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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inja Feb 28. 2022

헬싱키 회사원이 체감하는 우크라이나 러시아 전쟁

21세기에 이런 전쟁이 가능하다니




세계에 역병이 돌아 고향땅 밟기 힘들어진 지 2년이 넘어가는데 이제 좀 나아질 기미가 보니 전쟁이 터졌다.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러시아 때문에 유럽 대륙 전체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민주주의 바탕으로 대통령을 선출한 국가에 옛 땅을 찾겠다는 주장으로 군대를 이끌고 침략해버린 러시아의 행동에 다들 화가 단단히 난 상태. 그리고 매우 걱정이 되는 상태.


‘설마’가 사람을 잡아버린 이 상황. 



핀란드는 러시아 최대 접경 국가로 러시아를 바로 맞대고 있는 이웃국가다. 역사로 따지면 한반도 못지않게 기구한 역사를 가지고 있는 핀란드는 원래 600년 넘게 스웨덴 왕국 영토의 일부였다가 1809년 러시아가 스웨덴을 격파하면서 그 전리품으로 100여 년 동안 러시아 통치 하에 있었다. 그러다가 1차 세계대전에서 러시아의 제정이 혁명으로 붕괴되면서 소비에트 러시아가 되고 독일과의 조약을 바탕으로 핀란드가 독립하게 된다. 그리하여 핀란드의 국가로서 역사는 사실 100년이 조금 넘는다. 


지난 2017년이 핀란드 국가수립 100주년이었고 핀란드 대표 브랜드 파제르 Fazer를 포함 다양한 곳에서 기념 제품을 출시했다. 


구소련이 핀란드를 포기 못해 침공해 겨울전쟁을 치르긴 했지만 핀란드의 의외의 선방에 굴복하고 일부 영토를 뺏기는 데에 그친다. (이후에 이 땅을 찾으려고 했지만… 실패) 이러한 역사적 배경으로 역시나 핀란드는 러시아에 대한 감정이 그다지 좋지는 않다.

핀란드 대통령 사울리 니니스토 Sauli Niinistö와 푸틴.


이후 제3세계 중립국이 된 핀란드는 세계 대전 이후 구소련의 팽창주의와 군사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군사적 동맹으로 창설된 나토 NATO (북대서양 조약기구)에도 가입되어있지 않다. 러시아는 본국과 국경을 맺고 있는 국가들이 나토에 가입하는 것을 절대 눈뜨고는 못 보고 있는 바, 북유럽 국가들 중 핀란드와 스웨덴 (스웨덴도 아주 조금 러시아와 접경 지역이 있다) 이 나토에 미가입 상태다.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스웨덴, 핀란드 내부에서는 더 늦기 전에 나토 멤버국이 되어야 하지 않겠냐는 여론이 일고 있다. 핀란드에서는 나토 가입 신청에 대한 국민투표를 요구하는 시민 발의안이 의회에서 검토를 위해 필요한 50,000명의 서명을 통과했다. 이를 알아챈 러시아는 대놓고 나토 가입을 시도하려다간 우크라이나와 똑같은 꼴을 당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마리아 자하로바 Maria Zakharova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지난 금요일 기자회견에서 핀란드가 나토에 가입할 경우 "심각한 정치적·군사적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사실 실제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략을 하기 전까지는 다들 ‘설마’하는 분위기였다. 바이든이 러시아의 침략 일자를 예상했던 뉴스가 나오던 시각, 나는 우연찮게 뉴스를 보고 이러다간 진짜 전쟁 나겠다며 걱정을 했었다. 당시 친구들과 코티지에서 차를 마시고 있었는데 다들 우리가 북한 보듯 하는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그러다가 러시아의 직접적인 공격이 시작되면서 분위기는 제대로 반전이 됐다.


지난 주말, 대한민국 대통령 재외국민 선거가 이미 시작되어 투표를 하기 위해 대사관을 찾았는데 가는 길에도 심심치 않게 우크라이나 국기나 전쟁 반대 피켓을 든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었고 주말 이틀 내내 도심에서는 대대적인 시위가 진행됐다.


