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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B Dec 27. 2016

걸어서 파리속으로

프랑스 Day-6


뮤지엄 패스란 프랑스 파리의 유명 박물관이나 관광지를 입장 할 수 있는 티켓을 말한다.

몇 곳 입장, 이런것이 아니고 2일권,4일권,6일권 이렇게 세 종류의 패스가 있는데 각각 해당하는 일 수 만큼 유명 관광지를 입장할 수 있는 일종의 자유이용권이다. 하지만 개시일로부터 연속된 날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개시일은 신중하게 적어야 하고 본인의 여행일정과 스타일을 고려해서 뮤지엄패스를 구매할 것인지 각각 입장료를 지불할 것인지 결정해야 옳다. 우리가 구매한 것은 4일권 인데 약 56유로 우리나라돈으로 환산하면 약 8만원 정도 되는 가격이기 때문에 결코 싼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뮤지엄패스를 구매하는 이유중 하나는 바로 베르사유궁전을 제외한 대부분의 유명 관광지에서 뮤지엄패스 전용 입구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줄을 서지 않아도 되는 간편함 때문일 것이다.  


아침밥을 든든히 챙겨 먹은 후 길을 나섰다. 우선 가장 세계에서 가장 낭만적인 언덕으로 손꼽히는 몽마르뜨 언덕에 가보기로 했다. 숙소를 나서자 마자 주욱 이어진 오르막길 덕분에 벌써 반나절 돌아다닌 기분이었다.

숙소에서 나서면 보이는 언덕길


어제는 캐리어 때문에 잔뜩 경계하느냐 보지 못했던 파리 지하철을 오늘은 실컷 타게 생겼다.

한국과는 다르게 좌석이 마치 열차처럼 앞 뒤로 마주볼 수 있게 배치된 것도 이국적이었다. 신기함과 새로운 시작에 들떠 있는데 우리 앞에 앉은 아주머니가 우리를 부른다.

소매치기들은 관광객의 지갑만 노리니까 항상 가방을 조심하라며 우리에게 경고해 주신다.

그 말을 듣자마자 잠시 내팽겨친 가방을 얼른 끌어안았다.

프랑스 사람 진짜 친절하다.


문 앞에 보이는 초록색 버튼을 눌러야만이 문이 열리는 파리의 지하철


몽마르트 언덕은 두가지로 유명하다.

하나는 아름답고 낭만적인 예술의 장소.

또하나는 흑형들이다.

흑형들이 무엇인고 하면 관광객들을 상대로 싸구려 기념품을 팔거나 팔찌등을 파는 흑인들을 지칭한다.

특히나 몽마르트 언덕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지나가는 관광객에게 억지로 실로만든 팔찌를 채우고는 돈을 요구하는 흑인들이 많기로 유명하다. 하지만 우리가 막상 도착한 몽마르뜨에는 이미 그런 상인들보다 한발 빠른 police가 진을 치고 있었다. 제아무리 그런 수를 쓰는 상인들일지라도 police에게 걸리면 물건도 뺏기고 복잡하게 되니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않고 단속이 뜬다하면 바로 짐을 싸서 도망갈 수 있도록 보자기위에 물건들을 놓고 판매한다. 덕분에 안전하게 몽마르뜨 언덕에 오를 수가 있었다.

지하철역에서 몽마르뜨 언덕으로 향하는 길목

예술의 언덕이라는 찬사 처럼 몽마르뜨에는 거리화가가 참 많다.

간단한 캔버스와 연필을 들고 거리를 서성이는 이 화가들은 독특한 방법으로 돈을 번다.

관광객으로 보이는 일행들이 지나가면 우선 길을 막고 스케치를 한다. 이때 절대로 눈을 마주치거나 가만히 있으면 바로 화가의 손님이 되는것이다.

몽마르뜨에는 이런 방법으로 돈을 버는 집시화가들이 곳곳에 포진해 있으니 원하지 않는다면 조용히 지나쳐 가는게 최선이다.


