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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owne Jul 04. 2021

윤석열을 보며, 맹자를 생각함

무엇이 인륜인가

 『맹자』「진심」장에 아래와 같은 이야기가 있다. 원문을 쉽게 다듬어서 적어 본다.


  제자 : 순임금의 아버지가 살인을 저질렀다면 법집행관은 어째야 합니까.

  맹자 : 법대로 해야겠지

  제자 : 임금의 아버지인데 그래야겠습니까

  맹자 : 법집행관은 자기 할 일을 해야지

  제자 : 순임금은 어째야 할까요

  맹자 : 천하를 헌신짝 처럼 여겨 아버지를 몰래 업고 도망쳐 평생 숨어서 조용히 살겠지


  桃應問曰:「舜為天子,皋陶為士,瞽瞍殺人,則如之何?」 孟子曰:「執之而已矣。」 「然則舜不禁與?」 曰:「夫舜惡得而禁之?夫有所受之也。」 「然則舜如之何?」 曰:「舜視棄天下,猶棄敝蹝也。竊負而逃,遵海濱而處,終身訢然,樂而忘天下。」


  "부모라도 법을 피할 수는 없다"라는 말은 옳다. 하지만 그 말은 부모의 죄와 자식은 무관하다거나, 부모가 감옥에 가건말건 자식은 구경만 해야한다는 뜻을 함축하는 것은 아니다. 현대 사회의 법 정신과 맹자의 생각이 일치할 수는 없겠지만 어쨌든 부모의 죄 앞에서 자식은 결코 자유롭지도 않고 무관하지도 않다. 부모가 실정법을 어긴 죄인이라고 자식까지 실정법을 어겼다고 할 수는 물론 없다. 부모의 죄를 자식에게 물어서도 안된다. 하지만 우리나라 형법은 죄 지은 부모를 숨겨주어도 그 자식을 벌하지 않는다. 그 말은 죄 지은 부모를 숨겨주라는 뜻이 아니라 부모와 자식 사이, 천륜에 대해 법이 도달할 수 없는 한계성을 말하는 것이다. (동양의 사고방식은 부모자식의 사이와 부부의 사이는 다르다고 본다. 부모자식 사이는 하늘이 맺어 준 천륜이고 부부 사이는 인간이 맺은 인륜이다. 천륜은 인륜보다 무겁다. 부모가 자식을, 자식이 부모를 숨겨주는 것은 처벌하지 않지만 부부사이는 그렇지 않다. 심지어 형제 사이도 은닉죄의 처벌을 피하지 못한다.)


  "부모라도 법을 피할 수는 없다"라는 말은 옳지만, 그 말만 내뱉은 것으로 끝일 수는 없다. 그럼 어쩌라고? 순임금처럼 업고 도망이라도 가라고? 노노, 생각해보자. 순임금은 아버지를 감옥에 보내고 차마 임금 노릇을 할 수가 없었다. 사람이라면 부모가 아파서 누워있는데 그 앞에서 맛있는 것이 목구멍으로 넘어가기 힘들 것이고 부모가 감옥에 있다면 편히 누워 잠자기 힘들 것이다. 그게 사람이다. 아픈 부모에게 "아프면 아픈거지 뭐" 이런 소리를 지껄인다면 그건 사람의 자식일 수 없다. 부모가 감옥에 있는데 내 한 몸의 입신양명을 도모하느라 눈썹을 휘날리고 다니는게 사람의 할 짓인가. 뭣이 중헌디??


  아니, 그렇다고 하자, 입신양명을 도저히 포기할 수 없다고 하자. 그럼 말이다, 최소한 "부모라도 감옥에 갈 때는 가야지 뭐" 이 따위 소리는 지껄이지 말아야 한다. 그럴 때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가 딱 최소한이다. 그 모든게 부담스럽다면 그냥 태산같이 입을 닥치든가.


  "부모라도 법을 피할 수는 없다"라는 말은 "봄이면 꽃이 핀다"거나 "겨울엔 춥다"라는 말처럼 하나마나한 소리이고 무책임한 소리이며 결국 헛소리일 뿐이다. 발설은 하였으되 아무 내용이 없는 그냥 멍멍멍 하는 소리이다. 뭐라도 꼭 말하고 싶었다면, 부당하다, 음모다, 탄압이다, 이런 좋은 말들이 많은데 왜...


멍멍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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