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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단비 Sep 03. 2022

과유불급을 이해하다

엄마 성장기

6개월 아기의 첫 이유식은 고운 쌀미음을 시작으로 일주일 후에 하나의 야채를 섞어 3일 동안 먹여보고 알레르기 반응이 있는지를 확인해야 하며 한 달 후부터는 확인된 야채들로 두세 가지를 섞어서 미음을 만들어주는 기본 틀이 있다.


아기를 낳아 기르기 전까지 나는 좋은 것일수록 많이 채우는 게 좋은 거라 믿으며 살아왔더랬다.

한별이의 이유식을 위해 거하게 재료들을 준비하고 하나씩 만들어주자니 뭔가 성에 차지 않아 재료들을  전부 손질하고는 몇 차례에 걸쳐서 야채들을 다 찌고 곱게 갈아냈다. 종류대로 갈아서 틀에 넣어 얼릴 생각이었는데 순간 전부 섞어서 양을 조금씩 조절해서 주면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에 여섯 가지 야채들을 전부 섞어서 이유식을 만들었다.

그리고는 그날 밤 아기는 탈이 나서 새벽 내내 잠을 이루지 못했다. 아주 작은 소량이라도 생전 처음 먹어보는 음식들을 한꺼번에 접하자 장이 뒤틀릴 정도로 탈이 난듯했다.


더 많은걸 주고 싶은 내 욕심에 아기의 배는 한바탕 전쟁을 치러야 했고 고되게 아기를 달래는 순간에도 나는 나의 무지함과 무식함과 미련함 속에서 눈물을 머금은 채 스스로를 자책하며 무거운 마음을 감당해야만 했다.


그리고는 진중하게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무엇이 좋은 것인가! 무엇이 상대방을 위하는 것인가! 이제까지 내 기준으로 살아왔던 방식들을 하나하나 내려놓아야 하는 불편한 삶을 마주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고민할 것도 없이 이 삶을 받아들이고 있다.


아무리 좋은 것일지라도 상대방이 받을 준비가 되어있는지를 고민해봐야 된다는 것!

내가 좋아하는 만큼인지 상대방이 정말 필요로 하는 만큼인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과유불급, 정도를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

다다익선의 삶이 마냥 좋기만 했던 시절들이 나를 얼마나 욕심쟁이로 키우고 있었던가!


9개월이 되니 윗니 아랫니가 두 개씩 나와 제법 잘 씹는 아기가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다.

작게 썰어준 사과 조각을 맛있게 먹는 아기가 너무 예뻐서 길쭉하게 썰어서 베어 먹게 손에 쥐어줬더니 앞니로 사과를 댕강 잘라먹는 게 아닌가! 작은 목구멍에 댕강 잘라진 사과 조각이 들어가자 아기가 숨을 못 쉬고 고개를 못 가누는 것이다.

나는 아기를 잽싸게 안아 언젠가 배워둔 하임 리히법으로 두세 차례 가슴을 압박했더니 아기가 사과 조각을 토해냈다.

 

어떤 순간마다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는 생각으로 깊이 고민하지 않고 무심코 판단하며 살아왔던 시간들은 또 얼마나 나를 어리석게 만들고 있었던지를 절실히 깨닫게 만든다.


아기를 기르는 하루하루가 끝없이 나의 어리석음을 직면하게 만들 줄이야!

과유불급을 이해하니 다다익선이 괜스레 불편해지고 무섭기까지 하다.

오늘도 나는 아기를 키우는 것인가, 아기가 나를 성장시키고 있는 것인가! 를 스스로에게 되묻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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