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 시구아나

밤의 그녀, 라 시구아나

by 정현철

온두라스의 전설 **“라 시구아나(La Siguanaba)”**를 현대적으로 각색해 보겠습니다. 아래는 청소년부터 성인까지 읽기 좋은 현대판 도시 괴담 스타일의 단편 동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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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그녀, 라 시구아나〉


도시는 늦은 밤이면 또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그중에서도 한강 다리 밑, 혹은 인적 드문 골목 어귀에선 종종 이상한 소문이 돌았다.


“밤에 혼자 걷다 보면, 누군가 당신을 부를 수도 있어.

절대 뒤돌아보지 마. 그게 시구아나야.”


요즘 20대 청년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퍼진 괴담이었다.

하지만 다들 웃어넘겼다. 바쁜 세상, 괴담에 놀랄 여유도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11시를 넘긴 시각.

유튜브 스트리머 하비는 괴담을 콘텐츠로 찍기 위해 다리 밑에 삼각대를 세웠다.

“전설의 시구아나를 찾아서~ 진짜 나오면 구독 100만 가즈아~”


그렇게 한참을 촬영하던 도중이었다.

카메라에 이상한 것이 잡혔다.

멀리서 긴 머리의 여자가 서 있었다. 등만 보인 채.


하비는 웃으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와~ 시민 분 등장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혹시 촬영 괜찮으실까요?”


여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아주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날… 알아볼 수 있겠어?”


하비는 이상함을 느꼈지만, 장난인 줄 알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여자가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하비는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그 얼굴은 사람이 아니었다.

긴 말처럼 찢어진 입, 꺼진 눈동자, 검게 번진 눈물자국.

그리고 계속 반복하는 말.


“날… 진짜 사랑할 수 있었어?”


그날 이후 하비는 방송을 접고 사라졌다.

친구들 말로는, 어느 날부터 자꾸 뒤를 돌아보는 습관이 생겼고,

혼잣말로 누군가의 이름을 중얼거렸다고 한다.


“그녀는 날 시험한 거야. 난… 실패했어.”


그리고 그날 밤.

다리 밑에서 또 한 명의 청년이 실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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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교훈


겉모습만 보고 누군가를 판단하지 마세요.

누군가의 진심을 시험대에 올려놓은 순간, 그 시험은 당신의 것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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