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춤추는 목각인형 Apr 30. 2024

24년 4월 리뷰

 4월 한 달 기록

4월의 마지막 날 돌아보는 한 달 리뷰. 올해는 정말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해보고 싶었는데. 4개월이나 지났지만 내 경험의 폭은 작년 이 맘 때와 비교해 크게 다르지 않다. 관성에 저항하는 삶을 살고 싶지만 요즘은 나는 왠지 좀 무기력하다. 이럴 때일수록 좋았던 순간을 기록하는 걸 게을리하지 말아야겠다.


매 년 4월의 가장 좋은 날

결혼기념일

5년 전 우린 벚꽃비가 내리는 4월에 결혼했다. '오빠 우리 참 이쁜 계절에 결혼했다'라는 말을 반복하게 되는 한 달이었다. 결혼식 날 아빠의 축사처럼 이 사람과 결혼 한 걸 인생 최고의 선택이라 말할 수 있어 감사하다.

참 예쁜 계절에 결혼한 우리


칼퇴하는 삶

그 어느 때보다도 팀에 일이 없다. 덕분에 업무 시간도 여유롭고 매일 같이 칼퇴도 한다. 분명 좋은 일인데 왜인지 몸은 더 축 처지는 것만 같다. 나란 인간은 적당한 긴장감과 챌린지가 있어야 활기가 도는데 지금은 늘어져있는 시간이 너무 많달까. 그치만 지금의 지루함이 눈물 나게 그리울 만큼 또다시 폭풍이 몰아치리란 걸 알고 있다. 그러니 즐길 수 있을 때 낭비하듯 즐기자.  

칼퇴한 날의 저녁 하늘

예능

연애남매

프로그램 타이틀만 보고는 '뭐냐 이건 또' 싶었는데 어느새 빠져들었다. 남매끼리 서로의 연애를 직관한다는 게 좀 이상하게 들릴 수는 있겠지만, 이 프로그램의 핵심은 연애가 아니고 가족에 있다. 무조건적인 내 편 혹은 결정적인 순간 지지해 줄 수 있는 혈육이 옆에 있다는 게 다른 연애 프로그램과 한 끗 다른 포인트이다. 유복한 환경에서 사랑받고 자란 남매, 불우한 어린 시절을 함께 이겨낸 남매, 틱틱대면서도 챙겨줄 거 다 챙겨주는 남매까지. 가족의 형태는 다양하지만 모두가 서로를 아끼고 애정한다. 그래서 따뜻하고 보고 나면 기분 좋아진다.  자극적인 숏폼이 넘쳐나는 시대에, 잔잔한 웰메이드 컨텐츠가 이렇게나 귀하다.

내 최애는 용우...용우야...

장소

자양역 한강공원

4월의 봄 날을 누리기에 너무 좋았던 장소. 결혼기념일 때 오빠랑 한 번 가고, 그날의 기억이 너무 좋았어서 이십년지기 친구들을 데리고 한 번 더 갔다. 적당한 그늘과 흐드러지게 핀 이팝나무 꽃, 탁 트인 한강뷰, 걱정 근심 없이 모두가 행복한 그곳. 여러 한강 공원을 가봤지만 자양역 한강 공원이 최고다.

"저기 남산 타워도 보여!" "우와!"


노래

올드팝

4월의 셋째 주 금요일엔 아빠랑 단 둘이 벙개를 했다. 맛있게 먹었던 음식을 아빠와 같이 먹으면서, 손을 잡고 탄천을 걸으면서 우린 쉼 없이 떠들었다. 산책 후에는 좋은 노래 들으며 술 한 잔 할 수 있는 바를 찾아갔다. 신청곡을 받는 곳이었고 나는 아빠한테 듣고 싶은 곡이 있냐 물었다. 아빠는 핸드폰을 켜더니 올드팝으로 가득한 플레이리스트를 꺼냈다. 아빠의 핸드폰에는 존 덴버의 take me home country road를 포함한 70년대 올드팝들이 가득했다. 아빠가 고등학생 때 라디오로 들었던 노래들이라고 했다. 아빠의 신청곡에 그곳에 있던 비슷한 연령대의 다른 손님들이 환호했다. 아빠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뿌듯해했다. 담에 집에 가면 아빠의 플레이리스트를 다 가져오기로 했다. 이렇게 아빠를, 아빠와의 시간을 추억할 수 있는 게 또 하나 생겼다.

아빠와 함께한 정자역 마빈스 바


이벤트

뉴믹스 커뮤니티 어택 이벤트 당첨

배달의 민족 김봉진 님이 퇴사 후 차린 스타트업 그란데 클립. 사소한걸 위대하게 본다는 미션을 가진 이 브랜드에서 내놓은 첫 번째 제품은 믹스 커피다. 믹스 커피를 가장 한국적인 커피로 정의한 그들의 관점이 재밌다. 마침 뉴믹스에서 진행하는 이벤트가 있어서 퇴근길에 신청했는데 떡하니 당첨이 됐다. 덕분에 요새 성수동에서 핫한 이 커피를 회사의 많은 동료들과 함께 나눌 수 있었다. 왠지 모르게 뿌듯했지만 한편으론 이런 이벤트에 같이 호들갑을 떨어주는 동료들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들기도 했다. 다 주고도 꽤 많이 남았는데 남은 뉴믹스는 나랑 같이 호들갑 떨어줄 가족, 친구들에게 줘야지. ㅎㅎ


소비

루나 X 이북 리더기

책을 가까이하는 한 해가 되고 싶다는 내 말에 오빠가 선물해 준 이북 리더기, 루나 X.

종이를 한 장씩 넘기며 책을 읽는 것도 좋지만 보고 싶은 여러 권의 책을 왔다 갔다 하며 꺼내 먹듯 읽는 경험도 매력적이다. 가벼워서 한 손에 들어도 손 목에 무리도 없고 부담 없이 들고 다닐 수 있으니 출퇴근길 한 장이라도 더 보게 된다. 내가 원하는 내 모습을 만들어주는 물건을 곁에 두는 게 중요한 것 같다.  


내 일을 건너는 법

지금 내가 다니는 회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하시던 분이 쓴 책이다. 밑줄 친 문장이 정말 많은데, '회사가 나를 이용하듯이 나도 회사를 이용할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정해진 날짜에 월급이 들어오는 안정성을 기반으로 내 일상에 활력을 더할 딴짓을 많이 해보라'는 조언도 지금의 나에게 꼭 필요한 말이었다. 일을 대하는 마음가짐,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가 흐트러질 때마다 꺼내 보고 싶은 책이다.

아직 채우지 못한 빈 칸. 나의 60대는 어떤 모습일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