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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화 Sep 20. 2016

반짝이는 에펠탑, 설렘 한 스푼

두 번째 유럽, 세 번째 파리 - 둘째 날

어디까지 얘기했었더라, 늘 이게 문제다. 새롭게 시작을 하려면 이러저러한 이유로 미루다가 또 한 참 만에 글을 쓴다. 지난 글을 매듭짓기는커녕 전혀 다른 새로운 글들만 주구장창 늘어간다. 물론 지금 나는 회사 탓을 하고 있는 것이다.


Chateau de Versailles


파리에 도착한 지 이틀째 되는 날이었다. 베르사유 궁전은 두 번째 방문이었다. 지난번에는 춥고 또 추웠던 12월에 방문했었다. 그때의 베르사유 궁전은 나에게 회색과 짙은 갈색이었다. 더불어 앙상한 나뭇가지들의 삭막함이 나를 반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원을 거닐며 5월의 푸르고 빽빽한 나뭇잎들을 상상하며 다시 와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래서 이번에 파리에 도착하자마자 향한 곳이 베르사유 궁전이었다.     


여행을 혼자 다니는 편이 익숙했다. 그런데 이번 여행 동안은 무슨 연유였는지 모르겠지만 동행을 구했다. 모든 것에는 장점이 있듯이 단점도 존재했다. 좋기도 했지만 안 좋기도 했다. 이번 여행을 통해서 깨달은 것은 정말 사람 마음이라는 것은 알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어쨌든 동행을 구해서 열 시 반에 궁전 앞에서 만나기로 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약속 시간에 늦지 않게 숙소에서 나갔다. 지난번에는 RER을 타고 갔는데 이번에는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가는 방법을 선택했다. 지옥철을 경험했다. 끼고 끼여서 잔뜩 지친 상태로 지하철에서 내렸다. 출구도 잘 못 나와서 정류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일찍 도착해서 기뻐하는 것도 잠시였고 버스는 오지 않았다. 한참을 기다렸고 마침내 버스에 탑승했다. 그리고 기다림 또 기다림의 연속이었다.

궁전에 도착해서 만나기로 했는데 이상하게도 동행 과 자꾸 길이 엇갈렸다. 일단 안에서 만나기로 했고 입장권도 잘 구입했다. 가방검사도 하고 엇갈리고 엇갈린 끝에 동행을 겨우 찾아서 만났다. 반가웠었다. 예상외로 말이 잘 통해서 끊임없이 말했다. 궁전 내부는 가볍게 둘러보고 정원으로 향했다.      


정원으로 향하기 전에 기념품 샵에 잠깐 들렸다가 한국말이 들리기에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곳에서 암스테르담 비행기에서 만난 분을 다시 만났다. 남자 친구분과 함께였고 둘이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다. ‘다시 만나자’는 이야기를 했었는데 정말로 만날 줄은 몰랐다. 그렇게 짧게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아마도 다시 만나자는 얘기를 다시 한 번 했었던 것 같은데 그 뒤로 다시 만나지는 못했다.


정원으로 나왔다. 햇살은 뜨겁고 정원은 초록으로 가득했다. 다시 방문했을 때는 조금 더 화려하고 생기 넘치는 정원의 모습이었다. 계단을 내려가서 대운하 쪽으로 가던 중 미묘한 갈증에 오렌지 주스를 사 마셨다. 3유로라는 말도 안 되는 가격이지만 목이 마르니 일단 마셨다. 근데 상큼하니 맛있었다. 가격이 말도 안 됐지만 그냥 기분이 나쁘지 않았으니 넘어갔다.

대운하 주변에는 사람이 많았다. 그래서 사람이 없는 곳으로 반대 방향으로 향했다. 적당히 축축하고 기다란 잔디 위에 돗자리를 깔고 앉았다. 돗자리가 둘이 앉기에는 조금 좁아서 궁전 지도를 조금 빌렸다. 햇빛이 들지 않는 그늘에서 선선한 바람과 함께 풍경을 바라보고 있으니 마음이 편해졌다. 정원에 앉아서 노닥거리는 시간은 정말 좋았다. 여유로운 시간이라고도 칭하고 싶지만 지금은 왠지 노닥거린다는 말이 마음에 들었다. 엄마에게도 전화를 하고 아빠에게도 전화를 했다. 여행을 준비하며 마음 쓰였던 것들이 이제야 풀리는 것 같았다. 한참을 앉아 있다가 저녁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에펠탑의 야경을 어떻게 볼지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다행히도 일행 분이 에펠탑 근처에 숙소가 있어서 동행해주겠다고 했다. RER 티켓을 프랑스어로 달라고 했는데 직원이 프랑스어로 말해줘서 고맙다고 했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 RER을 타고 노트르담 대 성당 쪽으로 갔다. 지하철은 무슨 RER이 최고다.


노트르담 대 성당에서 내려서 근처에서 밥을 먹었다. 파리에서 밖에서 밥을 사 먹는 것은 처음이었다. 밥 먹는데 웨이터를 먼저 절대 부르면 안 된다고 해서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주문을 했고 난 분명 종업원에게 양파 수프 달라고 했는데 홍합이 나왔다. 내가 홍합이라고 말했다는데 난 절대 아니었다고 말했고 결국 바꿔줬다. 미친 듯이 기다리다가 후다닥 계산하고 노트르담으로 갔다. 물론 중간에 내가 사랑하는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에서 사진도 찍었다. 이게 가장 좋았다. 내부에서는 행사가 진행 중이라서 들어가지는 못했다.     

파리 시청 근처에서 버스를 타고 에펠탑을 향해갔다. 샤요 궁 바로 앞에서 내려줬다. 사진을 찍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해가 온전하게 지고 난 뒤의 에펠탑을 보고 싶었는데 해가지지 않았다. 그게 가장 아쉬웠다.


그래도 다시 본 밤의 에펠탑은 예뻤다. 정각에 반짝이는 모습에 설레였다. 설렌다는 감정 조차 오랫만이었다. 가슴이 두근 두근 뛰었다. 예뻐서.


에펠탑 구경도 잠시 시간이 늦어져 트로카데로(Trocadero) 역에서 지하철을 탔다. 숙소 근처였던 스트라스부르크 생 데니스 (Strasbourg-saint denis) 역에서 내려서 당당하게 걸어갔다. 숙소가 나오고도 남았을 거리인데 숙소가 나오지 않아서 이상함을 직감하고 지하철 안내판을 보니 완전 반대였다. 무서웠고 밤이라 그리고 둘째 날이라 길이 눈에 익지도 않았는데 무서웠다. 일단 지표가 되는 개선문과 비슷한 문이 있는 곳으로 미친 듯이 걸었다. 정말 무서웠다.   

  

개선문에서부터 숙소까지 미친 듯이 빨리 걸었다. 겨우 숙소에 도착했고 땀이 범벅이 됐다. 꽤 늦은 시간이었다. 그렇게 씻고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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