유럽의 날씨는 참 맑다. 사실 맑다는 표현은 한국의 봄날처럼 맑고 깨끗한 날씨에 가장 잘 어울리는 말이고 유럽의 맑은 날씨는 무엇이라고 표현해야할지 모를만큼 깨끗하고 환한 날씨다.

이런 날씨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왜 유럽 사람들이 맑은 하늘아래 일광욕을 즐기는지 그 이유를 알것 같다.

몽마르뜨언덕에서 내려다본 풍경


사실 우리나라처럼 대중교통이 잘 발달되어 있는 나라는 드믈다. 특히 환승제도 에서는 우리나라를 따라올 만큼 잘 되어있는 곳은 없을 정도다. 그게 우리나라에 있을 때에는 잘 느끼지 못하지만 외국에 나가보면 가장 먼저 와닿는 것이 교통비이다.  

파리에서 지하철을 이용하기 위한 티켓은 세가지로 구분된다. 하루동안 교통수단을 사용하는 Mobilis, 1,2,3,5일권 단위로 구매하는 Paris Visite, 지하철만 사용가능한 Ticket t+이다. 파리는 지하철이 아주 잘 발달되어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관광명소는 지하철로 이동이 가능해서 대부분의 여행객은 Ticket t+를 구매한다. 가격은 한장 당 약 1.8유로. 우리돈으로 환산하면 약 2500원이 조금 넘는 돈이다.  10장을 한번에 구매하는 것은 Carnet이라고 하는데 14.1유로도 약간 더 저렴 하기 때문에 대부분 이 까르네를 구매한다.

한마디로 한번 지하철을 탈 때마다 2500원을 내야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 교통비라도 아끼고자 한번 관광시내로 나오면 대부분의 관광지는 걸어서 이동했는데 결국엔 티켓이 남아 숙소에 기부했으니 까르네를 구매할 때에는 잘 계산 해야할 일이다.


사실 여행이란 지도한장에서 시작하는 법이다.

몽마르뜨 언덕을 내려가며 지도를 펼쳐 가고싶은 모든곳에 동그라미를 쳤다. 그리고 오늘의 동선을 짜는 것이다. 우리의 다음 목적지는 뮤지엄패스를 개시할 개선문. 가는길에 콩코드 광장을 들러 샹젤리제 거리를 지나기로 했다.


콩코드 광장에는 이집트 총독이 파리에게 선물로 주었다는 오벨리스크가 상징적으로 자리잡고 있다. 오벨리스크는 태양을 숭배하기 위해 만들어진 일종의 탑으로 원래는 한쌍으로 제작된다. 현재 콩코드 광장에 한개, 나머지 한개는 이집트를 지키고 있다.

콩코드광장의 오벨리스크


샹젤리제 거리는 화려하다.

그리 길지는 않지만 사람들이 오가고 도로를 따라 양 옆으로 유명브랜드의 가게라던가 음식점들이 즐비해 있다.

마카롱으로 유명한 '라뒤레'라는 디저트집도 이곳에서 시작된다.

시원한 테라스에서 웨이터의 정중한 서비스를 받으며 한끼 식사를 하고 싶었지만 가난한 여행자에게는 그것마저도 사치이다. 출입구에 있는 메뉴판에서 가격만 바라보다 결국엔 패스트푸드를 선택하고 만다.

그래도 샹젤리제 거리 한복판에 있는 패스트푸드점에서 식사를 한다는 것은 꽤 행복한 일이었다.

우리는 이미 너무 지쳐있었기 때문에 그 어디든 쉴곳이 필요했다


샹젤리제거리로 가는길에 만난 작은 분수대


샹젤리제 거리를 따라 끝까지 걷다보면 개선문이 등장한다.

그 크기는 가히 압도적이다. 이 커다란 아치형 구조가 주변 경관을 아우르는 기분이다.

바로 이곳을 위해 우리는 오늘 뮤지엄패스를 개시 한다. 길게 늘어선 줄을 통과하는 기분은 마치 고속도로에서 하이패스 전용창구로 통과하는 기분이다.

