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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림스케치 Jan 26. 2022

마스크 그냥 버리기 아까워서

"오늘도 난 쓸모를 생각해!"

<쓸모를 기다리는 중입니다.>




  띵동 띵동~ 통돌이 세탁기가 빨래를 마친 모양입니다. 뚜껑을 열어보니 빨래가 하나로 똘똘 뭉쳐있습니다. 청바지의 두 다리와 티셔츠의 두 팔이 서로 뒤엉켜 유도 암바 기술을 보는 듯합니다.


상체를 폴더폰처럼 구부려 묵직한 빨래를 들어 올리니 흔들바위처럼 살짝 움직이더니 제자리로 돌아갑니다. 서로 떼어놔야겠어요. 빨래를 휘어 감고 있는 청바지 다리를 풀고 그 속에 갇혀있는 빨래를 하나씩 구출합니다.


  센 암바 기술에 갇혀있던 빨랫감들이 쪼글쪼글합니다. 어깨 관절이 뚝 소리가 날 만큼 탈탈 털고 옷걸이에 하나씩 걸어요. 건조한 계절에는 실내 습도를 높이기 위해 각 방의 문틀 위에 매달아 둡니다.  다음날 아침이면 바싹 말라있어요. 이런 날은 건조기와 가습기 가동을 하지 않아도 된답니다. 참 잘 마르거든요.


(주의: 합성 섬유유연제를 다량 사용한 후 밀폐된 좁은 공간에서 세탁 물을 말리는 것은 주의가 필요합니다.)


  세탁이 끝나면 세탁기 거름망에 든 찌꺼기를 매번 비워야 하는데 잊어버릴 때가 많아요. 다음 세탁물을 꺼낼 때 알게 됩니다. 검정 옷에 하얀 먼지가 많이 묻어 있으면 거름망이 꽉 찼다는 신호거든요.  거름망의 찌꺼기를 비우지 않았거나 거름망이 오래되어 제 구실을 못했거나 둘 중하나에요. 오래된 거름망은 정기적으로 교체할 필요가 있습니다. 검정 옷에 묻은 먼지에 미세 플라스틱이 섞여 있을 수 있거든요.


  그리고, 마른빨래를 탈탈 털 때 미세 플라스틱이 폴폴 날리거나 호흡기에 들어갈 수 있으니 창문을 활짝 열어 환기를 잘 시켜야 합니다. 가급적 실내에서 옷의 먼지를 털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겠습니다.



  세탁기 거름망 두 개를 꺼내보니 찌꺼기가 꽉 차다 못해 삐져나와있어요. 심각합니다. 그래서 세탁된 옷에 먼지들이 그대로 묻어있었나 봐요. 꽉 찬 찌꺼기를 이대로 쓰레기통에 버리려니 괜스레 찝찝하네요. 찌꺼기가 마르면 쓰레기통 뚜껑을 여닫을 때마다 먼지 가루가 흩날릴 것만 같습니다.  그래서 집 안을 둘러보고 버려지는  물건에 주목합니다. 찌꺼기를 싸서 버릴 만한 무언가가 없을까 찾아보니 소복이 쌓여있는 마스크가 가장 눈에 띕니다.


  마스크의 쓸모를 생각하니 고효율 필터가 황사와 미세먼지를 차단한다고 합니다. 세탁 찌꺼기를 마스크 안에 넣어서 버리면 미세먼지 날림을 방지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가위로  한 면을 잘라 찌꺼기를 넣고 끈으로 꽁꽁 묶어 쓰레기통에 넣습니다.


  찌꺼기가 들어 있는 세탁망은 절대 물에 흔들어 씻으면 안 됩니다. 세탁망에 든 찌꺼기는 미세 플라스틱이 다량 들어있어 씻은 물을 하수구로 흘려보내면 바다로 유입되어 바다생물을 위협합니다. 꼭 찌꺼기는 깨끗이 걸러내어 쓰레기통에 버려야 합니다.


찌꺼기를 빼낸 세탁망은 가급적이면 물로 헹구지 말고 한 번 쓰고 버려지는 물티슈나 휴지로 닦은 후 쓰레기통 버려주세요. 바다로 유입되는 미세 플라스틱의 35%가 옷에서 발생한 미세 플라스틱이라고 합니다. 세탁 방법을 바꾸거나 세탁망에 든 찌꺼기를 잘 버려줘도 바다로 흘러들어 가는 미세 플라스틱을 줄일 수 있습니다.  


세탁망에 든 찌꺼기는 물로 씻지 마지고, 꼭 일반쓰레기통에 버려주세요. 이는 바다로 유입되는 미세 플라스틱을 줄이는 현명한 세탁 방법 7가지 중 하나의 방법입니다. 다른 6가지 방법은 다음 글에서...


   이제 버려지는 마스크 한 장을 들고 화장실로 갑니다. 화장실 배수구 망에 가늘고 긴 검은색 머리카락이 주렁주렁 걸려있어요. 막힌 욕실 슬리퍼를 신고 배수구 망 위를 훑으면 깔끔하게 하나로 뭉쳐집니다. 구멍 난 슬리퍼를 신고 훑으면 안 됩니다. 발바닥에 물과 이물질이 묻어 찝찝한 축축함이 느껴지니까요.


   욕실 슬리퍼로 걸러낸 머리카락은 강아지 똥을 감싸듯 버려지는 마스크로 감싼 뒤 쓰레기통에 버립니다. 마스크 재질상 물이 잘 스며들지 않아 젖은 머리카락을 감싸도 순간 방수에 효과적입니다.



   마스크의 철심을 제거한 후 창틀에 쌓인 먼지를 닦아보세요. 참 잘 닦입니다. 그런 후 깨끗한 물걸레로 마무리하면 되니까요. 그리고, 비나 눈이 오는 날 외출했다 집에 들어서면 현관 바닥의 신발 자국을 지울 때도 버려지는 마스크로 닦아보세요. 얼마나 깨끗하게 닦이는지 모릅니다. 마스크 두장 겹쳐 지저분한 현관 바닥 쓱~ 닦는데 30초도 걸리지 않습니다. 3~4중 필터에 의해 순간 방수가 되니 손이 젖지 않아 좋습니다.


  ‘쓰임이 끝난 물건은 쓰레기야!’ 이렇게 인식하는 순간 손에서 곧바로 쓰레기통으로 직행합니다. 생각은 곧바로 행동하게 만드니까요. 하지만, 쓰임이 끝났지만 재 쓸모에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비록 버려지는 쓰레기일지라도 다양한 곳에 쓸모가 있답니다.


  플라스틱이 함유된 물티슈를 습관적으로 툭 뽑아 걸래 대신 사용하는 것보다 버려지는 마스크를 한 번 더 쓰고 버리는 게 유익합니다. 깨끗한 휴지를 돌돌 말아 젖은 머리카락을 감싸는 것보다 버려지는 마스크 사용이 훨씬 편리합니다. 젖은 현관을 젖은 물티슈로 닦는 것보다 버려지는 마스크로 닦는 게 효율적이고요. 이렇게 소소한 살림 응용은 쓰레기와 소비를 줄일 수 있답니다.


  한 가정의 울타리를 단단하게 만드는 건 가장의 몫이라면 울타리 안의 살림을 단단하게 유지하는 건 살림하는 주부의 몫이 아닐까요? 안과 밖이 단단해야 그 속에서 자라는 행복한 싹이 단단해질 테니까요.


살림은 응용이다.

“그래서 오늘도 난 쓸모를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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