Yle.fi


한국처럼 아직도 병역 의무 시스템이 유효한 핀란드에서는 이렇게 전쟁이 지속되면 핀란드가 언제 그 타깃이 될지 모르고 그렇게 되면 남자들은 모두 징집되지 않겠냐는 불안감이 조성되고 있다.


러시아 영공을 제재하는 국가가 늘어나면서 미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에서 러시아에 있는 교포들에게 러시아 밖으로 나갈 것을 독려하고 있다. 핀란드에서 운행 중인 러시아, 아시아행 핀에어 항공기들은 연달아 취소가 됐다. 냉전 관계가 지속되면 한국과 유럽을 오가는 비행기가 얼마나 남게 될까.


전쟁 닷새째인 오늘은 각종 경제적 제재로 러시아를 조이고 있고 핀란드 내 슈퍼마켓을 포함한 생필품 기업들은 러시아 제품들을 진열대에서 빼고 있다. 핀란드 내 주류를 독점하고 있는 Alko에서도 러시아 제품에 대한 보이콧을 시작했다. 돈줄을 막기 위한 SWIFT제재 후 수출입을 막고 있고 이는 우리가 매일 접하는 슈퍼마켓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나랑 같이 일하는 우리 팀의 막내 인턴은 우크라이나 사람이다. 

카자흐스탄 남편과 함께 핀란드에 공부를 하러 왔고 이후 일하면서 지내고 있다. 현재 가족들이 모두 우크라이나에 남아 있고 전쟁이 일어나고 있는 수도와 거리가 꽤 먼 서쪽에 위치한지라 아직까지는 가족들이 피난 가지 않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한다. 내 가족들이 위험에 처해 있는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으니 뉴스를 계속해서 새로 고침해서 보느라 정신이 없는 게 눈에 보인다. 전쟁을 간접적으로 체험하는 나도 긴장이 되는데 내 가족들이 전쟁국가에 있다면 정말 정신이 없을 것이 뻔하다. 기도를 해주겠다는 말밖에 해줄 수 없어 마음이 애가 탄다.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2월 26일 전투 후 키예프에서 불발탄을 수색하고 있다. 사진: 세르게이 수핀스키 / AFP


내 친구의 동료 중 우크라이나에 있는 사람들은 지난주부터 방공호를 오르내리느라 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고 한다. 가족들을 떠나 국가를 위해 싸우러 간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현재 소셜미디어 채널에 올라오고 있는, 울면서 작별인사를 하는 자원입대하는 군인들과 그의 가족들을 보자면 마음이 너무 아프다.


영상: https://twitter.com/AvivaKlompas/status/1496915617542250496?ref_src=twsrc%5Etfw%7Ctwcamp%5Etweetembed%7Ctwterm%5E1496915617542250496%7Ctwgr%5E%7Ctwcon%5Es1_c10&ref_url=https%3A%2F%2Fwww.itv.com%2Fnews%2F2022-02-25%2Ftearful-goodbyes-as-ukrainians-families-leave-loved-ones-and-homes-behind


자칫하면 세계 대전으로 번질 수도 있는 상황. 더 이상 상황이 악화되기 전에 러시아가 전쟁을 포기하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우크라이나에 재정적 지원을 해주고 우크라이나 피난민들을 위해 도움의 손길을 전하는 것. 다양한 사이트에서 기부를 받고 있다. 


믿을만한 사이트를 두 곳 적어둔다.

타임지에서 이야기하는 '현재 우리가 우크라이나를 돕는 방법' (크롬 번역기 사용 추천)

https://time.com/6151353/how-to-help-ukraine-people/

우크라이나 현지인 동료가 알려준 우크라이나 부대 / 펀드 지원 동참하는 곳 (언어 선택 가능- 영어, 크롬 번역기 사용 추천)

https://savelife.in.ua/ 



종전을 기원하며 이번 글을 마친다.


핀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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