개선문은 그 크기와 높이만큼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지만 그것을 보기 위해서는 끝없는 계단을 올라야 한다. 하지만 기념품샵이라던가 쉬면서 구경할만한 장소가 있기 때문에 그리 힘들지는 않다.

좁은 나선형 계단을 통과했다면 이제 탁 트인 파리시내와 마주할 차례다. 개선문 위에서 내려다 보는 샹젤리제 거리는 또 다른 느낌을 선사한다.  그리 높지 않은 건물들 사이에 우뚝 솟은 에펠탑도 그 몫을 다 한다.

개선문에서 보이는 에펠탑
개선문에서 내려다본 샹젤리제 거리


다시 지도를 펼쳤다. 몽마르뜨와 개선문 만으로 하루를 다 보낼거라고 생각했는데 두개의 거리가 생각보다 가깝고 하루를 보낼만큼 할일이 없었기 때문에 오후에 시간을 보낼 곳이 필요 했다.


우리는 파리의 상징 에펠탑으로 결정했다.

문제는 가는길.

우리가 가진것은 젊음이요 없는 것는 돈이다.

그래서 걸었다. 그것도 그냥. 에펠탑을 향해서 말이다.


지도를 보고 길을 찾는 방법은  랜드마크가 되는 건물이나 다리, 하천등을 보고 지도를  펼쳐서 지금 서 있는 랜드마크와 목적지의 위치를 확인 하고 그 사이의 랜드마크를 하나씩 찾아가며 길을 찾는것이다.

물론 나는 길치다.

길치가 아니지만 길치다. 방향을 잡는데만 반나절이 걸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정말로 운이 좋았다. 내 친구 땅콩은 종이지도를 보는데 타고났다. 방향감각도 GPS수준이다.

같이 지도를 들여다봐도 친구는 금새 어느쪽으로 가야하는지를 파악한다.

인간 네비게이션 덕분에 우리는 항상 수월하게 길을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인간네비게이션도 낯선 유럽땅에서 길을 찾는건 쉽지 않다.

특히나 길 이나 건물이 이름이 비슷한 곳이 너무나 많고 예상할 수 없는 번호들이 들쑥날쑥한 탓이다.

결국 한참을 걷다 포기하고 에펠탑이 잘 보이는 잔디밭에 자리를 잡았다.

에펠탑이 선명하게 보이는 공원

손에 잡힐 듯 선명하게 마주한 에펠탑 이었지만 우리는 지치기도 지쳐서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힘들었다.

유럽사람들이 그렇듯 우리도 잔디밭에 자리를 잡고 그냥 털썩 앉아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그대로 맞았다.

태양은 뜨거웠지만 춥지도 덥지도 않은 좋은 날씨 였다. 생각해보니 정말로 찾아갔던 에펠탑 앞 잔디공원도 좋았지만 되는대로 걷다 주저앉아 바라보던 에펠탑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

이대로 눈을 감고 시간을 보내다 숙소로 돌아갈 예정 이었지만 생각지도 않았던 일정을 추가했다.


퐁피두 센터 이다. 퐁피두센터는 현대미술을 전시한 예술문화 센터이다. 

프랑스는 예술의 도시라는 명칭답게 총리가 정권을 잡으면 문화예술에 기여하는 정책을 남기는데 퐁피두 센터 또한 조르주 퐁피두의 이름을 따서 지은 센터이다. 퐁피두 센터는 설비 배관이 외부로 드러나 있는 독특한 건축 물로 유명한데 뮤지엄패스를 이용하면 이곳 또한 무료로 입장이 가능하다.

사실 모든 곳이 그렇지만 아는만큼 보이는 것이 예술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퐁피두 센터는 우리의 일정에는 없었던 일정 이기 때문에 퐁피두센터라는 이름만 들었을 뿐 아무런 정보도 얻지 못한 채 입장 해야했다. 얼마나 몰랐냐면 들어가서 어디로 입장을 해야하는 것인지 무료로 입장을 한다는 곳은 어디인지 조차 몰라서 한참을 헤매다가 30분이상을 바닥에 철퍼덕 앉아 지친몸을 쉬어야 했다.

