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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화 Feb 18. 2020

연애를 망친 건 내가 아니라 너였다

예고도 없이 갑자기 찾아왔다. 고요하고 적막했던 인생에 훅 들어와서 흔들어 놓고는 멋대로 떠나버렸다. 여태 사랑 없이도 잘 살아와서 끝나도 괜찮은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누군가를 제대로 좋아해 본 적이 없었다. 마음을 좀처럼 여는 법이 없었다. 그러니 제대로 된 연애를 해봤을 리 없었다. 그런데 어쩌자고 갑자기 찾아온 너에게 마음을 열었을까. 스스로에게 이런 모습이 있었는지 몰랐다. 하루도 빼놓지 않고 매일매일 연락을 했다. 보고 싶은 날에는 직접 달려갔다. 오랫동안 앓고 있던 우울증이 만나는 동안에는 잊혔다. 한 편에 늘 존재했던 우울증이 그 사람을 만나는 동안은 언제 있었냐는 듯 사라졌다.


오래갈 거라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예상보다 짧았다. 멋대로 들어와서 흔들어 놓고는 멋대로 떠났다. 어제까지만 해도 아무렇지 않게 사랑한다 말하더니 다음 날 헤어지자고 통보했다. 이유는 뻔했다. 어쩔 수 없는 상황 때문에 헤어져야 한다고 했다. 너무 외로운데 누굴 만나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그 누구에 내가 포함됐다.


하루아침에 맞은 날벼락에 모든 상황을 내 탓으로 돌렸다. 내가 부족해서 떠난 게 아닐까, 내가 잘했다면 달라졌을까? 하는 모자란 생각들 말이다. 정리가 되지 않는 감정에 한 달이 넘게 괴로워했었다. 붙잡아 봤지만 소용없었다. 그 정도의 호감이었고 그 정도의 감정이었던 거다. 그 상황을 이겨낼 만큼 좋아하지 않았다. 그 생각이 들고나서야 머리에 망치를 맞은 느낌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아직도 웃고 떠들던 그 시간들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못하는 걸까.


이별 글은 모조리 찾아봤다. 대부분 그랬다. 좋아하지만 상황 때문에 이별한다는 것은 다 핑계라고. 나쁜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 상황 핑계를 된 것이다. 그 모든 것을 감내할 만큼 내가 우선순위에 없었을 뿐이었다. 알고 나니 왜 나를 그만큼 좋아하지 않았을까 라는 바보 같은 생각이 든다.


시간이 약이란다. 아직도 웃고 떠들던 그 순간이 그립다. 다시 잡아보고 싶지만 그 사람의 결정을 존중하는 것도 이별의 한 방식이란다. 그런데도 여전히 잊지 못하는 것은 다시 찾아온 우울감이 두려워서 일까, 너를 정말 좋아했기 때문일까.


다시 생각해도 우리의 연애를 망친 건 내가 아니라 너였다. 하루아침에 매정하게 돌아선 건 너였다. 우리의 연애였는데, 혼자 고민하고 혼자 결정했다. 연애했던 기간만큼 헤어진 시간이 다가오니 연애의 기억이 흐릿해졌다고 믿고 싶다. 이렇게 서서히 조금 더 버티면 흐려지겠지 싶다. 언제쯤 잊을 수 있을까. 그래도 여전히 네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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