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똑같은 숫자지만 00으로 떨어지는 숫자의 차례가 오면 뭔가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 마침 이 글은 브런치에 쓰는 100번째 글이고 구독자 1,000명을 돌파한 기념으로 쓰는 글이다. '돌파'라는 단어가 꽤 멋있다. 처음부터 작정하고 시작한 것도, 엄청나게 빠르게 구독자를 모은 것도, 많은 구독자도 아니지만 그래도 뭔가를 꾸준히 한 것 같아 뿌듯하다. 마침 21년부터 시작한 블로그도 100건 정도의 글을 썼고 이웃이 1,000명이 다되고 있다. 번잡스럽고 부지런하게는 보낸 것 같은데 가시적인 성과가 없었던 올해라고 생각했는데 다행이다 싶다.
브런치와 블로그에 글을 쓰면서 내 안에 이렇게 끄집어낼 이야기가 많았나 신기하기도 하다. 브런치에는 주로 이혼하고 아이를 홀로 키우는 30대 여자가 있는 반면 블로그에는 교사로서의 나만 존재하여 나라는 사람이 여러 갈래로 명확하게 분리된 것도 꽤나 신기하면서 좋다.
브런치에 글을 쓰면 좋은 점은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많은 공감과 위로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가끔씩 자신의 사정과 비슷하다거나 조언을 구한다거나 용기를 주는 내용을 담은 메일이 온다. 그 메일에 답장을 하며 서로 같이 힘을 내자고 북돋아 주며 나도 힘내고 메일을 보내주시는 분들도 힘을 낸다. 내 글에 자주 댓글을 남겨주시는 분들도 계신데 그분들의 이미지만 봐도 반갑게 느껴진다. 이렇게 하루를 시작하거나 마칠 때 조용한 시간을 찾아 노트북 앞에 앉은 다음 키보드 위에 손을 올리면 세상은 다정하고 따뜻한 곳이구나 생각하게 된다.
훗날 변할 것임이 분명한 나의 생각을, 쓰면서도 가끔씩 이게 진짜 내가 맞나 나조차도 의심하면서 쓰는 생각을 공감하고 읽어주는 사람들이 있어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