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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투명 Nov 03. 2021

코워킹의 슈퍼맨과 원더우먼

코워킹 스페이스 관찰 후기

사진은 오징어게임 보던 외국분 ㅋㅋ


요즘 매일 코워킹에 가는 중이라서, 본의 아니게 코워킹 사람들과 (나혼자) 내적 친분감을 쌓았다. 그리고 이건 그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아직 한달 패스를 구매하지 않아서 난 지정석에 앉을 수 없는데, 꽤나 일찍 출근하는 축에 속하기 때문에 (오늘은 2등했다) 대부분 원하는 자리에 앉을 수 있다.

오픈된 큰 테이블은 6인석인데, 모르는 사람과 마주보며 일하는건 정말이지 피하고 싶기 때문에 구석 자리를 잡는 편이다.

그렇게 항상 앉는 자리에 앉다가 지켜보게 된 사람들이 있는데, 슈퍼맨과 원더우먼이라고 나 혼자 별명을 붙인 이들이다. 내 맞은 편에서 항상 지켜볼 수 있는 사람들이라 어쩌다보니 마음껏 관음 중이다.



슈퍼맨을 슈퍼맨이라고 부르게 된 건, 그가 변신 전 슈퍼맨과 매우 흡사한 외형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뿔테에 2:8 가르마, 체크 셔츠를 주로 입고 항상 꼿꼿한 자세에 외모도 닮았다. 사실 그는 내 이상형과도 흡사한데, 내 이상형이 열린교회 닫힘급(샤프한 너드, 문학적 감수성을 가진 공대생 등등) 정도의 모호함을 고려하면 사실 약간은 놀라운 일이다.

그를 관찰하기 시작한건 사실 관심이라기 보다는, 약간의 경쟁심ㅋㅋ 때문인데 그가 항상 코워킹에 제일 먼저 오고 또 매우 늦게 퇴근하기 때문이다. 나름 아침형 인간으로 변모한 나도 코워킹에 일찍 가는 편인데, 늘 나보다 먼저 나와있다. 퇴근도 항상 늦어서 내가 더 늦게 가야지, 하고 버티다가도 한번도 이기질 못했는데 어제는 왠일로 8시 전에 가길래 가까스로 이길 수 있었다.

점심도 밖에 나가서 20분만에 먹고 오는데, 근처에 식당이 없는데 어떻게 가능한지 모르겠다. 좀 더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다,,

매일 체크 셔츠를 입고와서 체크 셔츠가 몇개가 있나 세다가 5개까지 세었는데 어제오늘은 그냥 반팔티를 입고 와서 약간은 서운해졌다. 아무래도 요즘 만나는 사람이 있는 모양이다.



원더우먼은 내가 코워킹을 떠나고 싶게 만든 주범이기도 한데, 자주 보다보니까 친근해졌다. 원더우먼은 매일 스틸레토 하이힐을 신고 출근한다. 그리고 엄청나게 돌아다닌다.. 실리콘 벨리도 아니고 하이힐 신는 사람이 어딨냐는 말을 들었지만, 여기있다. 내가 매일 가는 코워킹에.

그녀의 패션 센스를 탓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그냥 코워킹의 엄청나게 울리는 바닥을 탓하기로 했다..

그녀는 10시쯤 퇴근해서 5시에 퇴근하는데 그 긴 시간동안 내내 하이힐을 신고있다. 그녀의 하이힐 종류도 세어보다가 구분이 안가서 그만뒀다. 그녀가 걸을 때마다 코워킹의 모든 사람들이 소리 때문에 쳐다보는데, 아마도 그 시선을 즐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코워킹에서 누구와 친해지고 싶지는 않은데, 최근에는 그녀와 친해져서 실내화를 선물로 주는 상상을 하곤 한다. 생각만 해도 미소가 나온다..​

사실 이 글도 딥하게 빡쳐서 쓰는 글이다. 어딘가에 험담은 해야겠는데, 할 수 있는데는 다 했다.​


나는 이 코워킹에서 무뚝뚝하고 말없는 아시아 여자 역을 맡고 있다. 처음에는 몇몇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기도 했었는데, 가볍게 인사하고 연락처를 나눈 어떤 사람이 어느 날 난데없이 침대셀카를 (우웩) 나에게 보내는 걸 보고 만사가 귀찮아졌다.


신기하게도 침대셀카남과 슈퍼맨과 원더우먼은 서로 친하다. 정말 달라보이는 사람들끼리 어떻게 친해질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 위아더 월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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