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퇴사할거야를 외치는 A 대리 관찰일기
여러 회사를 다니면서 주로 관찰자 포지션에 위치해 다른 사람을 관찰하게 됩니다. 대개 비슷하지만 제목에도 있듯이 ‘퇴사할 거야’를 점심 먹듯이 입에 달고 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회사를 옮긴 지 얼마 안 된 점심식사 자리에서 A 대리는 ‘처음 온 사람에게 이런 소리 미안한데 이 회사의 문제는~’이라면서 구구절절 회사의 불만을 얘기합니다. 털어놓는 회사의 불만 중 핵심은 거의 없습니다. 혹시나 불만 중에서 ‘급여가 밀린다’ ‘사람 해고 방식’ 정도 얘기는 잘 캐치해둘 필요가 있습니다. 그 외의 것들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편이 정신 건강을 위해서 좋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퇴사할 거야’를 입에 담고 사는 사람은 절대 퇴사를 안 합니다. 거의 제가 먼저 나갔습니다. 저 사람은 아무리 봐도 회사에 뼈를 묻게 생겼거든요. 저렇게 일을 안 하고, 저렇게 회사를 편하게 다니는 데, 다른 회사는 절대 못 가겠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실제로도 그렇습니다. 조용히 묵묵히 일만 하던 다른 대리 혹은 제가 먼저 회사를 탈출했습니다.
원래 남의 말에 타격을 받는 편이 아니라 아무것도 모르던 신입 시절에도 ‘퇴사할 거야’ ‘회사 노답이네 탈주각’이라는 말에도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한 달, 두 달이 지나도 같은 레퍼토리를 반복하는 걸 보고 절대 나갈 생각이 없구나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회사에서 자신의 입지를 다지기 위해, 주변 사람에게 내가 일을 이만큼 하는데 회사의 문제점이 이렇게 많다를 지적하기 위한 쇼맨십이었습니다.
물론 ‘퇴사할 거야’를 입에 달고 다니던 상사와 직원보다 제가 먼저 탈출했습니다. 그 사람의 말과는 별개로 답이 없는 회사의 상황을 보고 탈출을 결정했습니다. (ex: 회사로 경찰이 들어왔는데 직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대표의 모습, 혼자만 다단계인지 모르며 직원에게 다단계를 권유하는 대표, 자식들이 다니는 한 달 유치원비가 직원들 월급보다 많음을 자랑하는 모습, 화장실 청소하는 직원에게 집에서도 이런 일 안 해봤을 텐데 어떻게 하면서 손만 홀랑 씻고 본인 사무실로 쏙 들어가는 모습) 앞에 예시는 모두 한 회사에서 있던 일입니다.
아, 가장 중요한 것은 회사가 기울어 가는 것을 보고 퇴사 생각을 굳혔습니다. 거래가 끊기고 일이 없어지고 대표도 회사 탈주각을 재는 것을 보게 됐으니까요.
이외에도 여러 상황을 보니 답이 없고 경력을 채우느니 탈주하는 게 낫겠다 싶어서 ‘이번 달 까지만 하고 그만하겠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대표와 면담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하고 퇴사 소식을 알리자 ‘입퇴사러’ 대리는 “OO 씨 그만둔다면서요? 그만둘 줄 몰랐어”라며 정말 놀란 내색을 내비칩니다.
저는 주로 그만 둘 줄 몰랐는데, 계획에 없는데 퇴사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어쩌다 보니 남들보다 빠르게 탈출하고 더 나은 회사로 옮기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무작정 그만두는 것은 아닙니다. 회사에서 누구보다 빠르게 최대 성과를 올리기 위해 노력했고, 성과를 냈고 그럼에도 회사의 경영이 답이 없을 경우 이직을 생각합니다.
얼마 전 기울어가던 그 회사는 대부분의 사원이 퇴사했습니다. 새로 입사한 직원이 전체 직원의 90%가량이었습니다. 퇴사한 다른 직원으로부터 들은 소식으로는 역시나 불만 많던 그 A 대리는 누구보다 회사를 열심히 지키고 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