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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CY Mar 20. 2016

봄에 찾아온 그녀

거울, 교집합, 그리고 너


 나는 그녀를 오랜만에 마주했다.

 4년 전 밴드 뮤지컬을 같이 했던 그녀는 나보다 3살이 어리다. 그녀는 드러머 역할이었던 나의 드럼 선생님이었고, 배우도 하면서 그림도 그리던 친구 였는데 어느 날 인가 같이 공연하던 친한 친구(-나이는 오빠이나 오빠라고 부르지 않으므로)의 밴드에 영입 되어 지금은 드러머이자 그림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녀가 일 하는 곳으로 찾아왔다. 정신이 없어 끝나고 커피 한 잔 하자며 허둥지둥 보냈다. 퇴근 해서야 그녀와 마주 앉고 나니 시간이 참 많이 흘렀다는 것이 실감 났다.


 4년 전 첫 만남을 기억한다. 오르막길의 그 극장에 들어가서 나와 너무 똑같이 생긴 친구가 있어 적잖이 놀랐던 그 때를. 그 친구도 마찬가지 였고, 우리는 공감대가 많아 서로를 쌍둥이라 부르곤 했었다. 기억이 또렷하게 난다. 마치 어제 일 처럼.


 나는 머리가 길었고, 과도하게 살이 빠져 차갑고, 센 이미지가 되었다. 그러나 그 친구는 아직도 풋풋하고, 순수해보인다. 우리는 더 이상 닮지 않았다. 내게 말을 놓던 그녀가 존댓말을 쓰기 시작한다. 시간이 그만큼 흘렀다는 얘기이리라.

 

 그녀가 물었다.

 "언니, 30대가 되면 어때요?"

 

 나는 30대에 들어서면서 모든 조바심을 내려 놓았다. 늘 좌우명은 '카르페디엠'이라고 외치던 20대엔 카르페디엠은 개를 주고, 나는 조바심과 욕심, 불안감을 떠안고 살았다. 30대가 되면서 나는 변했다. 그렇게 살아봐야 얻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나는 모든 것을 내려 놓았다. 내려놓기가 어렵지 내려놓으면 편하다. 다들 뛰어 가고 있는데 나만 걷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불안감이 아니라 안도감을 안겨준다. 모든 사람이 그렇진 않다.

 나는 '한량'이다. 놀고, 먹기 위해서 돈을  번다. 내가 즐겁기 위해 일을 한다. 뛰는 사람들과 애시당초 목적이 다르다. 그래서 나는 전속력으로 달리지 않는다. 천천히, 콧노래 흥얼거리며 걸어야 속 안 끓고 오랫동안 '험난한 예술가의 레일'을 달릴 수 있다.


 나의 대답이었다.


"저도 그래요. 30대가 되도 달라 질 건 없을 것 같아요."

 

 시간은 외모는 달라지게 만들었지만 마음은 변하게 만들 수 없나보다. 4년 만에 만난 우리는 교집합에서 마주했다. 나는 그녀를 바라보면서 나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마주 했다.

 

 둘 다 그림을 그리고 있을 줄은, 음악을 하게 될 줄은 그 땐 미처 몰랐던 일이다.


 우리는 또 어떤 모습으로 마주하게 될까.


 거울 같은 그녀를 만난 오늘은 따스한 봄이었다.

 햇빛 따사로운 봄처럼,

 우리의 앞날에도 봄바람이 흩날리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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