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aley Aug 26. 2018

나의  소울푸드, 스콘

Perfect English Scones!



오늘은 피곤을 뚫고 스콘을 처음으로 만들어 보았다. 나는 왠지 모르게 스콘을 좋아했다. 사실 실제로는 별로 먹어본 적도 없으면서... 아무튼 나는 늘 스콘 타령을 했고, 언니는 종종 "스콘, 별로 맛도 안 나는 건데 뭘 그렇게 좋아해?"라고 묻곤 했다. 음... 나도 명확한 이유는 모르겠으나, 어렴풋한 기억을 통해 더 좋아하게 된 지도 모르다.



그 머나먼 호주 워홀 시절, 사람이 거의 거주하지 않는 섬으로 놀러 가게 되었는데 정말 하마터면 최악의 여행이 될 뻔했다. 섬은 황량 그 자체였으며 애초에 계획했던 자전거 대여도 불가한 상태라 도저히 섬을 돌아볼 수가 없었다. 삼십분을 넘게 걸어도 끝없는 비포장 도로 뿐이었으며 지나가는 사람 하나 없었다. 날씨는 어찌나 덥던지 긴 바지를 입고 갔던 다리가 끊임없이 가려워 왔고 미친듯한 모기떼들로 인해 짜증이 차오르는, 그러한 상황이었다.


폭풍전야 임을 꿈에도 몰랐던, 프렌치 아일랜드로 향하는 선착장
프렌치 아일랜드로!
French Island 초입
황량한 그곳엔 뜨거운 햇살, 농장의 소들, 그리고 모기떼뿐이었다.



하지만 사람이 죽으라는 법은 없지! 나에게는 여행 때마다 나쁜 일이 찾아오면 말도 안 되는 행운이 찾아와 나를 구원해주곤 하는 그런 좋은 일들이 많았는데 이번에도 역시나였다! (이렇게 보니 나 참 긍정적인 사람인가?) 갑자기 영화에서나 볼 법한 귀여운 옛날식 버스가 다가오더니 빵빵! 내려진 차창 너머로는 60은 훌쩍 넘어 보이는 할머님이 타계셨다. 그리곤 "어디 가는 거니? 다시 섬을 벗어나려는 거면 선착장까지 태워줄게." 라고 하셨다. 나는 구세주를 만난 듯이 연거푸 감사하다고 하며 차에 올라탔다. 그런데 웬걸, 알고 보니 그 할머님은 섬 투어를 해주는 가이드이셨고 지금 마침 예약한 손님들을 태우러 선착장에 가는 중이라고 하셨다. 그리고 현금으로 돈을 지불하면 예약 손님들과 함께 투어에 참여할 수 있게 해준다고 하셨다. 나는 듣자마자 네! 저도 하겠습니다. 라고 대답했고 그분을 따라 섬을 구경할 수 있었다.



My Life Saver!


여행을 예약하신 분들은 나이가 지긋하신 영국 노부부 2쌍이셨다. 그 분들은 처음 보는 어린 동양 아이가 이 섬에서 함께 투어하는 것을 무척이나 신기해하셨고 이런저런 질문을 다정스럽게 던져 주셨다. 그래서 최악의 상황에서 180도 반전된 투어를 할 수 있었다. 차에 타서 섬 구석구석을 훤히 아는 가이드 님을 따라다니니 아까와는 전혀 다른 아름답고 활기찬 섬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가이드 할머님을 따라 야생 코알라를 찾아내기도 했으며 섬에 남아있는 옛 터를 돌아보기도 했다. 그리고 가장 큰 하이라이트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농장! 투어. 할머님은 농장도 소유하고 계셨다. 농장에는 닭부터 개, 소, 말 등 여러 동물들을 키우고 있으셨고 모두 큰 울타리 안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자라고 있었다. 한국에서는 전혀 보지 못했던 무척 우수꽝스럽게 생긴 닭들도 부산스레 돌아다녔는데 너무나 너무나 너무나 아름다웠다! 그 순간이 마치 영화처럼, 넘어가는 필름의 한 흐름처럼 아름답게 흘러갔다.


내가 가장 애정 했던 농장


24시간 중 14시간을 잔다는 코알라
귀여운 소들
정말 신기하게, 사실 멍충하게? 생긴 닭들 :)


신나게 농장을 구경했다. 어리고 멀리서 왔다는 이유로 극구 아기소 젖 주는 것을 시키는 등, 나를 따뜻하게 보듬어 주셨다. 그리고 투어의 쉬는 시간, 할머님께서 직접 구운 스콘과 농장에서 만든 잼을 가져오셨다. 바로 그 유명한 "Afternoon Tea"시간이었다. 나는 최대한 어색한 티를 내지 않으며 눈치를 보았다. 스윽 보니, 모두 스콘을 반으로 가르고 크림, 잼을 바르셨다. 한쪽엔 잼, 한쪽엔 크림을 발라서 합치는, 그게 아니다!! Nope! 반으로 자른 스콘의 한쪽 단면의 두 가지를 모두 발라야 한다. 매번 그 문화를 그대로 느끼고 싶어 하는 나는 곧이곧대로 따라서 스콘을 먹었고 차 한 모금을 쭈욱 들이켰다. 무척이나 행복한 시간이었다. 처음 만난 분들이지만 젠틀한 영국 신사, 숙녀였던 그분들과 어울려 애프터눈 티를 마시니 너무나도 편안했다. 지금 생각해도 무성 영화의 한 장면처럼 행복했던 순간이 아닌가 싶다. 이 뒤로 스콘은 나에게 "아름다웠던 시간들"을 추억할 수 있게 해주는 Soul food가 된 듯하다. 스콘과 함께 했던 따뜻한 기운이 잔잔하게나마 내 마음에 스며들어 자꾸만 입 밖으로 스콘을 외쳐대는 것이 아닐까? 나의 Life Saver였던 가이드 할머님과 영국에서 오신 분들이 지금도 모두 행복하게 지내셨으면 좋겠다.


"Send my love from the Far East"



매번 노래를 해댔지만 실제로는 만들어본 적이 없었단 스콘! 오늘 첫 번째 시도였는데, 결과는 대성공! 나의 사랑 Jemma의 말대로 그녀의 레시피는 PERFECT! 했다!



끝으로 Cupcakejemma 의 레시피 :)

https://youtu.be/aDmwo5UImZY

매거진의 이전글 PB&J 크럼블 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