퐁피두 센터의 전시실로 가기 위해서는 건물 안이 아니라 외부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마치 공사중 인듯한 느낌이 드는 건물 외부에 설치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야 하기 때문이다.

내부에는 엘리베이터가 작동 하는지는 여전히 모르지만 외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며 보이는 파리 시내의 전망을 감상하는 것도 추천할 만한 풍경이다.

독특한 외관의 에스컬레이터
퐁피두 센터 전망대에서 바라본 파리시내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리면 비로소 전시관에 도착한 것이다.내부는 다른 전신관과 크게 다르지 않다. 화이트톤의 깔끔한 벽에 걸린 작품들이 많았지만 아무런 배경지식도 평소 관심도 없었던 탓에 도무지 재미를 붙일 수는 없었다.  결국 공짜로 화장실만 이용한 꼴이 되어버렸지만 좋은 작품곁에 앉아 지친 다리를 뻗을 수 있었다는 것 만으로도 매우 좋은 느낌이었다.


사실 오늘의 일정은 뮤지엄패스를 위한 일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뮤지엄패스의 가격이 꽤 비싸기 때문에 부지런히 움직여 입장이라도 해야 덜 억울한 상황이다.

이미 지쳐버렸지만 그래도 우리는 움직였다.

노트르담 성당으로.


웅장한 느낌의 노트르담 성당


노트르담 성당에 도착했을 때는 운좋게 미사시간이 이었기 때문에 미사를 직접 볼 수 있었다.

나는 천주교는 아니지만 왠지 경건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이상한 점은 뮤지엄 패스자가 아니더라도 모든 사람들이 무료로 입장을 하는 것 이었다.

혹시 우리가 잘못 알았나 아니면 미사 시간은 특별 개방 시간인가 했지만 노트르담대성당의 전망대에 입장을 할 수 있다는 것을 파리를 떠나기 전에서야 알 게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압도적인 외관과 내부 말고는 노트르담 성당에 대한 기억이 뚜렷하지 않는다.

아마 하루종일 걷느냐 너무 지쳐버려서 그런걸지도 모른다.


숙제를 하는 아이들 마냥 꾸역꾸역 일정을 채우고 난 뒤 걷기조차 힘든 퉁퉁 부은 발을 가지고 숙소로 돌아갔다.

고작 하루가 지났을 뿐인데 파리 지하철이 서울메트로 인냥 편안했다.


유럽의 해는 길다.

우리나라에서는 한 여름 낮이 길 때에도 7시 반 정도만 되도 해가 지지만 유럽에서는 보통 8시부터 노을이 지기 시작하고 9시 10정도는 되어야 완전히 해가 진다. 정말 길 때에는 9시정도에도  붉은 노을이 남아있을 정도다.

장점은 그만큼 낮이 길다는 것이고 단점은 야경을 보려면 적어도 10시 까지는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저녁시간이 다 되어도 우리나라의 5시 정도 밖에 되지 않는 하늘을 바라보며 숙소를 향해 다시 긴 내리막 길을 걸어갈때면 고요한 파리의 주택가 냄새를 맡을 수 있다.

저녁식사를 준비하는 부산함이 눈에 보일듯 한 일상을 엿보노라면 가장 맛있는 연기가 피어나는 곳이 바로 우리가 머무는 곳이다.


따뜻하고 맛있는 밥 한끼와 운치있는 산책을 마치고 잠들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지만 우리는 숙소를 떠날 때 까지 쉽게 잠들 수 없었다.

우리방에 퍼지는 어떤 이의 참을 수 없는 냄새 때문이었다.

머리가 띵 하고 울려오는 냄새는 앞으로도 우리를 계속 괴롭 혔고 매니저님은 방을 2층으로 바꿔주겠다고 하셨지만 이미 풀어놓은 짐을 다시 쌓기 란 쉽지 않았기 때문에 참방법 뿐이었다.


아, 이렇게 파리의 밤이 깊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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