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독>을 읽고
책을 읽는 내내 떠오르던 사자성어가 있었다. 바로 '불광불급(不狂不及)'. 무언가에 미쳐야만 어딘가에 미친다는 뜻을 가진 이 사자성어는 대학교 때 좋아하던 교수님께서 쓰신 책의 제목이기도 하다. (그분께서는 나에게 좋아하지 않는 학점을 주시긴 했지만)
이 책은 18세기를 살았던 조선 시대의 지식인의 이야기를 다루는데, 남들이 뭐라 하든 말든 본인이 좋아하는 것에 깊이 빠져든 매니아들에 대한 이야기다(신발에 미친 슈독처럼). 이 중에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정약용이나 홍대용, 박지원 같은 사람도 있고 난생 처음 들어보는 사람들의 이름도 더러 있는데,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인 사람은 '이옥'이라는 사람이었다.
이옥은 담배에 미친 사람이었는데, 1810년에는 담배에 대한 사랑을 '연경'이라는 책으로 엮어낸다. 담배에 대한 모든 것을 집대성한 이 책에는 담배 원산지나 종류에 대한 정보뿐만 아니라 담배와 연기에 대한 철학까지 풀어내는데 담배 연기를 통해 조선 시대의 국교였던 불교 철학을 꼬집고 비판한다. 담배에 미친 그는 담배 연기를 통해서 종교 철학까지 이를 수 있었을 것이다.
다시 <슈독>으로 돌아와, 나이키의 이옥을 꼽자면 단연 바우어만 코치가 아닐까 한다. 물론 나이키를 만들어간 슈독들 전부 신발에 미친 사람들이지만 개인적으로는 필 나이트보다 바우어만 코치에 더 눈길이 간다. 이옥이 담배 연기에서 절의 향 연기를 연결지었던 것처럼, 달리기에 미친 바우어만은 식사 자리에서도 와플 기계를 보며 신발 밑창을 떠올릴 수 있었을 것이다. 높은 자리에 있음에도 끊임없이 고민하고 연구하고 실험하는 그의 모습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어쩌다 보니 슈독에 대한 내용보다 다른 책에 관한 이야기가 더 길어진 것 같지만, 결국 미친 사람들만이 미친다는 점에서 18세기 조선 시대나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이나 본질은 같지 않을까? 긴 과정에서 슈독들을 모으고 이 사람들을 책임진 필 나이트의 역할이 컸겠지만 미친 사람들이 한두 명이 아니라 여러 명이 모였는데 나이키가 성공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은 처음부터 말이 안 됐을 지도 모르겠다.
자 그럼 이제 책을 덮은 나에게 물을 차례다.
'나는 무엇에 미쳐있을까?'
'나도 미칠 수 있을까?'
'정말 미치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