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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ley May 19. 2016

아보카도 토스트

기억 속의 그 맛일까

아보카도,


내가 호주에 가기 전까지는 실제로 본 적이 없는 과일이었다. 그저 유투브나 인터넷을 통해서 과카몰리? 등을 만들 때 사용하는 몸에 좋은 과일이라는 것만 알고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호주에 가니 어떤 마트나 식료품점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는 과일일 뿐이었다. 화면을 통해 볼 때마다 왠지 있어 보이던? 아보카도를 사 와서 처음 먹은 나의 평가는


'으엑, 이걸 왜 먹지? 정말 몸에 좋은 건가 봐...'


그 후, 아보카도가 마트에 더미로 쌓여서 아무리 유혹해도 절대 내 장바구니의 자리를 내어주지 않았었다. 이렇게 아보카도는 좀처럼 내 입에 들어가지는 못했지만 아이러니하게 나에게는 매우 익숙한 과일이다. 내가 일하던 스시집에서 매일같이 사용하는 재료였기 때문이다. 연어 아보카도 롤, 으깬 아보카도를 곁들인 치킨 롤 등, 다양한 메뉴에 사용되었기 때문에 가게 냉장고 한 켠에는 항상 아보카도가 쌓여있었다. 아침에 스시롤을 말며 익숙하게 아보카도를 반 갈라 슬라이스하고 껍질을 벗겨내던 내 손이 그리워진다. 


재료 준비
아보카도, 레몬 그리고 애플 민트
아보카도와 애플 민트에 레몬즙을 쫘아악


아보카도는 어떻게 보면 참 재밌는 과일이다. 겉을 봐서는 절대 안을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겉모습이 아무리 예쁘고 탐스러워도 속을 열어봤을 때, 까맣게 상해버린 아보카도 고기?(영어로 avocado meat!라고 표기하던 것이 너무 재밌었다)가 들어있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 까만 속살 때문에 롤을 말 때 번거로웠던 적이 참 많았었다. 게다가 익은 정도도 겉으로 만져봤을 때 물렁한 정도로만 알 수가 있는데, 처음엔 아보카도가 익숙하지 않아 그걸 가려내기가 어려웠었다. 물론 일을 하다 보니 익숙해졌고 잘 익은 아보카도를 골라내 탐스럽게 슬라이스하는 일쯤이야 식은 죽 먹기가 되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아보카도가 정겹고 재밌어도 도통 내 입에 들어갈 기회는 주지 않던 나였다. 아보카도를 참 좋아하던 호주 고객들을 보며 도무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었다.


재료 준비 완료!
노릇한 토스트 위에 살짝 두른 올리브오일, 처트니 그리고 치즈!!
Greengoodness


이런 나의 아보카도에 대한 견해를 바꿔준 것은 우리 언니였다. 언니가 만들어줬던 크루아상 샌드위치가 내 선입견을 바꾸어주었다. 노릇하게 구운 크루아상을 반으로 갈라 버터를 바르고 새콤달콤한 토마토소스(처트니와 비슷했던 맛의 소스였다), 리코타 치즈, 슬라이스 한 아보카도를 넣은 샌드위치였다. 아보카도만 먹었을 때의 약간의 느끼함과 으으으 하는 맛이 토마토소스와 부드럽게 어우러졌다. 리코타와 함께 치즈를 먹는 듯한 그 맛이 너무 좋았다. 그 샌드위치 맛을 한 번 보고 나서 그 cheesy 한 맛이 떠올라 이따금 아보카도를 찾게 되었다. 아직까지 아보카도만 먹거나 하는 등의 행위는 하지 않지만 그래도 토스트나 다른 음식에 곁들여서 먹고 있다. 한국에 돌아온 후에는 너무 비싸서 자주 먹지는 못하지만 늘 아보카도 더미를 보며 군침을 흘리곤 한다.


이번에 다섯 개들이 아보카도 뭉텅이를 사온 후 아보카도를 많이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시중에 파는 아보카도는 매우 덜 익은 상태로 수입된 것이라 딱딱해서 나는 한 개를 방에 꺼내놓고 익을 때까지 매일같이 노려보았다 :) 그런 나의 눈총에 드디어 눈치를 챘는지 오늘은 말랑하게 익어 먹을 수 있게 되었다. 늦게 일어나는 바람에 브런치가 되어버린 나의 첫 끼니는 아보카도 토스트로 정해졌다. 날 좋은 하늘을 보며 뜨겁게 내리쬐던 호주의 햇볕을 그려본다 :)



RECIPE


좋아하는 빵 두 쪽, 토스트

아보카도 반 개

로스트 페퍼 & 파프리카 처트니, 두 쪽 분량

레몬즙 한 스푼

애플 민트 잎 3~4장

좋아하는 치즈, 갈 거나 슬라이스

올리브오일 조금

소금, 후추 약간


1. 아보카도 반 쪽과 애플민트를 썰어서 볼에 담는다.

2. 위에 레몬즙을 넣고 섞어서 둔다.

3. 빵을 토스트하고 올리브오일을 조금 뿌린다.

4. 토스트 한 빵 위에 처트니를 바르고 강판으로 갈은 치즈를 올린다.

5. 4의 위에 아보카도를 올리고 소금, 후추로 시즈닝하면 완성


요리라고 하기도 뭐 한 토스트일 뿐이지만 커피 한 잔과 함께 하루를 시작하기에 충분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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