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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단비 Jun 19. 2022

엄마, 개그우먼인가 봐

엄마 성장기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아기가 아빠, 엄마를 찾는다.

그리고 아기와 눈을 마주치는 순간부터 나는 개그우먼으로 변신한다.

내 안에 언제부터 개그의 본능이 자리 잡고 있었는지 알 수 없지만 "아뇽! 니콩띵!" 알 수 없는 희한한 소리들로 아기의 굿모닝을 열어준다.

다시 기억하려 해도 기억나지 않는 즉흥적인 언어들을 하루에도 수없이 만들어내 살아가고 있는 요즘이다.


언어뿐만이 아니다.

하루 종일 오만 가지의 표정으로 아기의 웃음을 유발하려고 부단히 애쓰고 노력한다.

나에게 이런 표정이 있었던가!

아기에게 건네는 나의 말과 표정과 행동을 남편과 단비와 봄비는 '얼음'이 되어 멍하니 구경을 한다.

나와 살면서 처음 보는 낯선 광경이었던 것일까?


가장 하이라이트는 작곡, 작사를 하는 능력치도 생겼다. 말도 안 되는 노래 가사에 곡을 붙이고 춤도 춘다.

내가 생각해도 정말 가관이다.

친정에 가서 이 노래를 부르니 엄마도 멍하니 넋을 놓고 바라보신다.


그래도 다행인 건 이 모든 게 아기에게 먹힌다는 사실이다. 아기. 는. 다!


그걸로 됐다. 내 한 몸 망가져서 아기가 웃을 수 있다면 나는 이 생활을 지속시킬 예정이다.

더욱 신기한 건 내가 스타트를 했을 뿐인데 남편이 따라 한다. 그리고 친정 엄마도 따라 한다.

다른 사람이 해도 아가는 역시 . 는. 다!

내 안에 이런 창의력이 있었다니!!

누군가에게 웃음을 주는 일이 이리도 쉽고 행복한 일이었다니! 개그 샘이 폭발했는지 한별이의 얼굴 만 보면 계속해서 끊임없이 흘러나온다.


그리고 십여 년 동안 남편과 단비와 봄비를 대했던 나의 한결같은 태도에 대해 괜스레 미안한 마음이 밀려온다.

내가 이렇게 흥이 많고 웃음이 많은 인간이었다니! 내 안에 흥이 시작되었으니 아기에게뿐만 아니라  그대들에게도 나의 창의적인 언어와 표정과 춤을 맘껏 보여 드리이다!


요즘 아기 덕분에 개그의 본능이 깨어나, 흥에 겨워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너무도 소중하게 느껴진다.

육아로인해 피곤하고 지치고 힘든 하루일 수 있지만 이 개그의 본능으로 아기가 웃어주고 나면 우울해질 틈도 없이 다시 기운을 차리고 힘겨운 육아가 또다시 할 만한 일이 되어 버린다.


내 안에 기쁨을 꺼내어 준 우리 아가,

오늘도 여전히 생각에 잠긴다.

내가 아기를 키우는 건지, 아기가 나를 성장시키고 있는건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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