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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해 Jan 29. 2023

인생 첫 미국땅을 밟다

더할 NY 없었다_01


버스나 비행기 같은 이동 수단에서 유독 잠에 못 드는 편이다. 오랜만에 해외여행 간다는 설렘 때문에 전날 잠을 뒤척였기에 이번에는 비행기에서 푹 잘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지만, 그냥 기대로 끝나는 바람일 뿐이었다. 옆에 앉은 정혁이는 이륙도 전에 잠이 들었건만 나는 경유지인 샌프란시스코까지 한숨도 못 잤다.


예전에 <라디오 스타>에 양세형이 나와서 두바이 가는 내내 김국진이 잠을 안 자고 화면 이동경로를 보고 있어서 충격받았다고 그랬는데 나도 똑같이 그랬다. 이동경로대로 잘 가고 있나 구경하고, 속도가 어느 정도로 날아다니고 있나 체크해보고, 비행기 아래에 있는 땅들의 지명들을 읽어보고, 창문 너머 시시각각 변하는 하늘을 구경했다.



무엇보다도 시간을 잘 가게 해 줬던 건 <호빗> 시리즈였다. 1편 <뜻밖의 여정>과 2편 <스마우그의 폐허>를 보고 나니 어느새 샌프란시스코에 도착! 입국 심사 줄이 참 길었다. 질문을 덜 할 것 같은 인상 좋은 입국심사원에게 심사를 받았는데 이것저것 많이 물어보셨다. 영어 회화 공부한다는 마음으로 어설프게 다 대답하고서 나와보니 샌프란시스코의 뜨거운 하늘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주변에 보이는 모든 표지판에는 온통 영어 투성이. 살면서 처음으로 와본 미국! 드디어 도착한 샌프란시스코 땅에 잠시 발자국을 쾅 찍고는 얼른 라운지로 가서 커피를 마시며 피곤함을 달랬다.


9월 9일 : 미국 도착! (샌프란시스코 > 뉴욕)


미국 안녕!!


경유 대기 시간은 길지 않았다. 뉴욕으로 가는 동안에라도 잠시 눈을 붙이고 싶었으나.. 역시나 이번에도 잠은 오지 않았다. 하지만 나에겐 호빗이 있었다. 호빗 시리즈의 마지막 편인 <다섯 군대의 전투>를 보고 이것저것 정리하다 보니 뉴왁 리버티 공항에 도착!!


플로리다에서 출발한 선재도 마침 비슷한 시간에 공항에 도착해 있었고, 금방 만났다. 2년 만에 만났지만, 친구들과 있는 단톡방에서 매일 수다를 떠니까 어제 본 것 같은 기분. 소통이 단절되어 있다가 2년 만에 만난 거라면 이것보다 훨씬 더 반가웠을까? 아니면 늘 연결되어 반가움을 덜 느끼는 것이 더 좋은 걸까? 초연결 시대에 놓인 딜레마.


그래도 무진장 반가워!


늦은 시간에 뉴왁 공항에 도착하는 예정이었기 때문에 이날 숙소는 공항 근처 호텔로 예약해 뒀었다. 호텔에서 운영하는 셔틀버스가 있었는데 코 앞에서 한 대를 놓치고.. 30분 기다렸다가 그다음에 오는 셔틀을 탔다. 지방공연을 다니는 듯한 덩치 큰 아저씨 밴드 무리와 함께 버스에 탔는데, 함께 트렁크에 짐 싣는 걸 돕다가 기사 아저씨가 캐리어 손잡이에 손이 살짝 끼는 작은 소동(?)이 있었다. 바로 옆에서 아저씨가 "FUCK!!!!"하고 소리 지르는데 괜히 내가 잘못한건가 싶어 조금 쫄았다. 뉴욕에서 미국인에게 처음 들은 단어가 욕이라니! 아저씨의 엄살 섞인 그 욕은 평생 못 잊을 것 같다.



다음날 일찍 일어나서 뉴욕 시내로 이동하고, 낮에는 돌아다니다가, 저녁에는 테니스도 보러 갈 일정이 기다리고 있었으니.. 오자마자 씻고 잤다. 사실 오랜만에 만났는데 바로 자는 건 아쉬워서 맥주 한 캔씩 먹기로 했었는데 호텔에서 맥주를 안 팔고 있었다. 그 덕에 푹 잤으니 오히려 잘 된 일!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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