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은 응용이다.
세간 살림의 경계를 없애면 다양한 방법으로 응용이 가능합니다. 물건의 용도에 선을 긋지 않아야 살림 응용이 자유로워지고, 생각이 유연해집니다. 생각의 유연함은 살림 응용을 가능하게 하니까요.
"들썩~들썩~따다다 다~"
부엌에서 밥 짓는 온갖 요란한 소리가 정겨울 때도 있지만 시끄럽다고 느낄 때도 많습니다. 수분과 열의 소실을 막기 위해 냄비 뚜껑에 수증기 배출 구멍이 없는 냄비는 더 큰 소음이 발생하지요. 가스 불을 줄이면 조리 시간이 길어지고 뚜껑을 빼꼼히 열어 놓으면 수분이 날아갑니다. 수분 소실을 막기 위해 들썩거리는 요란한 냄비 뚜껑을 힘으로 누르면 강한 압력에 이기지 못합니다. 들끓는 냄비 뚜껑과의 힘겨루기에서 이길 수 없지요.
임시방편으로 키친타월 고이 접어 냄비와 뚜껑 사이에 끼워놓으면 잠시나마 들썩임이 약할 수 있어요. 하지만 종이가 수분을 머금고 축축해지면 뚜껑은 요란한 소리를 또 내지요. 종이에 묻은 물은 냄비 안 밖으로 뚝뚝 떨어집니다. 참 지저분하지요. 이뿐이 아닙니다. 냄비 뚜껑이 들썩거릴 때마다 빨간 물방울이 사방으로 튀어 옆에 놓인 식기와 타일에 빨간 점이 촘촘하게 묻으면 참 수고스럽고 번거로워요. 이럴 때 더 이상 키친타월 툭 뽑아서 낭비할 필요 없습니다. 불을 줄여 조리 시간을 늘리지 않아도 됩니다. 묵직한 스테인리스 냄비 사용이 어려워 방치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것만 있으면 시끄러운 냄비 뚜껑 소리 잠재울 수 있으니까요.
저는 음식을 조리하다가 국자나 집게를 냄비에 걸쳐두는 습관이 있어요. 들끓는 냄비의 진동으로 걸쳐놓은 국자나 집게가 바닥에 떨어지지 않게 다년간 저만의 방법을 터득했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주방 집게로 냄비에 든 고기를 뒤적인 후 습관적으로 냄비 뚜껑에 걸쳐놨어요. 그런데 들썩거리던 냄비 뚜껑이 잠잠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평소에는 느끼지 못했던 중요한 포인트를 뒤늦게 알게 되었지요. 늘 무의식적으로 하던 습관인데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주방 집게를 걸쳐놓으면 들썩거리는 시끄러운 냄비 뚜껑이 조용해진다는 것을요. 그 원리는 알 수 없으나 그냥 된다는 것만 알 뿐입니다. 궁금하여 뺏다 꽂았다를 여러 번 반복하며 골똘히 생각해 봤어요. 과학적 원리가 무얼까 생각하는 순간 머리가 아프더군요! '모르니까 아프다.' 그랬던 것 같아요.
그동안 무의식 속에서 습관적으로 하던 행동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지 못했습니다. 오랫동안 해 오던 습관에 의식을 갖고 자세히 들여다보니 중요한 정보였음을 깨달았습니다. 무의식 속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면 아직도 모른 체 시끄러운 소음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 테지요. 비싼 스테인리스 냄비는 싱크대 어둑한 곳에서 빛을 보지 못했을 겁니다. 가스레인지 위에는 코팅 냄비가 장악하고 있었겠지요.
들썩거리는 냄비 뚜껑이 시끄럽다고 느낄 때 냄비 뚜껑에 집게를 끼워놓으면 됩니다. 들썩이는 냄비 뚜껑과 힘겨루기 하지 마시고 시끄러운 소음에 신경 곧추세우지 마시고 주방용 집게를 툭 꽂아놓으세요. 바로 잠잠해집니다. 강불에서 음식은 빠르게 익고 수분 소실을 줄일 수 있어요. 들썩거리는 시끄러운 소리는 음소거되고 키친타월 사용도 줄일 수 있답니다. <단, 냄비에 물이 80% 이상 채워져 있으면 효과기 미약합니다. 이럴 땐 불을 낮춘 상태에서 집게로 고정하면 도움됩니다.>
생각의 유연함은 살림 응용을 가능하게 한다고 했습니다. 나도 모르게 습관처럼 해 오던 살림에 의식을 갖고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나만의 좋은 살림 습관은 타인에게 정보가 되고 살림 팁이 되어 작은 도움을 줄 수 있으니까요. 살림 정보를 공유하고 함께 실천하는 건 굳어있는 생각을 유연하게 만드는 윤활유 같아요. 생각의 유연함으로 살림 응용력이 늘어나면 방치된 물건의 쓰임이 활발해져 소비를 줄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