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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흔 너머 Jun 09. 2024

사랑한다는 말을 표현할 수 있는 사람

#엄마 사랑해요 #나도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삶의 모든 색

내가 생각하는 '멋진' 사람이 무엇인지
나는 정말 그렇게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고 있는지
그 과정에서 후회하기도 하고 스스로 뿌듯해하기도 했던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멋진 엄마로 사는 것인지
멋진 엄마 되기를 기록으로 남겨보려고 한다. 


전화를 끊을 때 하는 말, 시도 때도 없이 하는 말


사랑해!


아이는 전화의 마지막에 꼭 "사랑해요~"를 달콤하게 말한다.

귀가 녹는다. 

나도 답장을 한다. 

"엄마도 사랑해~"

가끔 사람이 가득한 지하철에서 큰아이와 통화를 잠깐 하고 끊을 때면 살짝 부끄러울 때가 있었다. 

사랑한다는 말을 하는 것이 부끄럽다니, 아직 멀었다.


핸드폰을 사주고 나서는 이제 문자로도 사랑 배달이 온다.

핸드폰을 사주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뜬금없는 시간 "사랑해요"라는 문자가 왔다.

깜짝 놀라 무슨 일이 있냐고 물어봤다. 

아무 일도 없단다. 

앗, 이렇게 맥락 없이 사랑한다고 말할 수가 있나? 

신랑과 연애를 할 때에도 앞뒤 잘라먹은 사랑 고백 문자를 주고받아본 적이 없는데... 보통 그 사람이 생각나면 "지금 뭐해요" 정도로 살짝 간을 보지 않나?

아이는 갑자기 엄마 생각이 났고, 그저 사랑한다고 문자를 보낸 것이었다. 

아이와 주고받은 문자 내역의 7-8할은 사랑해로 차있다. 

"엄마 바빠요? 뭐해요?" 대신 "사랑해요"로 말문을 연다. 

이 말이 어떨 때는 보고 싶다는 말로 보이고, 어떨 때는 심심하다는 말로 보인다. 

틈틈이 내 생각을 진하게 해주는 것 같아 마음이 뜨겁다.


나도 이제 가끔은 "사랑해"라는 말을 먼저 전한다. 

그래도 여전히 나의 문자는 용건만 간단히... 아이처럼 크려면 아직 멀었다.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아이는 어떻게 이렇게도 사랑한다는 말을 잘할 수 있는 것일까?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I Love You Through and Through 끝까지 완전히 하나부터 열까지 사랑해)

두 아이의 태교책이다. 

10년이 넘었는데도 아직도 버리지 못하고 가지고 있다.

여행 가서 우연히 만난 서점에서 프랑스어 버전도 샀다(Je t'aime de la tête aux pieds). 

프랑스어라고는 "쥬뗌므"밖에 모르는데, 마침 "Je t'aime"가 있다. 

읽을 줄도 모르는 프랑스책을 산 이유... 양장본인데 겉표지가 폭신폭신 해서였다. 

우리 아이들은 뱃속에 있을 때부터 서너 살까지 두 권을 주구장창 가지고 놀았다.


https://youtube.com/shorts/AyRj9ceJzdQ?si=1ijyIVKosZXyTJZe


생각해 보면 내가 태어나서 평생 해본 "사랑해"라는 말은 두 아이가 뱃속에 있을 때, 그리고 아이들이 아직 말을 하지 못할 때 거의 다 한 것 같다. 

이 세상에 우리를 부모로 찾아와 주어 너무 고맙고, 건강하게 태어나 주어 너무 감사한 마음이 "사랑해"라는 말로 나도 모르게 나왔던 것일까?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않으면, 작고 작은 아기가 이 마음을 알아줄까 조급하기도 했던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랑해"라는 말을 하고 있으면 그 말을 하고 있는 내 마음이 사랑으로 꽉 찬다.

사랑한다는 그 표현이 뭐라고, 마음이 넓어지고 여유가 생긴다. 

모유수유하겠다고 2시간마다 일어나 꾸벅꾸벅 졸면서도 사랑해 사랑해 중얼거렸다.

힘들고 지쳐도 뭐든 받아줄 수 있을 것 같은 자기 암시였고 나 스스로를 다독이는 주문이었다.

그래, 그때 참 힘들었는데...

보석 같은 순간으로 지쳤던 기억을 덮어버린 마법의 주문이기도 하다.


그때 했던 "사랑해"를 돌려받고 있는 것일까?

이 말을 사춘기 때까지,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서까지 되돌려 받으려면 지금도 열심히 사랑한다고 말해주어야겠다. 


그래서 생각했다. 

멋진 엄마가 되는 첫 번째, 사랑한다는 말을 표현할 수 있는 사람!



"말"에 관한 속담들: 사랑한다는 표현을 어떻게 해야 할까?

말을 잘하는 것은 행동을 잘 갈무리하는 것만큼이나 예로부터 중요하게 여겼던 덕목이다. 

그래서일까? 말에 관한 속담은 유난히 많은 것 같다.

사랑한다는 말을 표현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 나는 앞으로 어떻게 나를 수련(?) 해야 할지 속담을 통해 정리해 보았다.


말 한마디에 천 냥 빚도 갚는다

말만 잘하면 어려운 일이나 불가능해 보이는 일도 해결할 수 있다는 말(표준국어대사전)

사랑한다고 말한다고 빚이 갚아지겠는가? 현대 사회에서 그럴 일은 절대 없다

음. 너무 단언했나?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말로 빚을 갚는다는 것은 드라마에서나 나올법한 일 같다. 

