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B Feb 04. 2018

오! 오르세

프랑스 Day-8

어제 그 고생을 한 덕분에 첫날부터 우리를 괴롭히던 룸메이트의 이상한 냄새에도 푹 잘 수 있었다.

밥 냄새에 본능적으로 눈을 떠보니 피곤하기는 해도 또다른 하루를 맞이할 생각에 설렘이 먼저였다.


오늘은 오르세 박물관이 목표다.

어제 루브르 박물관 강의를 해주신 사장님 친구분이 오늘은 오르세 강의를 해주신다.

덕분에 미술관 이라고 하면 지루함이 먼저 라고 생각했었지만, 점점 자신감이 붙었다. 

오늘 하루도 어제의 루브르 처럼 시간가는 줄 모르고  관람 할것 같은 느낌이다.


오르세는 본래 기차역 이었는데 이 후 미술작품을 전시 하면서 현재와 같은 박물관이 되었다.

때문에 보통의 네모난 콩크리트 상자 같은 건물의 외형이 아닌 천장이 두근 아치형으로, 천장이 굉장히 높고 입구에서 보이는 전체적인 풍경이 그리 큰 규모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웅장한 멋을 낸다.



날씨가 어두운 것이 비가 쏟아질것만 같았다.

비가 오기전에 서둘러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오르세미술관 건너편에 있는 작은 빵집에서 5.5유로 짜리 큼지막한 바게트 샌드위치를 하나씩 구입했다.

그사이 비가 후두둑 떨어져 나는 맞더라도 점심은 지키자는 심정으로 바게트를 안고 달렸다.


루브르 보다 크진 않지만 오르세미술관 내부는 기차역이었던 과거에 걸맞게 독특한 아치형 천장을 자랑한다

좋은 경관을 바라보며 샌드위치로 든든히 배를 채웠다.

조금 딱딱한 듯한 바게트빵 떄문에 턱관절이 나갈것 처럼 저렸지만 열심히 먹었다.

둘다 한참을 말없이 묵묵히 먹는데만 집중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서로 본인만 턱이 아파서 못먹고 상대방은 잘 먹는줄 알고 서로 속도를 맞추기 위해 더 열심히 씹어댔던거 였다.


을 부숴버릴것 같았던 바게트를 먹고나서 본격적으로 오르세미술관 관람을 시작했다.


하지만솔직히 말하자면, 사실 오르세미술관에 대한 기억은 많은 것이 남지 않는다.

우선 어제 너무 무리한 탓에 오후에는 컨디션지 좋지 않았다. 겨우 나아가던 허리는 어제 이후로 완전히 고장이 나서 의자가 보일때마다 앉지 않으면 통증탓에 움직이기도 힘들었다. 

또한 출발때 부터 괴롭히던 허벅지의 염증이 이제는 가만히 있어도 콕콕 쑤실 정도였다.

처방 받았던 약이 얼마 남지 않아서 더 심해지면 먹으려고 오늘 하루 건너뛰었더니 단번에 다시 악화된 것이다. 야심차게 출발 했건만 허리와 염증이 동시에 공격하는 바람에 제대로된 관람은 커녕 의자를 벗어나기도 힘들었다. 

같이 온 사람에 따라 그 여행이 성공이냐 실패냐를 결정하는 법인데 나 때문에 프랑스에서 친구가 가장 기대하던 오르쉐를 내가 망쳐 버린것 같아서 마음이 무거웠다.

하지만다행인 것은 친구의 상태도 좋지 않다는 것이다.

나보다는 나은 상태 였지만 친구는 평발이었다. 어제 무리한 탓에 친구도 걷는 것이 수월하지는 않았다. 꼼꼼히 작품을 관람하던 어제와 다르게 빠르게 가장 꼭대기까지 관람을 마친 우리는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더이상의 관람을 포기 했다.

상층부에 있는 시계문양의 창문




관람을 마치고나서도 한참을 의자에 앉아 기절하다싶이 쉬고 나서야 오르세를 나섰다.


어느덧 하늘에 비는 그쳐 있었지만 풀냄새와 비슷한 비냄새와 어두운 하늘은 여전 했다.

오르세 미술관 한 곳만 관람하기엔 아쉬웠지만 우선은 우리의 지친 몸을 쉬는것이 우선이라고 판단 했기 때문에 숙소로 돌아가기로 결정 했다.

