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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nyol Park 박찬열 Sep 03. 2019

이태리 메모 10.

여행에서 배우는 것

 여행에서 배우는 것. BC500년 지어졌다는 그리스 신전. 남아 있는 그리스 신전 중에 가장 완전한 모습으로 남아있다는 콘코르디아 신전. 믿었던 신이 사라져버리는데 신전만이 온전히 남아 있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여튼 이 신전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시칠리아 남부의 시골 도시 #아그리젠토 를 찾는다. 이 신전을 보며, 사라져버린 다른 신전을 보며, 멘붕이란 단어를 생각해본다. 결국 신, 정신이 사라진다는 것이 멘붕 아닌가? 여행을 하다가 가장 많은 겪는 상황이 멘붕이다. 다른 환경, 다른 문화, 오해와 언어 소통의 문제 등으로 一日三멘붕은 기본이다. 이번 이태리 여행에서 가장 멘붕을 경험한 것은 수동 차 운전이다. 나름 이태리 사람들의 자존심 같은 것이 수동차이고, 나름 싸게 빌릴 수 있는 것이 수동 렌터카있다(거의 오토의 1/3 가격으로도 빌릴 수 있다) 그래서 한국에서 수동 기어 연습도 하고, 1종 면허로 변경도 하고 왔건만... 차를 빌린 첫날 거의 50번 시동을 꺼뜨렸고, 길은 좁고, 오르막이 많은 시칠리아에서 첫번째 운전은 멘붕의 연속 ㅠㅠ 나름 한 멘탈 한다고 생각했건만, 연속되는 압박에 결국 멘탈이 무너졌고, 안전만을 생각하자는 와이프의 충고(?)에 추가 비용을 지불하고 오토차로 교환하자고 결정하고 렌터카 회사 두 군데를 찾아갔지만... 남은 오토차가 없다는 비운의 상황. 우야지? 포기하고 캐리어를 끌고 버스로 5곳의 도시를 돌아야하나? 온갖 생각이 다 드는 상황에서 공항 렌터카 회사를 빠져나옴... 빠빰! 주차장 요금을 내려는데, 여기는 현금을 안받음. 카드로 사전 정산을 하고 주차권만 넣어야하는데, 그걸 처음 온 외국인인 내가 알 턱이 있나? 교행 불가인 좁은 도로에 뒤에는 성질 급한 이태리 사람들 손짓 발짓 하며 화를 내고, 차는 뒤로 뺄 수도 없을 정도로 막혀 있는데... 그야말로 멘탈붕괴. 잠시후 내 모습을 본 이태리 사람들이 딱하게 보였는지, 차를 하나씩 뒤로 빼주기 시작함. 딱 한대 끼워 넣을 만한 공간이 생기자 1단 넣고, 후진 넣고 생쇼를 해서 차를 다시 주차하고, 요금 정산을 마치고 공항 주차장을 탈출하자 드는 생각... 아까 오르막에서 시동 꺼트린 것은 멘붕 할만한 단계는 아니었구나 생각됨. 그땐 이태리 아제들이 넓은 아량으로 이 외국인 아제의 수동운전 실력을 이해 해준 것이였구나 생각하고, 더 이상 망해봐야 도로에서 클락션 소리 몇번 더 듣는 것 아니냐는 배짱이 생기면서 와이프에게 그냥 수동차을 몰겠다고 선언(?)ㅋㅋㅋ 하여튼 사연은 길지만 4일째 별 문제 없이 운전중. 결국 여행이란게 익숙한 것을 떠나 익숙하지 않을 것을 찾아 떠나는 것인데, 익숙하지 하지 않음을 견디지 못하면 그것이 여행일까? 2500년 동안 붕괴를 견뎌온 그리스인들의 콘크로디아 신전 앞에서 멘붕극복의 의미를 담아 똥폼 사진을 한장 찍어봄 #오토의소중함 #이태리여행 #시칠리아여행 #안식월중임다 #매일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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