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단시간 Aug 25. 2023

한동안 못쓰던 글을 다시 쓰기까지

한동안 써 내려갈 힘이 사라졌다. 이제 이혼 때문에 우울하다고 하기엔 간혹, 어쩌다 문득 한 순간에만 우울했다. 우울이 선이 아니라 점이 된 다음부터는 더더욱 내 안의 어떤 걸 끄집어내어 써야 하는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조회수가 쭉쭉 오르며 브런치 메인에 작가로 올라가기도 하고, 다음 메인에 내 글이 보이기도 할 때는 신이 나서 써 내려갔었다. 작년 10월, 카카오 먹통사태 이후 브런치가 페이지가 안 열리기 시작한 시점부터는 뭔가 글쓰기가 신나는 게 아니라 의무처럼 느껴졌다.


생계형 작가도 아니고, 마감이 있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의 강요도 없는 글쓰기는 그렇게 시들시들해졌다.  몇 번이고 다시 쓰려고 시도했지만 갑자기 두렵고 무섭기도 했다. 고르고 고른 언어로 써 내려간 글이 내 삶과 정확하게 일치하는지 확신하지 못했다. 내 글과 내가 일치하지 않는 게 어딘가 모르게 꺼림칙했다. 어느 순간 나의 행동과 글이 일치하지 않는다고 느꼈을 때는 내 감정이 부질없게 느껴졌다. 그때는 분명 진심으로 나와 마주하고 있는 모든 대상들에 대해 그렇게 느꼈을텐데 지금은 아니게 되었다. 지금은 아니라는 사실은 미래에도 일치하지 않을 수 있겠다는 흔들림을 가져왔다.


그러다 쓰고 싶은 욕구를 움트게하는 책 한 권을 만났다. 글쓰기를 거창한 예술로 승화하지 않고 그냥 무엇이든 쓰며 돈을 버는 작가를 보며 왠지 모르게 그 작가의 깊이를 따라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이 작가가 쓴 책을 며칠 동안 다 읽었다. 나와 같이 아이를 키우며 어쨌든 쓰는 행위를 지속해 나가는 작가와 비슷하게 써볼 수 있을 것 같다가도 깊이 있는 사고와 삶과 사람을 대하는 폭넓은 시선에 경이로움을 느꼈다.


이렇게 생각을 적어 나가는 것이 자조 섞인 상념인지, 내 글을 통해 내 삶이 조금이라도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인지 헷갈려하며 아직도 그 사이를 계속 오가고 있다. 그런데 이제는 관성이라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는 삶의 이로운 활력을 찾기 위해 공부를 하고, 운동을 하며 크고 작은 성취를 이루어낸다. 공부를 하고 운동을 하는 것이 지루하더라도 매일 꾸준히 하다 보면 내가 해나가는 게 아니라 해나가던 습관이 나를 하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나에게는 그 활력이 독서이고 글쓰기이다. 관성적으로 하다 보면 습관의 힘이 커져 내가 멈추려 해도 나아가는 시기가 오겠지.



매거진의 이전글 필사를 하는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