우리가 지하철을 찾아 헤매는 사이 하늘은 다시 햇빛을 빼꼼히 내려 주었다.

지하철을 찾아 가는 길에 작은 슈퍼마트을 발견했다.

동네 구멍가게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작은 마트 지만 프랑스에 와서 단 한번도 마트을 보지 못한 우리로써는 매우 신기한 일이었다. 어딜가도 하나걸러 하나가 슈퍼이고 편의점인 우리나라에 비해 편의점이 덜 발달된 유럽에서는 마트도 매우 일찍 문을 닫는다. 역시 한국은 살기 좋은 나라였다며 쌍따봉을 들며 마트안을 정신없이 구경했다.

 영국에서 테스코 라는 프랜차이즈 마트에서 물건을 사긴 했지만 물가가 워낙 비싸기 때문에 마음놓고 사기 위해 둘러볼 여유는 없었다. 하지만 프랑스는 와인의 나라 답게 각종 와인이나 샴페인등이 다양한 가격대로 그득 했다. 우리는 그중 가장 무난하게 고를 수 있는 모스카토 종류를 하나 선택했다.

와인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지만 정말로 무엇을 골라야 할지 모른다면 모스카토종류를 선택하면 실패할 확률이 극히 드믈다. 모스카토종류의 와인은 떫거나 신맛이 적고 단맛이 강하게 나기 때문이다.

와인과 어울릴만한 큐브치즈,감자칩과 프랑스에서 가장 유명한 과자인 본마망의 쿠키도 하나 사서 숙소로 돌아왔다. 이제 맛있는 음식과 편한 휴식을 취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절로 좋아졌다.

프랑스 디저트의 정석 본마망 쿠키


숙소에와서 여러번 벨을 눌렀지만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처음에는 잠깐 저녁 재료를 사러 갔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다리다보면 오시겠지란 생각으로  문 바로앞 작은 계단턱에 걸터앉았다.

우리가 오후4시쯤에 돌아올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에 좀 기다리기로 했다.

사실 기다리는것 외에는 할 수 있는게 없었다. 미약하게 잡히는 와이파이로는 문을 열어달라는 카톡밖에 보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의외로 기다리는 시간은 지루하다기 보다는 그 어느때 보다 소소하고 아름다운 시간이었다.

조용한 프랑스 파리에 앉아 오래된 친구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경험할 수 있는 사람은 흔치 않다.

나는 베네치아의 항구바람을 맞으며 맡았던 여름 저녁의 그 냄새와  바로 오늘, 시간이 멈춘듯한 파리의 주택가에서 마치 하나의 그림처럼 남아있던 우리의 고요한 이 순간을 아직까지도 가장 사랑한다.


안주로 먹으려던 감자칩을 먹으며 학창시절부터 추억을 되새기며 우리만의 시간을 나누고 있는데 고양이 한마리가 다가왔다.

이곳 숙소에는 고양이가 많다. 첫날부터 고양이들의 인사를 받으며 들어왔듯이 현관문 앞 에는 늘 고양이들이 널려 있었다. 사람이 지나가도 심드렁한 표정으로 따뜻한 햇빛을 한자리씩 차지하고 있는 고양이들 이었다.

원래 고양이란 개와 달리 독립성이 강하기 때문에 쉽게 친해지지 못한다고 알고 있었지만 이녀석은 달랐다.

처음보는 얼굴인데도 마치 아는 사람만난듯 다리에 제 온몸을 비비고 난리가 났다.

얼굴이라도 쓰다듬어 달라며 비어있는 손마다 얼굴을 가져다 대는 통에 온통 고양이털로 뒤덮혔지만 그래도 이 신통방통한 녀석 덕분에 애교 많은 고양이를 뜻하는 개냥이 라는 것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을 알았다.

마치 집주인이 곧 올테니 조금만 기다려달라는 듯이 놀아대는 녀석 덕분에 지루할 틈이 없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이 개냥이 고양이 이름은 '똥꾸'였다. 아니 사실 프랑스를 떠나 한참을 지나도록 '똥꼬'인줄 알았지만 나중에서야 '똥꼬'가 아니라 '똥꾸'라는 것을 알았다.


아무튼 똥꼬 덕분에 시간을 보내고 있으려니 갑자기 현관문이 훽, 하고 열렸다.

헐레벌떡 연듯 완전 츄리닝 차림의 매니져님이 숨을 헐떡 이고 있었다.


