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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ansGoog Feb 04. 2022

명절, 막걸리, 설거지

나열한 단어들의 편견과 바뀌는 지금

어제 장모님이 정말 정성껏 싸주신 명절 전과 집 근처 막걸리 가게서 사온 막걸리 한 병을 다 비우고 숙취로 좀 일찍 깨서 앉아있자니 이 세 개 단어가 생각났다.


명절, 막걸리, 설거지.


이 세 단어는 엄마를 자동으로 기억하게 하는 단어다. 아픈기억이 정말 많은데 언젠가 쓸 날이 있겠다 싶어 저 단어 세개를 가지고 세 문장을 만들어 볼 생각이다.


'엄마는 늘 갔다, 그래도. 명절은 어떤 인간들이 만들었는지 아주 어린 시절에도 덜그덕 거리는 통일호를 타고 생전 못내려갔을법한 도시에 한 아이는 손에, 한 아이는 등에 들처업고 갔던 명절이 몇 차례였으며 좀 더 큰 다음  늘 돌아오는 차에선 아버지라고 불렀던 인간과 엄마가 늘 싸우는 장면이 떠오른다.'


'막걸리는 늘 아버지라고 불렀던 인간이 인사불성으로 먹고와서 집이 풍비박산 나던 술이어서 내가 대학 처음 갔을때 처음 받아든 그 술을 가만히 보다가 입 하나 안대고 나왔던 기억이 있다.'


'늘 엄마는 설거지를 밥을 먹고 바로 하는 편이었다. 늘 그게 이해가 안됬다. 밥하는데도 늘 정신 없을텐데 자신이 쉬려면 그냥 좀 두고 아침에 해도 될것을 말이다 라는 내 생각이 컸다. 앞치마 두르고 안경쓰고 있던 엄마가 떠오른다. 마지막 쓰러지시기 전에 기억한 모습이 광주 가려간다는 아들 추석 명절음식 싸주는 뒷모습이었다. 좀 안아드릴걸 싶어 사무친다.'


엄마가 하늘나라도 떠난 후 나의 삶의 패러다임, 삶 전체에 지배하는 지향성이 완전히 달라졌다.


엄마는 늘 '다음엔 잘될거야, 오늘은 힘들어도 내일은 괜찮을거야' 라고 말했다. 늘 그 다음이라는 말을 하며 웃던 엄마에게 당당하고 싶었고 늘 그리웠다. 처음 떠나던 고등학교 시절부터 말이다.



- 저장되있던 부분 까지 그대로 올립니다, 작성된 날짜는 2019년 추석 즈음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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