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촌형부가 해주었던 말이 있다.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제대로 알아가는 시기는 서른 이후부터라고. 그전까진 마냥 사람이 좋고, 보고 싶을 때 보면 되지만 서른쯤부터는 각자의 삶과 가정이 중요해진다고 했다. 거기다 나이가 들수록 사람이 변하는 속도도 빨라지면서 자연스레 서로 소홀해지고 멀어질 일이 많다고 했다. 조금씩 그 말을 알아가고 있다. 누구보다 잘 안다고 생각했던 가까운 사람들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고, 변화를 느껴가는 요즘이다. 그러면서 하나, 둘 실망하는 사람이 늘어났다. 왜 실망을 하게 될까 생각해보았다.
그러다 나의 문제를 하나 발견했다. 어떠한 상황 속 상대의 반응을 오직 나의 기준대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것이다. 나 같으면 저렇게 말하지 않을 텐데, 나 같으면 진심으로 관심 가지고 응원해줄 텐데, 나 같으면 함께 마음 아파하며 위로의 말을 건넬 텐데 등 항상 그래 왔다. 내가 생각한 반응이 돌아오지 않으면 그것에 연연하고 상처받기 일쑤였다. 내 마음을 찰떡같이 알아주고 진심으로 통하는 사람은 없는가 싶었다. 세상의 수없이 많은 사람만큼 같은 상황에서도 말과 행동이 달라질 수밖에 없음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내 생각이 곧 바람직한 답이라 믿고 그들을 평가했다. 나 자신도 완벽하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의 완벽함을 바란 것이다.
최근에 인식하고 노력 중인 부분이라 생각이 잘 정리되진 않는다. 앞으로가 중요할 것이다. 나 자신도 누군가에겐 절대 이해 못 할 한 사람이 될 수 있단 걸 알고, 내 기준대로 상대의 반응을 바라는 기대를 내려놓으려 한다. 그래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덤덤해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