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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듬 Jan 30. 2024

장욱진

가장 세련된 방식으로 다정한 이야기

덕수궁미술관을 향해 걷는다.

광화문에서 시청방향이다.

거리는 대혼돈환장파티다.


시끄럽게 해 주마고 단단히 벼르는 큰북과 작은북이

시위대보다 먼저 자리한 애국집회준비현장,

하얀 의자가 깔리고

파란 의자가 깔리고

문도 죽여라

윤도 죽어라

이승만찬양피켓이 깔리고


더운 나라에서 온 관광객들이

시대가 다소 떨어진 오리털점퍼를 입고

서둘러 걷는다.


저것이 일과이며 휴식이며 본업이며 철학이라면

누가 막을 수 있느냐 개탄을 한다.


덕수궁에 입장하면 그 모든 시대유감은 소멸한다.

나무와 정원과 이런저런 궁들이 정답다.


양주에 장욱진 간 적이 있었다.

빛이 잘 드는 날 가야 하는 곳,

덕수궁에는 사람이 북적 사방에서 어깨를 쳐댄다.


단순한 구도와 간명한 대상들.

사람들은 집에 낑기듯 함께 붙었고,

표정은 익살스럽다.

새는 네 마리씩 붙어 날고

개 한 마리는 늘 자유롭다.

해와 달은 제 본성을 지키며 늘 공존하고

둥근 나무가 세상전체를 조망하며 배경으로 존재한다.


끝없는 변주와도 같다.

대단하고 그럴싸한 철학을 읽으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

빚을 다 갚은 후에는 나를 좀 크게 그린다.

눈도 좀 흘긴다.

좀 잘난 체한다.

분명 현대미술인데 아주 오래된 이야기다.

내 가족과 아이와 곁에 함께 사는 동물들이다.


더없이 평화롭고 익살스럽다.

나를 이기고 다지고 설득하다가 즐겁게도 하고 슬프게도 하는 끝없는 그림그리기다.


장욱진은 제법 많은 유화작품을 남겼다.

자기가 하는 행위를 사랑하는 자,

영원한 승자다.


그렇다면 별 수 없다.

애국보수를 참칭하는 자들을 주저앉힐 길은 없다.

기다려야 한다.

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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