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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림스케치 Jun 08. 2022

넘치는 세상에서 버리지 않고 가볍게 사는 기술

제로웨이스트 살림법

<제로웨이스트 살림법 출간>


 '내 살림을 발행하다'

 일주일에 한 번 있는 분리수거 날, 플라스틱 수거함이 거대한 산처럼 보입니다.  ‘이 많은 쓰레기가 어디로 갈까? 갈 곳은 있는 걸까?’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지금 전국에서 배출되고 있을 어마어마한 양을 상상하니 정말 ‘이러다 다 죽어’라는 오징어 게임 명대사가 떠오릅니다.


  텔레비전 채널을 돌리다 환경이나 자연에 관한 다큐멘터리가 나오면 유난히 즐겨 봅니다. 도시에서 발생한 쓰레기가 청정 지역 시골에 산처럼 쌓여 방치된 모습을 보면서 ‘내가 버린 쓰레기도 저기 있겠구나!’ 추측하면 그 지역 주민들께 송구한 마음이 듭니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쓰레기가 다른 나라 대 자연에 나뒹굴며 민폐 끼치는 장면을 보고 내가 버린 쓰레기도 저기에 뒤섞여있으리란 생각에 정말 부끄러웠습니다. 그래서 살림하며 최대한 쓰레기 발생을 줄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편입니다.      


'물건을 살 때는 게을러도 좋다. 시간을 버는 거니까'

  우리 집 주방에는 그 흔한 전자레인지와 전기 포트가 없어요. 게으른 소비 습관 때문에 결혼한 지 18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못 샀어요. 핑계일 수 있지만, 처음에는 놓을 공간이 없어 못 샀고, 두 번째는 어떤 것을 사야 할지 고민하다 못 샀는데 아이가 크고 나니 지금은 필요성을 못 느껴 안 샀어요. 없어도 다 살아지더군요. 없어서 느끼는 불편함보다 좁은 싱크대에 올려놓고 좁은 공간 활용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더 클 것 같았어요.  

저는 이런 절제를 통해 일상에 꼭 필요한 물건만으로도 만족한 삶을 살아가는 방식의 미니멀 라이프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절제를 통해 게으른 소비를 하게 되고, 있는 물건에서 최대한 새 쓰임을 찾으며 집을 심플하게 유지하고 싶었습니다. 18년 된 가전 가구가 아무리 빛이 바래고 유행에 뒤처져도 교체하지 않고 수명이 다하는 날까지 사용하는 이유는  쓰레기를 줄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넘쳐나는 폐가전도 사회적, 환경적 측면에서 문제가 많으니까요.


'필환경 시대, 친환경 미니멀라이프'

  저는 미니멀 라이프 삶도 좋고, 제로 웨이스트 실천에도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러다 소박하고 심플한 집을 꾸미는 것에 관심이 많던 찰나 미니멀 라이프 콘텐츠가 눈에 띄더군요. 그러다 집 안에 쌓여 있는 많은 물건을 몽땅 버리는 영상을 보게 되었어요. 지금 쓰레기 대란으로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는데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기 위해 많은 물건을 버리면 쓰레기가 더 많이 쌓이겠구나! 버림이 우선이 되면 안 될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멀쩡한 물건을 버리는 미니멀 라이프가 아닌, 있는 물건 활용으로 쓰레기와 소비를 줄이는 친환경 미니멀 라이프를 보여드리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와인렉, 쿠키 틀의 쓸모 변경>


  쓰레기와 소비를 줄이는 살림에 처음 등장한 세간 살림은 쿠키 틀을 버리지 않고 수세미 걸이로 활용하는 방법과 방치된 와인 렉을 행주 걸이로 활용하는 영상이었어요. 영상을 보시고 버리지 않고 응용해보겠다는 분들이 많아 뿌듯하고 흐뭇했지요. 처음엔 버리지 않는 친환경 미니멀 라이프로 시작하다 점점 쓰레기를 줄이는 제로 웨이스트 살림으로 확장해갔습니다. 물건을 버리지 않고 응용하면 새로운 물건을 들이는 횟수가 줄어 자연스럽게 집 안에서 물건 순환이 이루어집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쓰레기와 소비가 줄어드는 걸 느낄 수 있어요.

  이렇게 제가 실천한 경험과 살림 노하우를 토대로 꾸준히 영상을 만들어 많은 사람과 공유하게 되었습니다. 다큐멘터리 영상을 통해 제 살림에 변화가 생겼듯이 제 영상을 통해 누군가의 살림에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컸어요.


'최고의 제로웨이스트는 자급자족'

  제로웨이스트 실천에 필수품이 되어 버린 천연수세미 같은 경우 구입처도 많지 않고, 질 좋은 국산 천연수세미는 가격이 비싸서 부담을 느끼는 분들을 위해 텃밭에 직접 키울 수 있음을 보여드렸습니다. 식물 수세미 한 그루에서 30개 넘는 수세미 열매가 열려 껍질을 벗겨내어 씻고, 삶는 과정의 콘텐츠를 올렸어요. 최고의 제로 웨이스트는 자급자족이라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벗겨낸 껍질은 흙으로 돌려보내니 쓰레기 제로가 되는 과정을 영상에 담았어요. 그리고, 천연수세미를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분들께 수확한 수세미를 나눠드렸습니다. 키워서 더 많은 이웃과 나눔 할 수 있게 60분께 씨앗도 우편으로 보내드렸어요. 천연수세미 챌린지를 기대하면서요. 3년 동안 영상을 제작하면서 가장 뿌듯하고 기억에 남는 경험이었습니다. 제로 웨이스트 실천 결코 어렵지 않다는 것을 몸소 보여드릴 수 있어 보람을 느꼈습니다. '올 가을에도 천연수세미를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눔 할 수 있게 잘 자라게 해 주세요.' 마음속으로 빌었습니다. 자연에게....

<천연수세미 챌린지를 위한 나눔>


'내 살림을 발행하다.'

  그동안 축적해온 살림 경험을 모으고 모아서 이렇게 책으로 출간까지 하게 되었어요. 이 책을 통해 마음속에 따뜻한 울림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이 작은 울림이 모이면 큰 파동이 되니까요. 혹여 실천하다 힘들면 쉬어가고, 의욕이 생기면 또 실천하고, 그러다 보면 언젠가 불편함이 자연스럽게 편함으로 바뀌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저도 사람이고 여자인지라 혹여 궁상스럽게 보이지 않을까 소심하게 접근한 부분도 있지만 우리 아이들이 건강하게 살아갈 미래를 생각하면 엄마 입장에서 부끄럽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아름다운 자연에 쓰레기가 쌓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커서 지속적으로 쓰레기와 소비를 줄이는 살림을 이어가려 합니다.




제로웨이스트 살림법 

'넘치는 세상에서 버리지 않고 가볍게 사는 기술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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