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만나면 빠트리지 않고 가는 카페에 왔다. 둘 다 카페인 찌질이라, 카페인이 들어가지 않은 음료를 각자 신중히 고른다. 음료를 가운데 두고 마주 앉아 대화를 시작한다. 너와 나의 가벼운 근황으로 시작해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끔찍한 범죄자의 이야기, 함께 아는 지인의 소식, 그리고 조심스레 나의 이야기를 꺼내놓기도 한다. 그런데 그럴 때마다 무의식적으로 툭툭 튀어나오는, 너의 찰나의 표정이, 그 웃음이 무섭다. 지금 네가 하는 말과 반대되는 진실을 표정이 말해주고 있다. 너는 꽤 자주 너의 진짜 얼굴을 보여주고 있단 사실을 전혀 모르는 것 같다. 나 역시 굳이 알고 싶진 않지만, 외면하기에 너무나 노골적으로 튀어나와, 나를 당황하게 하는, 너의 그 찰나의 표정에 담긴 진심이 두렵다. 그렇게 오늘도 너는 내게 멀어져 가고, 내가 꺼낼 이야기도 사라져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