하지만 반대로 빚을 지는 것은 가능한 사회다.

사랑한다는 말을 그때, 그 장소에서 했었어야 했는데 하지 못했다면, 그건 고스란히 빚이 된다. 

어쩌면 천 냥 빚보다도 더 무거운 빚이 될 수도 있다. 

아이들에게 빚지지 말자.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기가 남에게 말이나 행동을 좋게 하여야 남도 자기에게 좋게 한다는 말(표준국어대사전)

"엄마 사랑해" - "나도 사랑해"

"엄마 미워!" - "뭐?"

너무 당연하다. 열불 나는 행동을 해도 예쁜 말을 하면 화가 나다가도 김이 샌다. 

아이들에게 엄마는 아이를 둘러싼 하나의 세상이다. 

그저 되돌아올 고운 말을 기대하며 고운 말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세상을 사랑한다는 말로 꽉 채워주기 위해 말을 잘 써야겠다.


같은 말이라도 아 다르고 어 다르다

비슷한 말이라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듣기 좋은 말이 되기도 하고 듣기 싫은 말이 되기도 하므로 말을 가려해야 한다는 말(고려대 한국어대사전)

"엄마 사랑해" - "나도"

"엄마 사랑해" - "나도 우리 R, N 너무너무너무 사랑해!"

말에 마음을 담는 것은 연습이 필요한 일 같다. 

특히 사랑한다는 말을 전할 때엔 하이톤으로 호들갑스러워야 한다. 

단, 진심을 담은 호들갑이어야 한다는 것이 핵심!


말로는 못 할 말이 없다

실지 행동이나 책임이 뒤따르지 아니하는 말은 무슨 말이든지 다 할 수 있다는 말(표준국어대사전)

사랑하면 달도 따주고 별도 따준다고 말한다. 

표현은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다. 표정도, 몸짓도, 행동도 표현이다. 

한 번 더 안아주고, 한 번 더 웃어주기, 아이들의 말에 눈 마주치고 경청하기, 맞장구치기, 조금이라도 더 많은 시간 함께하기. 

엄마의 착각일지 모르겠지만 아이들이 원하는 것은 별과 달이 아닐 것이다.

사랑한다는 말을 많이 많이 하고, 거기에 걸맞은 행동을 하자. 


말이 씨가 된다

늘 말하던 것이 마침내 사실대로 되었을 때를 이르는 말(표준국어대사전)

이 속담은 보통 부정적인 말의 씨앗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사랑한다는 말이 씨가 되어, 더 무럭무럭 자라 사랑 열매가 달리면 얼마나 달콤할까? (궤변 같다만...)

내가 하는 사랑한다는 말이, 아이들이 그들의 아이들에게, 그들의 주변 사람들에게 넉넉하게 사랑을 나눠줄 수 있는 사람으로 클 수 있는 자양분이 되길 바란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 

아무도 안 듣는 데서라도 말조심해야 한다는 말(표준국어대사전)

발 없는 말이 천리 간다.

말은 비록 발이 없지만 천 리 밖까지도 순식간에 퍼진다는 뜻으로, 말을 삼가야 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표준국어대사전)

살은 쏘고 주워도 말은 하고 못 줍는다.

화살은 쏘아도 찾을 수 있으나 말은 다시 수습할 수 없다는 뜻으로, 말을 삼가야 한다는 말(표준국어대사전)

침묵은 금이다. 

앗, 이건 속담이 아니지만... 

말조심, 말을 삼가야 한다는 속담이나 격언은 여러 세대, 여러 지역에 걸쳐 존재한다.

하지만 세상살이에 늘 예외는 있는 법. 

침묵은 금이지만, 사랑한다는 말은 예외로 봐야 하지 않을까. 

낮에도, 밤에도 사랑한다고 말하고, 아이가 없는 자리에서도 좋은 말, 예쁜 말을 하자.



사랑한다는 말을 표현할 수 있는 사람


나는 성격상 말을 하는 것보다는 듣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직업상 어쩔 수 없이 말을 많이 해야 하는 숙명을 가졌다. 

문제는 말을 할 때 너무 효율적으로 하려고 한다는 것.

그래서 직설적이고 도발적이다. 불편한 일에 대해서는 마음이 너무 투명하게 말로 나온다. 

반대로 좋은 일, 감사한 일에 대해서는 덜 감정적이다. 너무 좋은데 그 마음이 충분하게 상대에게 닿았나 늘 의심스럽다.


그동안 아이들에게는 이런 나의 말습관이 더 크게 와닿지 않았을까?

아이들처럼 나도 세상이 꽉 차는 그 말을 아끼지 말아야겠다.


사랑한다. 




(참고문헌) 삶의 모든 색


표지 사진은 <삶의 모든 색>이라는 노르웨이 그림작가 리사 아이사토의 책의 한 장면과 큰 아이가 마술을 하며 보여준 하트를 찍은 것이다. 


삶의 모든 색 중에 지금 나는 어느 페이지에 있을까 생각하면, 사랑한다는 말을 지금 표현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더 와닿는다. 

바로 지금, 사랑한다는 말을 하자. 

이른 것도, 늦은 것도 아니다. 


"https://youtu.be/cB0iRFi3LDU

"당신의 삶은 지금 어떤 순간, 어떤 색인가요? 『삶의 모든 색』(출판사 제공,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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