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아침, 맨 앞자리가 비어 있었다.
늘 가장 먼저 와서 제일 열심히 하던 개발자 출신 에이스. 결석이었다. 며칠 수 우리는 그가 중학교 디지털 튜터로 취업했다는 걸 알았다. 짧은 인사말, 그리고 퇴장. 답장을 칠 틈도 없었다.
배려였을 것이다. 혹시 본인의 취업 소식이 한창 수업 중인 반 분위기에 방해가 될까 봐 염려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 수업의 목표는 ‘취업’이고, 그녀의 취업은 너무나도 축하할 일이었다. 게다가 우리 반 에이스였기에 그녀의 취업은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녀의 갑작스러운 퇴장은 한동안 단톡방을 고요하게 만들었다. 강의실에는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디지털 튜터. 코로나 이후 학교마다 디지털 기기가 쏟아지면서 생긴 자리. 디지털 기기 관리, 온라인 학습 도구 운영, 수업 보조 혹은 수업 진행. 2025년 기준, 디지털 튜터는 전국 3,000여 개 학교에 배치돼 있고, 보통 2월부터 채용이 시작되어 3월 이후로 학교에 투입된다. 방학은 빼고, 연말까지 일한다. 기간제다.
얼마 후, 또 한 명이 취업 소식을 전했다.
놀라운 일이었다. 6년 전 중국어 강의를 마지막으로 일을 쉬어온 분이었다. 언변이 좋고 자신감이 있었지만, 코딩은 그녀에게도 낯선 분야였다. 면접에는 여러 명이 왔었다고 했다. 그런데 그녀가 붙었다.
비 전공자가. 이 수업을 듣고.
희망적이었다.
이후 동기들은 디지털 튜터 공고가 나올 때마다 함께, 혹은 개별적으로 면접을 다니기 시작했다. 나는, 나만 빠졌다. 기기관리라니. 가당치도 않았다. 내 스마트폰 관리도 못하는 나였다. 처음부터 내 얘기가 아니었다.
지원서를 쓰고, 면접을 보고, 탈락하고, 다시 넣는 그들을 보면서 조바심보다는 신선하다는 생각과 함께 호기심이 일었다.
뭐야, 이 사람들. 정말 진심이었잖아?
고무적인 현상이었다. 나는 그들을 순수하게 응원했다. 그러면서 조용히 생각했다. 그런데 나는 어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