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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흔 너머 Jun 13. 2024

엄마 닮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딸에게 엄마란 #아이에겐 내가 위인전

내가 생각하는 '멋진' 사람이 무엇인지
나는 정말 그렇게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고 있는지
그 과정에서 후회하기도 하고 스스로 뿌듯해하기도 했던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멋진 엄마로 사는 것인지

멋진 엄마 되기를 기록으로 남겨보려고 한다. 


엄마가 되니 엄마가 더 생각난다


이 글을 읽는 사람이 아빠라면 좀 서운하실 듯하다.

엄마들에게는 엄마들만이 이해할 수 있는, 연대할 수 있는 어떤 끈 같은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직접 낳든 마음으로 낳든 상관없이 누군가에게 엄마라는 이름으로 불린다면 말이다.


엄마가 되고, 엄마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나서 딸들은 그제야 생각한다. 나의 엄마를. 

내 삶을 통틀어 아마도 내가 가장 닮은 여성일 나의 엄마는 떼어낼 수 없는 그림자같이 느껴진다.

내가 나이가 들면 저 자리에 나도 주름이 생길까?

살이 붙고 무릎이 아파지며, 마흔 너머에 선 딸에게 여전히 하실 잔소리가 남아있을까? (아, 나는 잔소리할 아들만 있구나...)


아이들이 무심코 한 한 마디, 행동 하나에 상처를 받을 때면 또 생각한다. 나도 그랬었지, 엄마한테.

나의 중학교 시절은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책을 주워 삼키던 때였다. 

어떤 책엔가 "엄마처럼 살지 않을 거"라던 말을 본 것 같다.

나도 이 말을 내 엄마에게 했던가?

"넌 엄마처럼 살지 마"라는 말을 엄마에게 나는 들었던가?

기억이 퇴색되고 왜곡되어 모르겠다. 

에이, 설마 내가 엄마한테 그랬겠어? 싶으면서도 반항기 가득했던 그 시절의 나는 그랬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갑자기 마음이 아파진다.

엄마가 되어, 어른이 되어 생각해 보니 농담으로라도 그 말은 해서는 안 되는 말이었다. 

엄마에게도 내게도 그건 부정이다.


나는 엄마보다 더 좋은 교육을 받았고 더 많은 세상을 경험했다. 

더 좋은 음식을 먹고, 더 좋은 환경에서 자랐다.

아마 엄마의 시대와 나의 시대가 달라 그랬을 거다. 

거기에 엄마의 의지가 쌓여 내 어린 삶이 만들어졌다.

엄마는 엄마처럼 살아서 나 같은 딸을 키워내셨다.

나는 엄마가 엄마처럼 살아서 남긴 증거 같은 존재다.


나의 엄마는 늘 꿈꾸는 분이다. 

나로부터 내 주변의 공동체가, 거기서 더 나아가 사회를 바꿀 꿈을 꾸고 계신다.

어릴 땐 그냥 그런가 보다 듣기만 했는데 어른이 되고 보니 참으로 장대한 꿈이다.

나도 이제 컸다고 자꾸 거기에 잔소리를 얹고 싶어 진다.

아니 그걸 이루려면 당장 눈에 보이는 뭐 하나 시작해야 하지 않냐고, 엄마는 너무 이상주의자 같다고 타박하면, 뭔가를 하고 계시단다.

생각해 보면 내가 어렸을 때 들었던 엄마의 계획과 꿈이 수십 년이 지난 지금 점점 더 살이 붙어나가고 있다.


꿈꾸는 유전자가 존재한다면 나는 딱 그걸 엄마로부터 물려받았을 거다.

나는 나의 몽상가적인 이상과 독특한 관점에 자부심을 느낀다.

나도 엄마처럼 아직 이루지 못한, 언젠가는 이룰 거라고 믿는 꿈을 여럿 꾸며 산다. 

아마도 누군가 내 머릿속을 들여다본다면 내가 엄마에게 했던 그 잔소리를 똑같이 할지 모르겠다. 

엄마를 닮아, 엄마처럼 살고 있어 다행이다.


엄마처럼 살고 싶어요. 엄마를 닮고 싶어요.


그래서 내 삶의 목표를 쓰라고 한다면 나는 주저 없이 이렇게 쓸 것이다.

"아이들이 닮고 싶은 삶을 살자".


실제로 매년 몇 페이지 쓰다 마는 다이어리 맨 앞장에 그렇게 쓰곤 했다.

다이어리의 세세한 계획과 목표를 세우고 또 조정해 가며 사는 것은 내게 퍽 어려운 일이다.

다만 내 인생의 저편 끝에 다다를 때엔 아이들이 닮고 싶은 인생을 살아왔길 바란다.

이것이 내가 생각한 '멋짐'이다.


솔직히 말하면 무언가를 선택할 매 순간, 내뱉는 말 한마디, 손길 하나마다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을 자신은 없다. 당장 내 감정에 치우쳐 버럭 화를 내는, 아들 둘 둔 흔한 엄마 같은 태도만 해도 잠든 아이들 모습을 바라보며 후회하곤 하는데...... 

어쩌면 늘 강직하고 바른 길만 걷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내게 이득이 되는 선택을 우리를 위한 거야, 내 가족을 위한 거야, 다들 그렇게 살잖아? 하는 합리화로 묻어버린 일이 있었을지도. 

약간 때는 묻었어도 그래서 때론 이불킥에 몸부림치는 밤이 있더라도, 중요하고 결정적 순간엔 제대로 선택을 하는 사람.

나는 그런 사람이라는 믿음을 부모님께 줄 수 있는, 부모님에게 부끄럽지 않은 딸.

그래서 아이들이 닮아가고 싶은 그런 멋진 엄마!


아이들에게는 내 인생이 위인전일지도


나 때는 어릴 적 위인전을 많이 읽었던 것 같은데 요즘은 좀 다른 것 같다.

우리 때보다 위인의 범주가 더 넓어진 것도 같고, 위인전이라고 60권, 100권 전집으로 사서 마르고 닳도록 읽는 것이 아니라 그때그때 알고 싶은 유명인의 전기(만화?)를 골라 읽는 것이 트렌드 같다. 

위인들의 어린 시절 또한 좀 더 현실적으로 묘사된 느낌이다. (음, 이건 어른의 눈으로 보아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위인전의 허들이 좀 낮아졌다는 사실!

원래 어릴 땐 엄마 아빠가 세상에서 제일 위대한 사람이 아닌가?

뛰어나고 위대한 사람. 위인에 대한 굉장히 주관적이고 자의적일 수 있는 정의. 

따라서 내 인생은 아이들에게 또 한 명의 위인전일지도 모른다.


둘째 아이가 지나가는 말로 이런 말을 했었다.

자기도 손흥민, 음바페, 박지성, 메시처럼 Who 시리즈에 나왔으면 좋겠다고.

일단 나부터 아이들의 위인전이 되어보자.

진정으로 성공한 삶이었다 뿌듯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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