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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n Lee Nov 15. 2016

감정적 판단 vs. 이성적 판단

더 논리적이고 냉철한 판단을 가능하게 하는 자폐증

결정은 선택의 환경에 지배된다. 그 이유는 사람들이 결정을 내릴 때 자신의 선택이 다른 것보다 더 바람직하다는 감정적인 요소에 끌리기 쉽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5만 원을 받고 3만 원을 잃게 된다고 하면 2만 원을 가질 수 있다고 할 때보다 도박에 참여할 확률이 높아지는 현상이 그것이다.


사실 두 가지 선택 모두 수학적으로는 같은 결과를 가져오지만, 돈을 잃는다는 생각이 더욱 강한 감정적인 반응을 일으키기 때문에 돈을 잃지 않기 위해 도박을 하는 경향이 더 크다. 이것은 “프레이밍 효과(framing effect)”로 알려진 결정에 감정이 개입한다는 이론으로 1980년대 심리학자 대니얼 카네먼(Daniel Kahneman)이 처음으로 기술한 인지 왜곡 현상이다. 하지만 아직 과학자들은 왜 감정이 그토록 크게 결정에 관여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킹스 칼리지 런던의 과학자 퍼니트 샤(Punit Shah)는 감정과 연관된 신체 내부 감각을 인지하는 정도와 의사결정에 어떤 관련이 있는지 연구했다. 먼저 정상적인 성인이 도박할 때 프레이밍 효과가 어떻게 나타나는지 알기 위해 눈을 감고 심박 수를 측정하도록 해 얼마나 내부 감각을 잘 인지하는지 파악했다. 그 결과 심박 수를 더 잘 측정하는 경우 즉, “심장이 뛰는 대로 따르는(following your heart)” 사람이 감정에 따른 결정이 많았고 프레이밍 효과에 더 취약했다.


반대로 감정을 잘 인지하지 못하고 심박 수를 측정하기 힘든 사람의 경우에는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감정표현불능증(alexithymia)” 혹은 “감정적 시각장애인(emotional blindness)”으로 진단될 가능성이 높은 자폐성 장애인을 대상으로 실험을 반복했을 때, 프레이밍 효과가 더 적게 나타났다. 자폐성 장애인들도 정상인과 마찬가지로 심박 수를 측정할 수 있었지만 프레이밍 효과와 연관성은 찾을 수 없었다.


이것은 자폐증이 의사 결정에 있어 다른 전략을 사용함을 시사하는 것이다. 정상인들이 직관과 감정을 사용하는 것과 달리 자폐성 장애인들의 결정에는 감정적 정보나 심박 수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폐성 장애인들은 다른 프레임으로 접근하지만, 수학적으로 같은 선택에 있어 정상인보다 더욱 이성적으로 접근한다. 정상인들 만큼 도박을 선택했지만, 감정적인 것이 아니라 수치를 기반으로 결정을 내린 것이다.


최근 금융시장에서 살아남는 방법으로 심장이 뛰는 대로 따르라는 것과 관련된 복잡한 의사결정 사례가 있었다. 하지만 심장과 감정을 따르는 것은 대개 긍정적인 것으로 보이지만 그다지 이성적이지 않은 결정을 낳을 수도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자폐성 장애인들이 정상인들과 다른 생각을 한다는 증거를 추가한 것이다. [1]


흔히 우리는 의사결정을 내릴 때, 여러 가지 상황을 다 고려하여 충분히 이성적이고 논리적으로 결정을 내리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감정에 영향을 많이 받아 잘못된 결정을 할 확률이 높다. 반면에 자폐증을 가진 경우 감정적인 요소가 의사결정에 기여하는 정도가 크게 낮아져 소위 "팩트"에 기반한 의사결정을 할 가능성이 더 높다.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있다면, 비선 실세가 아니라 자폐성 천재를 곁에 두고 조언을 구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1. https://theconversation.com/people-with-autism-make-more-logical-decisions-66946

2. 프레이밍 효과란?

당신이 간단한 도박 게임을 하고 있다고 상상해보자. 당신은 실제 현금 50 달러를 받은 뒤 두 가지 도박 방식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50 달러를 지킬 확률이 40%, 모두 잃을 확률이 60%인 간단한 도박이다. 만약 도박을 하지 않는다면, 20달러를 가질 수 있다고 하면, 대부분의 경우 20달러를 갖는 경우를 선택한다. 하지만 두 번째 선택을 30달러를 잃는 것이라고 바꾼다면, 대부분은 돈을 잃지 않기 위해 도박을 선택한다. 결국 두 번째 선택은 질문에 상관없이 20달러를 갖는 동일한 결과를 가져오지만, 돈을 잃는다는 표현이 도박을 더 부추기는 것이다. 지방 15%라는 표시보다 살코기 85%라는 표시가 더욱 많은 선택을 받고 사망확률 20%보다 생존확률 80%라는 말에 더 많은 수술이 시행되는 것도 같은 이유다. 

- 조나 레너(Jonah Lehrer) 'How We Decide'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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