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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화 May 18. 2017

파리에서의 마지막 기록

두 번째 유럽, 세 번째 파리 - 마지막날

파리에서의 마지막 날이자 스위스로 떠나는 날. 일기에 남은 마지막 기록.


다시는 그리울 것 같지 않은 파리에서의 마지막 날이었다. 짐을 챙겼는데 도착했을때 보다 늘어난 짐들이 한 가득이었다.


짐을 챙기고 열시쯤 느즈막히 숙소를 나섰다. 다들 숙소에서 나가지 않길래 조금 더 늦게 나가고 싶었지만 그냥 일찍 나왔다. 역시나 할 일은 없었다. 항상 가던 시청 쪽이 아닌 샤틀레 쪽으로 나가고 싶어서 걸었으나 또 시청이 나왔다. 포기하는 심정으로 또 걷기 시작했다. 걷다보니 이번에는 루브르. 다시 가고 싶지 않았으나 루브르 피라미드 앞에서 찍은 사진이 없어서 일단 피라미드 쪽으로 향했다.


피라미드 앞에는 단체 패키지로 온 한국인 여행객들이 있었다. 아주머니, 아저씨들도 많았는데 나중에 우리 엄마, 아빠도 파리에 오면 좋겠다는생각이 들었다. 패키지로 오는게 좋을지 아니면 자유여행으로 오는게 좋을지 고민해봤지만 답은 나오지 않았다.


사진을 부탁하고 싶었는데 어제의 일 때문인지 왜 인지 모르게 의기소침해졌다. 갈곳이 없고 추워서 방황하다가 오르셰 박물관 마져 닫아 오랑주리로 향했다. 오랑주리에 들어가기 전 가방검사를 했는데 이미 가방에는 스위스로 떠나기 위해 온갖 짐이 한 가득이었다. 오랑주리에 짐 검사하고들어가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오랑주리 앞에서 한참을 고민하다가 샹젤리제 거리에 갈 요량으로길을 나섰다. 콩고드 광장에서 숙소에서 계시는 분을 우연히 만났다.

그렇게 어색하게 서로 갈길을 가고 나는 마들렌 지역을 지나 오페라 쪽에 있는 스타벅스를 향해 걸었다. 정말 신기하게도 다른 숙소 사람들을 만났다. 신기하게 생각하고 지나쳤다.


스타벅스에서 여전히 우유맛만 나는 라떼를 시키고 안 쪽으로 들어가 밀린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같은 시간대에 왔던 사람들이 다 나가고 나서야 홀로 앉아 일기를 썼다. 예상시간보다조금 이르지만 밥을 먹으러 가려던 찰나 아까 마주쳤던 숙소 사람들을 다시 만났다.


숙소 사람들과 한참을 떠들고 급하게 밥을 먹고 숙소로 향했다. 숙소에서짐을 챙겨 지하철을 타고 리옹역에 도착했다. 시간이 많이 남았다.


리옹역에 멍하니 앉아 사람들이 움직이는 것을 바라봤다. 그리고 우연치않게 스타벅스를 바라봤는데 이건 아직도 기억이 난다. 아시아계 직원,아프리카계 직원 분 등 다양한 사람들이 행복하게 웃으면서 일을 하고 있는 모습이 기억이 난다. 웃으면서일을 한다는 게 어색하고 낯설게 느껴졌던 나에게는 신선한 충격.


단편적인 모습이고 그 짧은 순간으로모든 것을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왜인지는 그들이 행복해하면서 일을 한다고 느꼈다. 그렇게 멍하니 스타벅스 안을 들여다보며 알 수 없는 환상을 품었다. 여전히 멍하게 있다가 크로와상과 물을 사서 기차에 탔다. 안녕, 파리.

기차에서 한 참이나 잠들었던 것 같다. 핸드폰으로 무언가를 봤던 기억도 있는데 어떤 영상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아니 영상을 봤던 기억조차 확실하지 않다.


스위스 자정이 넘은 시각에 도착했다. 한국 사람들이 기차에 꽤나 타고 있어서 덜 무섭겠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기차에서 내렸는데 나만 다른 숙소로 향했다.


차가 지나가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고 가로등은 드문드문 켜져 있었으며 진짜 인적이 드문 길을 미친듯이 걸어서 도착했다. 무사히 숙소에 도착해 씻고 잠을 청했다.


안녕 파리, 안녕 스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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