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기다리고, 봄이 되고 싶고
봄. 봄이다. 추운 겨울을 뒤로 하고 서서히 봄이 오고 있다. 나는 겨울이 싫다. 아무리 꽁꽁 에워싸도 따스해 지지 않는다. 어떤 방법을 동원해도 허전하고, 외롭다. 밖에 나가려고 하면 두려움이 앞선다. 현관문을 열고 나가는 순간 엄습하는 그 싸늘한 공기가 나는 치 떨리게 싫다. 겨울에는 늘 추웠다. 마음도. 그리고 통장도. 언제는 따사로웠겠냐만은 겨울은, 시베리아 벌판 같은 눈보라를 몰고 와 무기력증을 유발한다. 그래서 늘 봄이 오기를 기다리면서 산다.
사람들에게 축하 인사를 할 일이 있을 때 "비단 꽃길 같은 하루가 되길 바래요."라고 말하곤 한다. 매일매일이 누구에게나 꽃잎 흐드러진 봄이었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바램.
정신 없는 하루였다. 이렇게 저렇게 일정이 꼬였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 왔고, 새로운 일이 생겼고, 원래 하던 일은 진행 중이다.
무대에서 연기를 하는 사람이었다. 글을 쓰기도 하고, 취미로 시작한 그림은 간간이 팔리기도 하고, 돈을 벌어주기도 하니 더 이상 취미는 아니다. 가장 오래전부터 하고 싶었던 음악은 취미로 시작했으나 직업이 되어가는 수순을 밟고 있다.
"그렇게 많은 걸 해서 니가 하나도 제대로 못하는 거야. " 라고 말하던 선배가 있었다.
제대로가 뭔지 궁금했다.
'연기만이 나의 인생'이라고 생각하며 살지 않는다. 누군가는 "그럼 너는 배우로 성공 할 수 없어."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난 다양한 방향으로 나뭇가지를 뻗고 있는 것일 뿐이다. 뭐든 기회가 주어지면 하고, 최선을 다 해서 하면 된다. 그렇게 살다보면 수많은 갈림길 중에 내 길이 보이리라. 툭 까놓고 말하면 진로 고민중이라는 얘기다.
근데 잠깐. 예술에 '제대로'가 대체 뭐지?
나는 보지 못한 것을 그는 보고 있으니 선배 소리를 듣는 것이겠지만 나에게도 '제대로'는 있다. 즐겁게. 단순하다. 하지만 내게는 전부다.
주어진 일들을 하나씩 하다보니 모두 직업이 되었다. 말하고, 실천하면 이루어진다는 것은 단순명료 한 진리라는 것을 깨닫는 오늘이다.
누군가 직업이 뭐냐고 물으면
"종합예술인이요." 라고 대답한다.
꽃 한송이가 아니라
다양한 꽃이 만개한 꽃다발이 되고 싶고,
그 안에서는 늘 봄향기가 퍼져 나갔으면 좋겠다.
봄이다. 기다리던 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