"어? 마트가신거 아니고 집에 계셨어요?"

 

잠이 들어 문 두둘기는 소리도 카톡소리도 듣지 못하셨다고 굉장히 미안해 하셨다.

그래서 문을 열어달라는 우리의 카톡을 보자마자 2층에서 헐레벌떡 내려온 것이다.

이시간엔 아무도 올줄 몰랐다며 너무나 미안해 하시는 덕분에 오히려 이시간에 들어온 우리가 미안할 정도였다. 우리는 생각보다 좋은 시간을 보냈는데 말이다.


우리가 가져온 와인을 보며 너무나 미안하다고 안주거리를 내어주셨다. 우리가 좋아하는 초콜릿이다.

와인잔도 꺼내 주셨다. 아무도 없는 숙소에서 둘만 먹기엔 멋쩍어 함께 먹기를 권했다.

몇마디 말을 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어색함도 잠시, 우리에게는 커플잔 이라며 앙증맞고 작은 와인잔을 주셨으면서 반잔만 마시겠다며  본인은 우리 잔의 세배나 될 법한 커다란 와인잔을 건넨 덕분에 셋이서 웃음보가 터졌다.

우리에게는 요만큼만 마시라고 하고 본인은 반병을 마실 기세로 이~~만한 와인잔을 내밀면서 반잔만 달라고 하시는 거냐며 우리가 놀려대는 통에 매니저님 얼굴이 조명만큼이나 빨게졌다.

급속도로 친해진 세명이서 고양이 이름도 알아가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매니저님은 곧 저녁을 준비해야될 시간이었다. 주부같다는 우리의 입을 막기위해 원래는 안알려주신다는 대형마트를 알려 주셨다.

저녁을 먹기 전까지 시간이 충분 했기 때문에 숙소 뒤편에 있는 까르푸로 향했다.


숙소는 주택가 가장 끝에 위치한 곳이었는데 뒤편으로 나가니 다른 세상 같았다,

지하철에서 숙소로 오는 길은 고요한 주택가 였지만 조금만 걸으면 나오는 숙소 뒤쪽은 버스와 지하철이 있기 때문에 번잡하고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길이었다.

 

오후에 맑았던 날씨가 다시 먹구름으로 바뀌면서 장대비가 쏟아졌다.

우산을 하나씩 들고 까르푸를 찾았는데 낮에 우리가 들렀던 마트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대형마트 였다.


사이좋은 우리지만 마트에 들어서면 취향이 갈린다.

밀가루 귀신인 친구는 곧장 쿠키종류가 있는 곳으로, 나트륨 중독자인 나는 스낵류의 과자코너로 갈라진다.

그리고 서로 맘에드는걸 발견했다고 서로를 부르는 것이다.

덕분에 이제는 서로 입맛에 적응해서 두 종류다 좋아하는 몹쓸 미각을 갖게 되었지만 말이다.


외국마트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다양한 유제품 종류이다. 치즈는 물론 다양한 사이즈와 포장의 우유도 신기 하고 요구르트나 요거트 도 종류가 다양하다. 지금이다 한국도 다양한 요거트 종류가 들어오지만 우리가 유럽을 떠나기 전까지만 해도 요거트 맛은 기껏해야 딸기,복숭아가 전부였다.


매니저님에게 안주거리로 추천받은 푸른곰팡이 치즈와 크기가 방망이 만해서 방망이과자라고 이름붙인 크레커과자 한통, 내 입맛을 채워줄 프링글스와 빠질수 없는 맥주도 한캔씩 사고 숙소로 돌아왔다.

꽤 많은 비가 쏟아지는 탓에 신발이 홀딱 젖고 말았다. 오는 길이 멀지는 않았지만 날씨가 너무나 추웠기 때문에 따뜻한 온기가 있는 숙소가 너무 반가웠다.


입안에 불이나기로 유명한 매니저님표 오징어덮밥을 저녁으로 먹고 일찍 잠이 들기로 했다.

내일은 베르사유궁전을 가야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베르사유궁전은 뮤지엄패스를 가지고 있어도 줄을 서야 하기 때문에 일찍 숙소를 나서야 한다.

오늘 베르사유에 다녀온 신혼부부의 달달한 후기를 되새기며 우리도 서둘러 잠이 들었다.

숙소 문 앞에 있는 안내표지


매거진의 이전글 파리의 관광객이 되는 방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