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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림스케치 Apr 24. 2022

물건 대신 이것을 채우는데 집중합니다.

행복을 일렁이는 파동

“소소한 일상에서 일렁이는 작은 파동이 모이면 행복이 됩니다.”


<숲 속 외딴집>




  우리가 살아가는 데는 이유가 있고, 이야기가 있습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삶이 즐거워지는 일이 뭐가 있을까? 과연 행복한 삶은 어떤 삶이며 어떻게 살아야 행복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알게 되었습니다. 소소한 일상에서 느끼는 작은 파동이 모이면 행복이 된다는 것을요. 비 오는 날 넓은 베란다 창을 과감히 열고 커피를 마시며 느껴오는 전율도 행복을 일렁이는 파동입니다. 내 손으로 키운 채소로 건강한 밥상을 차릴 때도 깊숙한 곳에 억눌려있는 행복이 일렁이지요.


  한집안을 이루었을 때 텅 빈 신혼집을 채우기 위해 발품을 팔던 때가 생각납니다. 집의 톤은 어떤 색으로 맞출까? 가구는 어떻게 배치할까? 하얀 스케치북에 밑그림을 그리고, 색을 칠하듯이 빈집을 채웠지요. 물론 경험 부족으로 잘 못 산 물건도 있었고, 사용빈도가 낮은 물건은 창고에 넣어두기도 했어요. 살림하며 깨지고, 고장 난 물건을 버릴 때마다 앞으로 물건을 살 때는 좀 신중할 필요가 있겠다 싶었어요. 먹거리 공수는 당연히 대형마트를 가야 하는 줄 알았고, 필요한 물건은 당연히 무엇이 든 사야 하는 줄 알았습니다. 


'끝없는 소비로 원하는 물건을 채워도 행복은 채워지지 않았지요. 마음 한편이 헛헛하더군요.' 


  그러다 보니 살림의 무게-과소비와 쓰레기-를 견디지 못해 나날이 스트레스였어요. 버리기 위해 소비하는 것 같았고, 소비하기 위해 돈을 버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장바구니를 들고 대형마트 대신 재래시장 가는 횟수를 늘렸습니다. 재래시장까지 걸어갔다 오면 하루의 운동량은 자연스럽게 채울 수 있었고, 걸어가는 길에 남편과의 대화도 늘었어요. 묵직한 장바구니를 하나씩 어깨에 메고 한 손에 호떡을 쥐고 호호 불어 한 입 베어 먹는 순간 “아 맛있어. 너무 행복해.”라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참 소소하지요? 전투적으로 생활할 때는 미처 깨닫지 못했던 행복을 마음 적으로 여유를 찾고부터 평범한 일상이 행복이었음을 깨달았습니다.   

   

  자동차 대신 걸어서 시장에 가니 장바구니 무게를 생각해 딱 필요한 식품만 사게 되어 과소비가 줄었고요. 인터넷 쇼핑을 멈추니 과소비에서 해방되었을 뿐 아니라 재활용 분리배출 스트레스도 해방되었어요.


<대파 뿌리조차 버리지 않습니다.>


   마음에 거슬림이 없이 흐뭇하고 기쁜 상태를 우리는 마음이 즐겁다고 표현합니다. 무거운 일상생활에서 마음을 즐겁게 유지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습니다. 삶이 즐겁다고 느낄 때 평온한 마음에 날아든 돌 하나가 즐거움을 산산조각내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매번 날아드는 돌에 마음이 무너지지 않기 위해 즐길 거리를 많이 쌓아놔야 합니다. 가령, 잘라낸 대파 뿌리를 쓰레기통에 버리지 않고 베란다 빈 화분에 심어 키워 먹는 즐거움은 4계절 내내 만끽할 수 있습니다. 누구나 어디에서나 할 수 있는 즐길 거리랍니다. 



<씨앗 발아시켜 키우고 있는 레몬트리>


  무심코 화분에 과일 씨앗을 툭 던졌는데 싹이 올라와 있을 때 무척 신기했습니다. 그 싹이 커서 1m가 넘는 과일나무가 되는 과정을 지켜본 몇 년은 즐거움이 컸지요. 앞으로의 몇 년은 과일이 열리는 즐거운 상상으로 희망을 품기도 합니다. 그리고, 추운 겨울 창가 의자에 햇빛을 등지고 앉아 손뜨개로 필요한 물건을 만들어 쓰는 걸 즐깁니다. 사용하던 수세미가 마모되면 천연삼베실을 꺼내어 삼베 수세미를 뜨고, 원하는 크기와 색상의 가방이 필요하면 면실을 꺼내어 가방을 뜨는 등 손뜨개 삼매경에 푹 빠져 몰두하는 시간을 종종 즐깁니다. 머리가 혼란스러울 때 시끄러운 굉음 소리를 내는 청소기 대신 빗자루로 청소합니다. 수십 번의 빗질 속에 머릿속 잡념이 사라지고 마음이 홀가분해지는 것을 즐깁니다. 


  이렇게 소소한 즐길 거리를 켜켜이 쌓다 보면 평온한 마음에 날아든 고통과 슬픔이 상쇄되기도 합니다. 힘듦의 높이보다 쌓아놓은 즐거움의 높이가 더 높으니까요. 평범한 살림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예쁘게 스케치하며 살림에 즐거움을 찾기 위해 노력합니다. 소소한 일상에서 일렁이는 작은 파동이 모이면 그게 바로 행복이니까요. 

  

<타임 허브/레몬트리/아보카도 나무/ 씨앗 발아 후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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