사실 이 모든 건 일을 잘 하려면 어디에서나 마찬가지 같다.



넘나 활발한 피드백 타임


회의를 하고 나서 의견 공유도 굉장히 활발하게 이뤄지는 편이다. 이건 학교 생활에서부터 이어지는 ‘자연스러운 질문하는 분위기’가 영향을 많이 미치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학교에서도 어떤 강의를 하더라고 교수님이나 강연자가 처음 발표, 수업을 하기 전에 ‘질문이 있으면 언제라도 날 방해해도 좋으니 마음껏 질문해주세요.’라고 말한다. 그리고 학생들이 손을 하나둘씩 올리면 지목해서 질문할 수 있도록 한다. 물론 질문이 하나도 없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대체로 하고 싶은 말이 있거나 덧붙이고 싶은 정보가 있거나 이상한 부분이 있으면 자연스럽게 손을 들어 말하는 사람들이 정 말 많다. 이곳에 와서 통역할 기회가 여러 번 있어서 초등학교를 비롯한 고등학교까지 수업을 참관할 수 있는 경우가 있었는데 수업 시간에 아이들이 손을 들고 기다렸다가 기회가 주어지면 질문을 하거나 코멘트를 다는 게 아주 자연스러웠다. 이런 교육환경이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닌가 싶다. 긍정적인 부분이다. 하지만 가끔은 너무 활발하게 회의 피드백을 주고받아서 이제 그만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시끄럽고 결론이 안나.


아잇 그만 그만하자고 그만 그만 그만


지금 하는 일의 특성상 회의를 자주 해야 하는 편인데 (내 달력은 온통 회의로 칠…) 그러다 보니 내 일 할 시간이 부족하다. 모든 걸 만나서 회의를 하면 좋긴 하지만, 이런저런 회의에 나를 계속 부르면 가끔은 영혼이 가출해있다. 




회의가 좀 줄어들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들의 이름을 언젠간 외우겠지. 언젠간 그들을 그때 저 끝에 앉았던 말 잘하는 미국인 아저씨, 그때 표범무늬 안경테를 쓴 금발 단발머리 아주머니, 저번에 스위스로 휴가 일주일 동안 간다고 했었던 영국 사람 이렇게 표현하지 않겠지... 이름 외우기가 왜 이렇게 힘든 걸까.



헬싱키의 어떤 회사의 회의 편

핀자 씀.


*늦었지만 구정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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