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기념일이다.
10년 이후로는 뭐 셈하지도 않아서 부정확하다만,
올해는 굴마가 먼저 알아챘다.
결혼은 순간마법 같은 것이라,
어떤 이유 때문이 아니라 그 마법에 의해 굴러간다.
운명이나 절절함이 아닌
적절한 바로 그 순간,
우리는 모든 면에서 다른 점도 많았고,
또한 미숙한 삶들을 그럭저럭 꾸려가다가 만났다.
무엇보다도 선호하는 활동들이 동일하다는 면에서
합체한 걸까?
초고도기술은 아니지만 화목난로같은
다정함으로 나름 정의롭게 때론 적당하게
나란히 앉아 잔을 채우고,
합의하에 라면을 세 개 끓여 나눠먹는다.
각자의 말을 잠자코 들어줄 모래시계도 있고
같이 걸어갈 길도 아직 많으니 더할 나위 없다.
얼핏 보면 나의 자매와도 같은 굴마씨,
앞으로도 많은 일을 잘 부탁해.
#개인적으로 나는 /결혼기념일 그냥 지났다고/ 투정하는 일은 반칙/이라고 생각한다. 결혼은 두사람의 일, /둘이 함께 기념하면 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