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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B Feb 04. 2018

숙소 지박령의 전설

프랑스 Day-9

베르사유 궁전을 가야한다.

하지만 아침식사를 하고 왠지 모르게 꿈지럭 거리게 되는 날씨다.

비가 부슬부슬 오고 공기가 축축한것이 몸이 축 처지게 만드는 날씨다.

사실 날씨는 핑계고 온몸이 천근만근이다. 꼼짝도 하기 싫어서 다른 사람들이 전부 나갈 때 까지도 식탁을 지키며 미적거렸다. 친구와 나는 서로 나는 나가기 싫지만 혹시 상대방이 나가고싶어할까봐 서로 느릿느릿 눈치만 봤다.

결국 눈이 마주쳤다.


"쉴까?"


단번에 콜이다.



이렇게 오늘은 숙소 지박령이 되련다.


어제 급속도로 친해진 매니저님이 아침식사 뒷정리를 하고 나서도 식탁옆 쇼파에 꼼짝않고 앉아있는 우리를 보며 정말로 귀신취급이다. 하지만 곧 셋이 둘러앉아 끝도없는 수다 삼매경에 빠졌다.

어제 미리 사다둔 맥주를 한캔씩 까고 감자칩으로 안주를 더하니 세상 부러울것 없는 펍이다.

여기에 고소한 델큐브치즈까지 더하니 여기가 천국이다.

매니저님은 주방 찬장에서 안주랍시고 뭔가를 계속 꺼내주셨다. 엄청나게 커다란 초콜렛 한덩이도 내어주시고 각종 과자들도 내어주셨다.


숙소1층은 언제나 은은한 불빛이 감돈다. 단 한번도 환한 형광등이 켜져있는것을 본적이 없다.

그만큼 아늑하고 따뜻한 느낌이다. 누구라도 이 곳 쇼파에 한번 몸을 파묻히면 일어나기 싫을 정도로 포근하다.


숙소에는 고양이가 산다.

뱃속에 아가를 품고 찾아온 길고양이들에게 베란다 한켠을 아예 집으로 내어주었기 때문이다.

그 고양이가 이 곳 베란다에 새끼를 낳은지 얼마 되지 않았단다.

혹시나 어미와 새끼고양이가 놀랄까봐 좀처럼 베란다 출입을 하지는 않지만 가끔 어미고양이가 새끼들만 두고 동네마실을 갈 때면 네마리 아기고양이들은 손님들의 차지다. 아마 어미 고양이도 이곳 사람들이 자기가 없어도 아가들을 잘 돌봐줄거라고 믿는 모양이다.


네마리 고양이들은 어째 한 어미 뱃속에서 태어났어도 그리 다르게 생겼는지 신기하다.

아직 이름이 없는 탓에 친구와 내가 이름을 지었다.

얼굴에 까만 연탄을 뒤집어 쓴것 같은 요녀석 이름은 혜교다. 이름만큼이나 뚜렷한 이목구비를 가지고 있다.

네 마리 중에 가장 고르게 섞인 털 을 가지고 있다.




단연 돋보적인 미모를 가지고 태어난 태희다. 보는 순간 심장이 쿵 하고 떨어질 만큼 빼어난 미모를 자랑하는 녀석은 언제나 숙소식구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오른쪽에 있는 올 블랙의 이 까만 녀석은 원빈이다. 4남매중 유일한 수컷인데 생긴것 만큼이나 카리스마가 넘친다. 왼쪽에 있는 아이는 지현이다. 원래부터 작고 약하게 태어났다는 지현이는 특히나 태희와 비슷한 털 색깔 탓에 외모비교가 자주되는 안타까운 아이다. 작은 아이가 혼자서 이리치이고 저리치이기는게 안타까워 유독 마음이 가던 아이다.


옹기종기 모여있는 아기고양이 4남매


요녀석들과 노는게 즐거워 시간가는줄 모르다 아기들 밥줄때가 되서야 나타나 한없이 노려보는 어미고양이에게 4마리를 모두 양도하고 나서는 침대에누워 오랜만에 예능을 보면서 여유로움을 만끽했다.

매니저님이 집안일을 하기위해 2층으로 올라가면서 특별히 내어준 신라면이 있었지만 워낙 이것저것 먹어댄 탓에 다른 사람을 위해 다시 고이 찬장에 넣어두었다.


한참을 그렇게 놀다보니 오후가 되자 혼자왔다는 남자간호사분이 숙소로 들어왔다.

자신이 제일 일찍온줄 알았는데 벌써 들어왔냐고 묻길래 오늘 아예 안나갔다고 대답하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그렇게 또다시 세명이서 긴 수다가 펼쳐졌다.

남자간호사님은 우리랑 꽤 수다코드가 잘 맞았다. 오늘은 비가 많이 와서 안나가도 괜찮았다는 말에 우리는 역시 우리의 선택이 옳았다는 합리화를 했다.

마트에 같이 가자고 했지만 비도 오고 몸이 젖는것이 싫어 정중히 거절했다.


그사이 준비된 저녁식사에 일등으로 참여해 계란후라이까지 얹은 볶음밥을 야무지게 털어넣었다.


내일은 파리에서 마지막 밤이 될거다.

오늘 하루 경비를 아꼇으니 내일은 저렴한 코스요리를 먹기로 했다.


그사이 봉사활동으로 알고 지내던 친구P가 프랑스에 도착했다.

내일 시간이 맞으면 함께 유람선을 타기로 약속을 맞추어 두었다.


오늘 숙소의 밤은 새로운 여행자와 기존에 묵고있는 여행자들로 뒤섞여 좀처럼 잠들지 않는다.

새로운 정보의 보따리들이 오가는 이야기속에 서로를 알아간다.

여행이란 이렇듯 새로운 것들의 뒤섞인 설렘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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